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1 10:16

드론, 물류를 등에 업다

인터뷰/ 헬셀 장성기 사장
'신드론' 설립으로 국내 기술력 강화

대기업 물류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장성기 사장은 2011년 돌연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제가 리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장 사장은 1993년부터 물류를 평생의 업으로 알고 무던히도 노력을 기울였다. 연간 7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영업능력도 뛰어났다.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계기는 2006년 드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2005년부터 국내에서 드론 판매사업을 하던 동생을 돕기 위해 해외에서 직접 드론을 수입했고, 물류기업에 근무하면서 익힌 노하우 덕분에 제품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밤잠을 줄여가며 사업을 준비했어요. 그렇다고 회사업무를 소홀히 했던 건 아닙니다. 매년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팀장까지 올라갔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조직을 이끌면서 회사에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선 100% 조직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했어요.”

2011년, 회사를 나온 뒤로 장성기 사장은 본격적으로 헬셀의 체계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가장먼저 조직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인적자원에 대한 쇄신이 절실했다. 직원들에게 회사를 다녀야하는 동기를 부여했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내부 시스템 정착을 위해 전산화를 추진했다. 매출액도 크게 올랐다. 2012년 8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액은 2013년 24억원, 2014년 52억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의 영업 전략이 매출로 직결된 셈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85억원으로 잡았는데, 상반기에만 49억원을 벌어들였다. 

“조금 더 욕심내면 100억대 매출액 달성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직원도 20명으로 늘었고, 최근에는 661㎡ 규모의 사옥도 매입했어요. 드론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제작의뢰를 해요. 이 때문에 올 8월 전라북도 전주에 전북지주회사 형태로 ‘신드론’이란 자회사 법인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드론의 생명줄 ‘배터리’

드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배터리다. 현재 대다수 드론은 리튬 전지 중 폴리머계열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폴리머는 안정성과 순간 출력이 높아 비행 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담을 수 있는 전류량이 제한돼 비행시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크기 1m, 전비중량 9kg 가량의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10~15분 정도에 불과하다.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배터리를 추가로 부착하면 되지만 물품을 탑재할 수 있는 공간과 무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결국 해결해야 할 숙제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다. 현재 캐나다의 A회사는 드론을 연구소 내에서 3시간 동안 테스트 비행한 기록도 있다. 최근에는 탑재 중량을 늘리고, 오래 비행할 수 있는 구조설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불과 0.1도의 미세한 날개 각도 차이가 총비행시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한 부분까지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적의 조합으로 많은 중량을 탑재하고 오랜 비행 시간을 지닌 비행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100g, 200g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배터리의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게 절감도 중요하기 때문에 대다수 드론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외형을 제작합니다.”

드론, 물류를 만나다 

드론의 비행시간이 증가하면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특히 물류기업도 드론을 활용해 물류비 절감에 나설 수 있다. 도서산간지역 또는 섬으로 배송되는 택배가 대표적인 예다. 드론을 활용하면 택배기업이 공차상태로 불필요한 주행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곧 택배운임 하락과 운영비 절감으로 연결된다. 드론의 컨트롤 범위 또한 제약이 사라지는 추세다. LTE망을 활용한 컨트롤도 논의된다.

“우리나라의 장점은 LTE망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LTE망이 드론에 접목되면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비행 항로와 비행 고도를 정하고 규칙적으로 비행을 진행한다면 LTE망 이용에 따른 명령지연 현상을 극복할 수 있고, 위급한 상황에서 드론을 수동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구축하면 비행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드론은 소형화물 운송에서 접목 가능성이 높다. 드론은 종류에 따라 기체 무게나 크기가 상이하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드론은 1m20cm 크기에, 10kg의 화물을 적재한 상태로 비행할 수 있는 형태다. 근래에는 우편물 배송이 많이 줄었지만, 소형화물을 운송할 때 드론의 활용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산업 외에도 드론은 다양한 산업에 활용가능하다. 3차원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접목시켜 농작물 작황현황을 모니터링해 관련 장비와 연계시켜 정밀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열화상 카메라를 부착해 화재를 감지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인터넷 보급률이 저조한 지역상공에서 장시간 비행함으로서 기지국 역할도 수행 할 수 있다. 드론시장이 ‘블루오션’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헬셀 장성기 사장(가운데)과 직원들

풀어야 할 과제들

드론은 활용 범위가 폭넓은 만큼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된다. 먼저 안전에 대한 우려다. 드론을 도심지에서 활용하기 위해선 확실한 안전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또 드론을 비행할 수 있는 지역을 구분시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부엌칼이 때로는 흉기로 변하기도 합니다. 드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합니다. 드론 자체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점은 이제 많이 해결됐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인 비행체와 공역이 겹치는 부분입니다. 헬리콥터의 공역이 150~300m인데,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범위가 1km 내외로 언제든지 공중 충돌이 가능한 범위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별 공역을 설치해야 하는데, 여러 기관과 이해관계인이 많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허나, 도심지역을 벗어난 교외지역에선 드론의 활용범위가 높은 만큼 특별 공역 설치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재가 기업의 힘이다  

헬셀의 목표는 드론이라는 화두가 던져지면 자연스럽게 ‘헬셀’이 떠오르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연구개발 및 제조를 수행하는 신드론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도 나설 계획도 밝혔다. 결국 이러한 경영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장 사장이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이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이다. 

“인재가 곧 기업의 힘입니다. 저희 회사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자부심이 있어요. 저희가 국내 드론업체 가운데 1위거든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많죠. 앞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정형화해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겁니다.”

장성기 사장은 평생직장은 없다고 말한다. 장 사장 본인도 직장을 많이 옮겼고, 그래서 조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그는 드론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 조직원 개개인이 원하는 업무를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구축에 대해서도 특별히 강조했다. 헬셀의 거래처는 약 200여 곳이다. 그들이 헬셀을 믿고 거래하는 이유는 서로 간의 신뢰 때문이다. 자신이 말한 바에 대해선 지켜야 한다는 장성기 사장의 신념도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희는 자사의 수익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헬셀은 함께 일하는 거래처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시키는 것이 아닌 시장 규모 자체를 확대시킴으로써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거래처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이는 신뢰 관계가 기반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헬셀은 저변확대를 위해 각종 드론관련 대회나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드론 관련 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장성기 사장이 모형항공협회 이사직을 겸임하며, 다양한 정부부처 회의에 참석하는 이유도 결국은 헬셀의 저변확대와 국내 드론산업을 한 단계 성숙시키겠다는 의도다. 드론 1인자 헬셀호가 순항해 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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