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오는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발 빠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는 지난해 11월 국제해사기구가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을 개정하면서 신설된 규정으로서 모든 수출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 선적 전 중량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해운선사 및 터미널 운영사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량결과를 미제공시 선사는 선적을 거부할 수 있기에 화주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IMO는 그동안 일부 화주들이 컨테이너 화물 선적시 실제 중량과 다른 선적 정보를 제공해 선박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을 수용해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IMO는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나머지 제도의 세부적인 이행방안에 대해서는 각 국에서 마련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 역시 작년 9월 해양수산부, 화주, 포워더, 컨테이너 터미널 운송사, 중량검증기관 등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제도 추진방안에 대해 본격 논의해 왔다. 제도 시행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기업들 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제도 시행에 관련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계근장비 제조업체인 ㈜카스 역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카스는 국내 전자저울시장의 약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규모나 기술력으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세계 10개국에서 부동의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있기에 이번 중량 검증제 시행에 카스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 사업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내 중량 검사 시장의 석권과 나가서 베트남, 태국, 인도 등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진출을 통해 장비 및 관련 프로그램 수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카스는 관련 전담팀 구성을 시작으로 중량 계근 장비 제작 및 각종 측정 프로그램, 중량 검사 결과를 선사에 전송하는 암호화 프로그램 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카스 김호열 경영기획실장을 만나 이번 제도에 대한 문제점 및 해결책 마련에 대해 들었다.
▲ 지난 2007년 1월 19일 영국해협에서 발생한 < MSC Napoli >호 사고 모습. 조사 결과 상당수의 ‘컨’ 화물이 과적 상태로 선적돼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
Q. 이번 중량 검증제 시행에 대한 카스의 입장은?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 중 최근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항 중 하나가 바로 화물 과적으로 인한 복원력 상실로 발생하는 사고다.
지난 2007년 1월 19일 영국해협에서 발생한 <엠에스시 나폴리>(MSC Napoli)호 좌초 사고를 계기로 세계선사협의회(WSC)와 국제해운회의소(ICS)가 컨테이너 중량 검사 의무제 도입을 본격 추진했다. <엠에스시 나폴리>호의 사고 원인 규명조사 결과 상당수의 컨테이너 화물이 신고된 중량을 초과했으며 결국 이는 선체 구조물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됐다고 밝혀졌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높은 비용 증대 및 불편이 따를 수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선박의 안전항해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정부 및 관련 유관기업들은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완벽히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Q. 현 ‘컨’ 장비 중량 측정 장비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저희 팀은 이번 제도 시행에 앞서 장비 인프라 구축 및 시스템 점검을 하고자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 및 인근 CY(컨테이너장치장)/CFS(컨테이너조작장) 등을 방문해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했다. 현재 전국에는 약 2340여개의 중량물 계근소가 있는데, 이번 점검 결과 거의 대부분의 중량 검사 장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대부분의 계근소가 컨테이너 화물 계근용이 아닌 농산물 및 고철과 같은 재활용물품 계근용으로 되어 있다 보니 40피트 컨테이너 화물 측정용으로는 터무니없이 작은 크기고, 또 중량 오차가 매우 큰 편이라 측정 결과에 대한 심각한 신뢰도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40t 중량의 컨테이너 화물의 중량 계근 결과 오차가 10%면 무려 4t이나 차이나게 되며 이는 아반떼 승용차의 4대분에 해당하는 오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이정도의 오차 결과가 그대로 인정돼 그대로 선적된다면 이번 제도 시행의 참된 의미는 후퇴할 것으로 본다.
Q. 얼마 전 관계기관에서 ‘컨’ 총중량 검증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했다. 문제점은 없나?
앞에서 설명한 대로 계근 장비 인프라 미비와 장비의 오차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대부분의 계근 장비는 길이가 8~10m에 불과해 길이가 12m인 40피트 컨테이너 화물을 측정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또 한편으로는 축 중량 측정 장비가 있는데 이건 컨테이너 트레일러 축 4군데에 저울을 놓고 중량을 재는 방식이다. 이 장비는 정확한 무게가 아닌 고속도로 과적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장비에 불과하며 또 계근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오차범위도 매우 넓은 편이라 수출용 컨테이너 화물 측정용으로는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컨테이너 터미널 게이트에 설치된 측정 장비와 갠트리크레인, 리치스태커 등의 크레인 장비에 설치된 계근기가 있는데 이번에 저희가 조사한 결과 많은 장비가 고장난 상태였다. 특히 크레인 장비에 설치된 계근기는 중량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과적 유무 여부를 측정하는 기기라 정밀한 중량 측정에는 무리가 있더라.
또 일부 터미널에서는 계근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 하기에 만약 선박 사고 발생 시 화주가 그 책임을 다 짊어져야만 하는 사태마저 발생할 수 있어 매우 우려되는 실정이다.
갈수록 선박의 대형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지금의 추세에서 40t 컨테이너 한 대당 오차가 5%만 되어도 1만TEU급 배 한 척에는 무려 2만t의 중량 오차가 생기게 된다. 중량 계근 장비의 오차를 줄여 나가는 게 가장 시급하다.
Q. 정부 시행령에 검증의 주체가 없다는 논란이 크게 일고 있는데?
이번에 시행되는 규정의 정식 명칭은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다. 하지만 검증제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마련한 시행령에 따르면 검증의 주체가 없다. 화주는 화물 수출시 반드시 중량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선사에 통보를 해야 하지만 그 측정 결과가 정확한지 여부를 검토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중량 검사 결과의 오류 및 문제를 검증할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의 운영기관은 기존의 항만정보 중계업자에게만 부여한다고 한 조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업무와 관계된 항만정보 중계업자는 한 곳 밖에 없다. 이 업체에서 중량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송부하라는 거다. 그럼 검증제의 원 취지인 측정한 값을 검증하는 운영기관이 전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관계기관은 운영기관을 중량 측정 및 자료 전송과 결과 검증의 두 가지 분야로 역할을 나누고, 운영은 이 두 가지 분야를 다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맡게 하거나 중량 실측 분야의 전문기관과 실측된 중량 값에 대한 검증을 위한 운영기관과 정보를 매개하는 운영기관의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Q. 정부는 전국에 운영 중인 계근소의 실태를 알고 있나?
현재 전국에 설치된 중량물 계근소는 약 2340곳으로 파악되며, 대다수가 컨테이너 화물 중량 정밀 측정 보다는 고철, 폐기물 등의 화물 중량 측정을 위해 운영되다 보니 낙후된 시설과 규격 미달로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 계근소에서는 측정 결과를 수기로 작성해 운전자에게 건네주고 있는 실정이다. 즉 측정 결과는 운전자의 요구사항에 맞게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게 작성되기에 측정값의 공신력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실정을 전혀 모른 채계근 장비 인프라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중량 검증제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시행되는 제도 아닌가. 이 문제를 간과할 경우 우리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공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에 관계기관을 면밀한 현장 점검 및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검증 대상 ‘컨’ 화물이 어느 정도 된다고 예상하나?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총 2083만TEU의 컨테이너화물을 처리했고, 그중 약 27%인 577만TEU가 수출 화물이었다.
이번에 제정된 ‘컨 총중량 검증 등에 관한 기준’안에 따르면 화주나 물류 기업 등이 ISO 9901, ISO 등을 취득하고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을 갖춘 경우 예외적으로 개별화물 무게, 화물의 고정·보호 장비, 컨테이너 자체 무게 등을 합산해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삼성전자 등을 비롯한 대기업 물량을 제외 하더라도 연간 최소 200만~300만TEU의 화물이 검사 대상이라 판단되기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만약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국가 신뢰도 하락 및 물류대란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관계기관의 깊은 관심과 만반의 대비를 요구한다.
▲ LCL화물 등 소형 화물 중량 측정용 장비 |
Q. 카스에서 마련한 대안은 있나?
우선 저희 팀은 이번 사항에 대해 총 4단계 진행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 중에 있다. 첫째 계근장비의 오차율을 줄이는 거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계근소 측정 장비의 교정과 교체를 통해 정밀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장비가 ‘컨’화물 보다는 다른 중량 화물 계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계근 장비의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둘째 중량 검사 결과의 수기 작성이 아닌 측정 결과의 EDI 전송을 비롯한 보안수단을 이용한 자동 전송 프로그램 개발이다. 앞서 말했듯이 수기 계근 결과는 오류 또는 허위 작성 가능성이 있기에 저희는 계근 결과를 암호화해 자동으로 선사나 터미널에 전송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신뢰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셋째 이번 제도 관련 정부 및 유관 기업들과의 상생을 통한 최적의 솔루션 마련이다.
저희 카스는 국내 유일의 초정밀 계근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로 자체 보유 연구소를 통해 최적의 장비 개발이 가능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의 적극적인 법안 및 규칙 마련과 정보통신 관련 기관들과의 적절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IT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아주 절호의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이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표준화를 통한 제품 및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 달성이다. 전 세계 동시에 시행되는 제도이기에 관련 유관기관 및 기업들과의 적절한 협력을 통해 한국 표준화를 만들고 관련 장비 및 프로그램의 수출을 적극 시행해 나가겠다. 저희는 전자저울을 비롯한 계근 장비를 연구개발 및 판매를 하는 기업으로서 현재 150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또 세계 유수의 지역 11곳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번 관련 장비 및 프로그램의 세계 수출에 적극 앞장서 나갈 예정이다.
Q. 이번 제도 시행에 대해 그 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이 제도는 많은 관계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제해사기구의 결정 아래 오는 7월 1일부로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과 미흡한 법령 등 아직 해결해야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최상의 방법을 모색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 아직 세계에서 본격 시행되고 있지 않은 관계로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에서 올바른 제도 및 해결안을 구축할 때 우리의 모델이 세계를 주도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한국 장비 및 시스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 보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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