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6 11:50

변화의 중심에 선 물류기업들

물류환경 급변으로 신사업 속출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지난해 10월 열린 ‘물류의 날’ 행사에서 지금 국내 물류산업이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고 진단하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변화하는 네트워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퍼스트 마일(First mile)에서 라스트 마일(Last mile)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물류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것이 위기가 되는 역설”이라는 송 교수의 발언은 전통적인 물류기업에 위기의식을 갖게 한다. 물류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 선 기업들을 직접 만나봤다. 


기본부터 챙겨라 

“화려한 용어들로 물류산업을 포장하고 있지만, 물류현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규모가 작은 온라인 셀러들과 소호몰은 물량이 적고 정산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마이창고의 사업모델은 온라인 유통을 위한 물류대행이다. 정확하게는 상품보관부터, 박스포장과 택배발송대행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다. 즉 온라인 셀러를 위한 풀필먼트(Fulfilment) 서비스다. 그래서 물량이 하루 50개 미만인 작은 소호몰들의 물류를 처리해준다. 마이창고는 온라인 셀러들에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물류작업은 마이창고에 맡기고 핵심 업무인 상품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마이창고는 4PL(4자물류) 전문기업, 기존 3PL(3자물류) 서비스에 ICT(WMS 시스템 자체 개발 및 운영)와 컨설팅이 결합된 모델이다. 창고를 직접 소유하고 않고, 소호몰과 창고를 연결하고 통합시키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물류대행을 하고 있다.

물류업계에서 이러한 형태의 사업자는 마이창고가 유일하다. 일부 쇼핑몰 솔루션 업체에서 이 사업에 손을 댔으나, 시스템 구축이 워낙 어려워 사업을 철수했다. 마이창고 손민재 대표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1년에 걸쳐 수도권의 물류센터를 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고 한다. 2014년 8월에 법인을 설립한 후 곧바로 시스템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IMS(Inventory Management System), LMS(Location Management System) 등이 결합된 전자상거래 물류를 위한 마이창고 eWMS 1.0을 만들었다.


“많은 중소형 물류창고를 찾아가 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대부분의 창고가 특정 화주에 의존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창고에서 사용하는 관리시스템도 특정 화주만을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다품종 소량’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전자상거래 물류는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한마디로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날로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물류 시장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물류에 비해 고객당 물량이 너무 작아서 니치 마켓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이창고의 강점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다. 마이창고 eWMS1.0 은 화주용 웹 프로그램과 창고용 WMS로 구성돼 있다. 특히 화주를 위한 별도의 전용 웹 프로그램은 국내 물류업계에서는 처음이다. 화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입출고 주문과 현황 ▲택배송장번호 ▲재고 현황 ▲정산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이창고 서비스의 중요한 특징은 출고 박스당 정산이다. 다시 말해 공간을 파는 개념이 아니라 ‘작업’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관 면적이 아니라 택배용 박스 1개당 요금을 받는다. 또한 보관료도 출고 후 남은 면적, 다시 말해 실제 사용한 면적만큼만 정산하기 때문에, 한번에 수십평씩 계약하기 부담스러운 작은 온라인 셀러들도 간편하게 마이창고의 물류 서비스를 쓸 수 있다. 그래서 마이창고의 캐치프레이즈는 ‘온라인 유통을 위한 물류대행,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창고’다.

손민재 대표는 “중소형 창고업체가 소호몰을 위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마이창고는 소호몰과 창고업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판을 뒤엎다 

지난 2월 현대로지스틱스와 고고밴코리아가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다양한 오프라인 거점을 기반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고고밴코리아와 협력해 퀵서비스와 택배를 연계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도입하고, 전국 당일 배송 및 수도권 특급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고밴은 ‘정당한 땀의 대가를 누릴 수 있도록 운송기사의 일터 개선’을 주요 가치로 내걸고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오픈했다. 운송기사의 출근비, 가입비, 프로그램 사용료를 없앴다. 거리단위 표준단가도 마련했다. 고객별 맞춤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적화된 물류 솔루션을 설계하고, 고객 요구에 따라 가장 적합한 차량을 제공한다. 배송 위치 정보의 실시간 조회 및 정보 공유도 가능하다. 또한 24시간 연중무휴 서비스를 통해 사업의 유연성을 부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배송지연 등 문제가 발생하면 능동적으로 조치한다. 특히 엄격한 기사 검증과 지속적인 기사 교육 및 고객평가를 기반으로 배송오류, 사고 등의 위험요소를 줄이고 있다. 

고고밴은 온라인 몰과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이하 ‘API’) 통합을 통해 어떤 종류의 화물이라도 소비자를 위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라인 몰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했다. 

현재 다수의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고고밴의 강점은 이륜자동차부터 25t까지 폭넓은 기사들이 가입해 있다는 점이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시장은 API를 통한 주문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물량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앞으로 API를 통해 고객사들과 시스템을 통합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고고밴 관계자는 “새로운 도시의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퀵서비스 자체는 전국을 커버할 수 없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고고밴을 통해 합리적인 단가의 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 등 대기업이 이 시장에 참여할 경우, ‘앱’을 통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방식의 오픈 물류 플랫폼이다. 고고밴 플랫폼에서 다양한 3PL 및 운송회사는 자원 및 차량이 공유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고객기반의 확대, 그리고 운송자원의 효율 극대화가 가능하다. 고고밴 홍콩 본사의 경우 이미 고고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운송회사와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 


네트워크 확장으로 경쟁력 강화

“지구상에서 물류라고 할 수 있는 건 경동택배가 다 할 수 있게 됐다.” 

국내 1위 정기화물업체인 경동택배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경동택배는 지난 2014년부터 고객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특송업체 TNT와 협력해 국제특송 서비스를 시행해오고 있다. 필리핀의 물류업체 LBC와도 협약을 맺은 상태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최대 물류회사인 시노트란스유한공사 산하의 중국시노트란스산동유한회사 위해지사(이하 위해시노트란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한중간 해운(FCL, LCL), 이사화물, 일반창고, 보세창고, 냉동·냉장화물, 전자상거래, 항공익스프레스, 3PL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양사의 모든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경동택배 관계자는 “위해시노트란스와 경동택배는 각각 일반창고와 보세창고를 보유하고 있어, 한중간 물류에 있어 통합솔루션을 구축하고 원스톱서비스를 시행해 비용을 절감할 것이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운송모델을 시장에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협약에 따라 경동택배가 중국으로 보내는 물량은 중국 세관으로부터 통관업무를 위임받은 위해시노트란스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2~3시간 내 빠른 통관이 가능하고, 통관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업무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중국으로 발송되는 운송품 가운데 중량이 10kg 이하일 경우 경동택배가 관세를 대납하는 ‘관세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며, 픽업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한편 경동택배는 향후 각국의 물류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온디맨드에서 답을 찾다 

‘편리함을 부르다 띵동’ 이는 허니비즈가 운영하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앱 ‘띵동’이 내세우는 가치다. 띵동은 맛집배달 및 각종 생활심부름을 대신한다. ‘물류’는 띵동 사업의 여러 갈래 중 하나다. 

허니비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130억원 수준이다. 지난 1월에는 경쟁업체였던 ‘해주세요’ 인수를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키웠으며, IBK캐피탈, 하나금융투자 등 기관투자자와 복수의 엔젤투자자로부터 약 5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허니비즈는 3월 말 현재 450여개 지역 요식업체를 가맹점으로 계약하고 있으며, 주로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배달기사(메신저로 호칭)는 약 66명으로 이중 90%는 직영제다. 


 
허니비즈는 이 업계 후발주자로 참여했으나 ▲효율적인 관제배차 시스템 ▲메신저 및 콜센터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 ▲고객 중심 운영을 장점으로 앞세워 업계 선두기업으로 올라섰다. 허니비즈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해주세요’의 업무 노하우와 충성고객을 모두 얻었다고 평가하며, 향후 다방면에서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 지역사업자와 MOU를 체결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허니비즈 관계자는 “향후 배달 인프라를 활용한 실시간 물류서비스 및 홈서비스, 세탁 등 생활과 밀접한 O2O 서비스 영역 전반으로 공격적 확장을 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물류 시스템으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허니비즈는 이륜차 배달 인프라를 활용하여 즉시적 요구가 발생하는 상품군의 실시간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물류관리 최적화 솔루션 

물류기업의 변화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솔루션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큐빗은 기존 RFID(전자태그) 시스템보다 태그 인식거리와 인식률을 크게 향상시켰다. 큐빗의 스타시스템은 패시브 방식을 사용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솔루션으로 RTLS(실시간 위치 추적)가 가능하며, 리시버 감도가 10만배 향상돼 인식거리도 200m까지 늘었다. 

큐빗 측에 따르면 한진해운신항만은 컨테이너 부두의 각각의 게이트와 컨테이너 야드 레인에 스타시스템을 설치하고 컨테이너와 차량에 전자태그를 부착, 이력 및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해 신속 정확하게 물류 입출을 관리하게 됐으며, 터미널 운영 효율을 10~15% 높였다. 


▲한진해운신항만 컨테이너 부두

큐빗 김종우 대표는 “기존 전자태그는 거리나 장애물에 따라 인식률이 떨어졌다”며 “인식률이 높은 전자태그에 실시간 위치추적까지 가능한 스타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만 하드웨어 플랫폼 전문업체인 어드밴텍(Advantech)은 국내 디지털 물류시장에 뛰어들었다. 어드밴텍은 지난 2월 ‘어드밴텍 포커스드 파트너 콘퍼런스(Advantech Focused Partner Conference)’를 개최하고 물류 및 교통 관련 전략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어드밴텍코리아 정준교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적합한 디지털 로지스틱스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어드밴텍이 국내에 제공하는 제품은 배송차량이나 특장차, 물류창고, 항구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PC, 모바일정보단말기, 컴퓨팅박스, 차량관리솔루션 등이다. 또한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플랫폼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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