2016-04-28 08:43

여울목/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발전 이끌 차기수장 기대한다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의 수장이 교체된다. KP&I는 5월25일 열리는 임시 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신임 회장(조합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현 이경재 조합장은 4월20일 열린 이사회에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창명해운 경영에 힘쓰겠다는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합장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고려해운 박정석 회장과 태영상선 박영안 사장,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 등이다. 후보 모두 해운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들이다.

지난 2009년 KP&I 이사진에 합류한 고려해운 박정석 회장은 1위 근해 컨테이너선사 오너라는 점에서 강력한 경쟁자다. 3대 조합장은 컨테이너선사에서 나와야 한다는 여론도 박 회장에게 우호적이다. 그동안 KP&I 수장은 컨테이너선사(흥아해운)와 벌크선사(창명해운)에서 한차례씩 번갈아 맡았다.

다만 고려해운의 KP&I 기여도가 다른 선사에 비해 낮다는 점은 마이너스다. 고려해운은 29척의 선대 중 4척 정도만을 KP&I에 가입한 상태다.

해운업계에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국내 대표선사 지위에 오른 고려해운의 박 회장이 조합장을 맡아 KP&I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태영상선 박영안 사장은 경험과 연륜 기여도 등에서 가장 모범적이다. 박 사장은 KP&I 설립 초창기부터 이사직을 맡아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태영상선 사선대 10척이 모두 KP&I에 가입해 있다.

회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험료 규모에선 10위 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전 선대를 몰아줄 만큼 KP&I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다만 박 사장이 한중 컨테이너선사 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어 KP&I 수장까지 맡을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경재 현 조합장과 한국해양대 동기(29기, 73학번)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은 기여도에서 다른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다.

폴라리스쉬핑은 사선대 27척 중 25척이 KP&I 선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있다. 또 케이프사이즈 선박 2척은 ‘모든 위험 담보(full cover)’ 상품을 이용 중이다. 선대가 모두 대형선인 까닭에 폴라리스쉬핑이 내는 보험료는 전체 조합원 중 5~6위권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KP&I 이사 경력이 짧은 데다 최근 들어 소위 ‘대타’를 내세워 이사회 활동을 해온 사실은 큰 약점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KP&I 신임 이사로 선임된 뒤 짧은 활동을 끝으로 곧바로 폴라리스쉬핑 조남경 전 전무에게 이사직을 넘겨줬다.

지난해 말 조 전무 퇴임 이후엔 김기일 전무가 이사직을 승계했다. 김 회장이 조합장이 될 경우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KP&I 조합장은 보수가 따로 없는 ‘비상근 명예직’이다. 강한 책임감과 확고한 신념이 있지 않고선 직을 수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KP&I는 한국 P&I 보험 발전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00년 발족한 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수의 쟁쟁한 P&I클럽과 경쟁하는 위치까지 도약했다. 

KP&I가 고무적인 흐름을 계승해 국적선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한국해운의 위상과 지평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P&I클럽으로 커나가기 위해선 한국해운 발전에 대한 굳은 소신을 가진 수장이 필요하다.

“KP&I는 한국 해운발전과 국부유출 방지 등의 측면에서 국적선사들이 관심을 갖고 키워나가야 한다. 한국해운을 대표하는 기업이 회장을 맡아 책임감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한 해운업계 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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