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6 13:42

시론/ 정기선사 운항의 중요성

- 국내 세계일주 서비스 제공 정기선사 살아남아야 한다 -
김인현(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해상법연구센터소장)
- 국내 세계일주 서비스 제공 정기선사 살아남아야 한다-
김인현(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해상법연구센터소장)

 
   

해운업은 크게 정기선과 부정기선으로 나눌 수 있다. 정기선 운항은 자본집약적이고 국제적 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부정기선 운항과 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수출자가 고양시에서 재배한 꽃을 미국 LA의 어떤 백화점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주 월요일에 이를 배송하여주자면 1주일에 한 척씩 우리나라에서 출항하는 선박에 꽃을 실어 보내야한다. 정시에 LA에 도착하여도 선박이 접안할 부두가 없으면 월요일 시간에 맞추지 못하므로 도착 즉시 하역이 가능한 정기선사 자신의 부두가 LA에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정기선 운항을 위하여는 화물을 모으기 위한 조직망이 필요하고, 정시성을 맞추기 위한 충분한 선박과 터미널이 세계 각지에 있어야 한다. 또한 화주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기 위하여 세계적인 망을 갖추어야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세계적인 망을 갖춘 해운동맹의 일부(회원)가 되어서 다른 정기선사들과 협업을 하여야한다. 

해운산업은 부존자원이 없는 신생 대한민국이 행할 수 있는 좋은 산업이었다. 해방 후 정부는 대한해운공사를 설립하여 해운산업이 이 땅에 태동되었다.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지원하기위하여도 우리 화물을 실어나르는 상선대가 필요하자, 정부와 업계는 1970년대부터 세계일주가 가능한 정기선 운항을 하기 위하여 큰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1980년대부터 대한해운공사의 후신인 대한선주(한진해운), 현대상선 그리고 조양상선의 3개선사 체제가 구축이 되었다.

이들은 세계적 정기선사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우리나라 상품을 많이도 실러 날랐고 제3국간의 운송에도 투입되어 국제경쟁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01년 조양상선을 잃어버린 다음, 그 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양사 체제가 지속되어왔고 2000년대에는 운임수입도 많이 올려 효자산업으로 칭송이 자자하였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불경기와 함께 시작된 해운불경기가 이미 8년째 지속되면서 위 두 회사도 무척 어렵다는 소식에 접하게 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경영이 힘든 회사는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것이 순서이다. 8년 불경기하에서 10개 정도의 부정기선사들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사라지거나 구조조정되었다.

굴지의 정기선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그 회사가 살아남는다고 하여도 다시 현재 속한 해운동맹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동맹선사들 사이에서 신뢰가 깨트려졌기 때문에 회원사로 다시 넣어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일주 운송서비스 망을 하나 더 잃어버린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북미나 유럽으로 오고가는 우리 상품은 모두 외국 정기선사에 맡겨야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에 이르게 된다.

새로운 정기선사를 만들어 세계일주가 가능한 망을 만들어 가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15년 전 세계서비스를 제공하던 조양상선을 잃은 다음 또 다시 정기선사 하나를 우리는 잃어야하는가? 

오늘의 우리나라 해운시장이 어려운 것은 우리 선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외생변수 때문이다. 물론 경영진이 불황에 대비하여 해운경영을 잘하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해운경기는 10년 불황에 1년 호황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일반인의 상상이 가능한 불황이란 영업 수입이 호황기의 2분의 1, 3분의 1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해운의 수입지수가 호황기인 2007년에 비하여 현재 20분의 1이 되어 있다.

상품을 실어 나른 대가로 해운회사가 수령하는 운임이 2007년 100만원이 현재 5만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운회사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거의 예측불허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취하여온 해운입국은 무역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가져가야할 가치이다.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해운처럼 좋은 산업도 없다. 3차 서비스 산업으로 외국의 화물을 운송하여 얼마든지 많은 운임수입을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원유등 원자재의 수입, 전자제품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의 안정적 수출을 위한 최소한의 우리나라 선박과 해운회사가 국가적으로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우리나라 외항 정기선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와 신조선으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인한 바닥권인 운임 폭락이라는 예측이 불가한 외생변수의 문제이므로 정부와 관련 경제주체들이 이들 정기선사를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정기선사가 존속하도록 하여야 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기선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들에게 선박을 빌려준 선주들에게 용선료인하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선주, 화주, 용선자, 은행 등은 긴 호흡으로 어려울 때 서로 도와가면서 무역과 해운영업을 바라보아야 할 것으로 본다. 해운경기가 좋아지면 해운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은행에게 차입금 이자도 높여주고 화주들에게 운임도 내려주고 국가에게 세금도 많이 내고 공익적인 사업에 기부도 많이 하는 상생하는 전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생정책은 해운관련 당사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해운이라는 것은 결국 국제경쟁인 것인데, 외국의 대표 정기선사는 호경기가 올 때까지 버티는 작전을 펴고 있다.

해운경기의 역사 속에서 10년의 불황 뒤에 찾아온 1년 동안 살아남은 해운회사는 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고 한다.

해운의 역사상 초유의 불경기속에서 우리 정기선사들이 살아남아서 강한 자가 되어야한다. 이를 위하여는 선사 자체의 노력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정부와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도와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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