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L(소량화물) 콘솔업체 그린글로브라인(GGL·Green Globe Line)은 지난 9년간 무리한 사업확장보다는 강점을 갖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익 위주의 사업을 벌여왔다. 그 결과 동종업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한 화물을 유치할 수 있었다.
GGL 홍은표 사장은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오지개발을 통해 직항(다이렉트) 콘솔 서비스를 개설한 게 회사의 양적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올해도 신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한 단계 앞선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물동량 두 자릿수 성장 일궈
지난해 GGL의 가장 큰 성과로 홍 사장은 1년 전에 비해 화물 유치량이 두 자릿수 늘어난 점을 꼽았다.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 25%의 성장을 일궜다는 점은 GGL에 큰 호재였다. 홍 사장은 해상운임이 바닥권에 머물면서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점도 수익창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GGL은 세계 각지의 탄탄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혼재 화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가리아 바르나, 칠레 아리까, 인도네시아 세마랑,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 루마니아 콘스탄자 등 직항 서비스를 필두로 경쟁력 있는 운임을 내걸며 화물 유치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먼저 시도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GGL은 직항 노선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매년 신규 콘솔서비스를 개설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20여개의 콘솔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전 세계 80개국 90여개 항에 직항 수출을, 35개국 60여개 항에 직항 수입콘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GL의 해외 에이전트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물류기업들이다. 중국 FanCheng, 브라질 MSL그룹, 인도 CP World, 일본 Marine Star 등 ‘아이 카고 얼라이언스(I Cargo AlliIance)’에 가입한 기업들과 높은 친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콘솔기업을 대표해 이 그룹의 멤버인 GGL은 1년에 4번 열리는 정례 회의에 참가해 글로벌 기업들과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공고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도약 원동력 ‘신구조화’
GGL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서비스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끝없는 도전의 결과물이었다.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이 심한 업종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GGL은 굴지의 콘솔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홍은표 사장의 사업 스타일을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생소한 지역들이 주력 서비스 노선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홍 사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본인만의 능력을 키워낼 수 있는 무대를 직원들에게 마련해 줬다. 홍 사장은 신규 서비스 지역에 대한 기획부터 실행, 해답을 도출해내는 모든 과정의 아이디어를 직원들로부터 받는다. 임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과감한 도전은 GGL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원칙만을 고수하게 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죠. ‘무엇을 해라’, ‘무엇을 하지 말라’는 상의하달식의 강압과 주입이 아닌 직원들 스스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아이디어를 받고 있어요.”
GGL은 베테랑 직원들과 신입사원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경력보다는 신입직원을 채용한 신구(新舊)의 조화가 눈에 띈다. 홍 사장은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경륜과 패기를 아우른 ‘신구조화’식 인적 변화로 불확실한 미래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GGL 임직원들은 미국 사이판에서 닷새간 연례회의를 가졌다. 지나간 한해의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 전망과 사업목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홍 사장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사무실이 아닌 탁 트인 공간에서 넥타이를 풀면 창의력이 솟고, 사고가 유연해지죠. 회의석상이 아닌 장소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하면서 직원들과 얘기하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옵니다. 요즘 신입 사원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임원)보다 더 유연하고 개방적이라 사업개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 홍은표 사장은 콘솔기업들의 실화주 거래와 마이너스 운임 영업이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이너스운임 영업은 시장 망가뜨리는 주범
홍 사장은 건전한 물류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가장 먼저 마이너스 운임이 담긴 전단지를 뿌리는 포워딩 업체들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무차별적으로 고객사에게 이메일이나 팩스로 마이너스 운임을 제시하다보니 결국에는 시장환경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극소량의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시장운임 수준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봅니다. 찌라시(정보지) 뿌리기로 화주들이 순순히 올 걸로 알고 있는데 화물영업이라는 게 직접 본인이 발로 뛰면서 고객과의 친밀도와 유대감을 쌓으며 유치할 수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운임이 싸면 화물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경쟁사들의 운임만 떨어뜨리는 악영향만 초래하게 됩니다.”
콘솔사와 중소 프레이트포워더의 상생 환경조성도 물류업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거론됐다. 홍 사장은 높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실화주와 거래하는 콘솔사들을 비난했다. GGL 뿐만 아니라 몇몇 대형 콘솔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중소포워딩 업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을 남기기 위해 포워더를 제쳐두고 실화주와 직접 거래하는 것은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그는 국내 굴지의 포워더들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 승부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우승상금을 얼마 더 받겠다고 고교리그에서 뛰는 그런 상황과 비슷한 경우 아닙니까. 그러면 더 클 수 있는 중소 포워더들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도 신시장 개척에 주력
“포워딩 업체가 너무 많아 100여개로 정리될 것이라는 소문은 예전부터 돌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업체수가 늘었고, 현재 약 5000곳의 포워딩 업체가 영업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도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포워딩업계 전망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홍 사장은 세계적인 불황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업체 간의 경쟁까지 겹쳐 올해는 지난해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은 물류업계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홍 사장은 과거의 영업방식이나 수익모델을 고수하고 있는 업체에게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신시장을 개척해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다. “높은 환급금으로 버텨왔던 중소형 포워더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우직히 자기 길을 걷는 회사들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생존경쟁은 포워딩 시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화물량이 크게 늘지 않는 이상 포워딩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는 건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홍 사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올해도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지역을 대상으로 올해도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뉴트럴 NVOCC(무선박운송인)로서 실화주 영업을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며 올해도 큰 성장을 이뤄 나가겠습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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