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1 12:19

​LG상사, 범한판토스 업고 날개 달까

범한판토스, 글로벌 통합 물류시스템 구축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면서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상사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범한판토스의 지분 51%(102만주)를 314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LG상사가 인수하지 않은 지분 49% 가운데 31.1%는 LG상사 구광모 상무를 비롯한 LG그룹 개인 주주가 추가로 인수하고, 기존 최대주주인 조원희, 구본호씨는 지분 14.9%만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LG상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원 및 산업용 원자재 트레이딩 사업에서 물류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물류 기능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LG상사는 범한판토스를 자회사로 운영하며 범한판토스의 해외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컨테이너 물류 중심에서 자원 및 원자재 등 벌크 물류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증권업계 내에서는 범한판토스가 현대글로비스와 비슷한 형태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한판토스가 LG상사에 인수됨에 따라 캡티브 물량이 현대글로비스 수준(80%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함에 따라 지배주주 순이익 개선은 기존 대비 20%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LG상사의 시장 컨센서스 순이익 1178억원, 범한판토스 매출액 2조원, 순이익률 2.9%(매출액, 순이익률 모두 직전 6개년 평균치)를 가정하고, 인수금액 3147억원에 대한 기회비용(금리 2%)을 감안한 결과다. 이는 합병 시너지를 감안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실적 개선 폭은 확대될 여지가 있다.
 
LG상사는 석탄, 석유를 비롯한 E&P(Exploration&Production)부문이 전체 세전이익의 70%를 차지하는데, 석탄을 비롯한 상품가격 약세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세전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LG상사 측은 상품가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완충시키기 위해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트레이딩 프로젝트 사업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범한판토스의 물류사업 역시 이러한 전략에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는 범한판토스의 상장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현대글로비스와 마찬가지로 해상운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전명훈 평가위원은 “금번 매매계약 체결은 해외 네트워크 및 고정거래처 확충, 사업다각화를 통한 위험분산 등 양사의 사업경쟁력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해외거점 통합 등을 비효율성 제고, 트레이딩 물량증가에 힘입은 교섭력 강화, 수직계열화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 등 회사의 수익창출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는 범한판토스 인수에 따른 사업안정성 강화 및 단기적인 현금흐름 저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상황에서는 이번 인수계약 체결이 회사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상기 지분의 취득 예정일자는 현재 미정인 상황이며, 관련 법령에 따른 국내외 기업결한신고 등의 영향으로 계약 종료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범한판토스, 글로벌 역량 ‘충분’
 
범한판토스의 글로벌 역량도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가트너가 발표한 세계 12대 글로벌 물류기업 부문 ‘매직 쿼드런트(Magic Quadrant Report)’에 2년 연속 선정됐다. 가트너는 물류 부문의 선정 기준으로 사업 내용 및 활동 국가의 다양성, 즉 글로벌 종합물류 역량 등을 평가 항목으로 삼았다.
 
가트너는 ‘40개국에서 184개국에서 184개의 폭넓은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갖춘 범한판토스가 양질의 서비스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높은 고객만족도를 이끌어 내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물류시장에서 강한 경쟁력과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벌크선 운송방식을 도입해 대형 해저케이블을 수출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범한판토스 측은 해상 운송을 위해 벌크선의 일종인 선미 개방 램프형 중량화물 운반선(MPC)을 이용했다. 해저케이블을 자항선이 아닌 벌크선으로 운송한 것은 범한판토스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사례이며, 해외에서도 찾아보긴 힘든 획기적 방식이었다.
 
범한판토스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해상 운송시간을 기존의 자항선 이용시 대비, 최대 최대 3분의1 이상 단축시키고 화물선의 정박, 선적과 하역, 환적에 필요한 소요 일수를 대폭 감소시켰다. 이를 통해 운송비용도 약 40% 이상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자원 및 산업용 원자재 트레이딩 사업에서 물류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LG상사의 전략과 범한판토스의 노하우가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범한판토스의 사업영역도 기존 컨테이너 물류 중심에서 벌크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범한판토스는 지난 2013년 글로벌 통합 물류시스템 ‘Pantos GSI’의 구축을 완료하고, 국내 및 해외 전 업무현장에서 동시에 오픈하는 이른바, ‘빅-뱅’ 방식을 본격 가동했다. 이를 통해 범한판토스 본사와 해외 법인·지사·물류센터 등 총 164개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표준화된 프로세스 및 데이터 기반의 글로벌 단일 시스템 환경을 갖췄다. 물류기업이 대단위 단일화된 글로벌 통합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한 사례는 범한판토스가 업계 최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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