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8 10:10

여울목/ 정책금융은 국적선사 지원에 초점 맞춰라

●●●해양금융종합센터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본격적인 해양금융 업무를 시작한 지 3개월이 흘렀다. 해양금융종합센터는 통상마찰 소지가 있는 선박금융공사를 대신해 정부에서 내놓은 대안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의 해양금융조직이 통합해 설립된 센터는 국내 해운, 조선, 해양플랜트, 해양기자재 등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금융을 담당한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출범 이후 국내 해운업계는 정책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선박금융의 혜택을 체험했다. 대한해운은 대한조선에 발주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4척의 건조자금 조달을 위해 23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 계약을 산은 수은과 체결했다. 흥아해운과 동아탱커가 각각 1척과 2척 발주한 18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도 수출입은행에서 선박금융을 지원한다. 두 사례 모두 해운-조선-금융간 협업을 통한 성공사례다.

하지만 굵직굵직한 금융지원이 대부분 외국계 선사를 향한다는 건 국내 해운업계로선 썩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해양금융종합센터가 문을 연 이후 처음 알린 지원 사례는 그리스 선사였다. 수은과 무보는 지난 10월 현대중공업과 총 6억8000만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 8척을 구매 계약한 그리스 오션벌크 컨테이너에 각각 1억7000만달러의 선박금융을 제공키로 했다. 한화로 총 3700억원을 웃도는 대형 금융거래다. 무보는 한 달 뒤엔 미국계 선사인 스코피오벌커스에도 1억6000만달러의 선박금융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조선소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외국 선사에 대규모의 대출을 서슴지 않는 정책금융의 행태가 해양금융종합센터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은 씁쓸하다. 최근 몇 년 간 국내 정책금융은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에 16억달러를 제공한 것을 비롯해 스위스 MSC, 노르웨이 골라LNG, 아랍권 선사 UASC, 미국 스코피오탱커스, 캐나다 티케이, 칠레 CSAV, 스웨덴 스테나, 그리스 오셔너스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해외 선사 지원에 나섰다. 수출입은행만 놓고 볼 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국적선사에 대한 지원은 7억달러에 그친 반면 외국선사에 대출해준 자금은 무려 6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산업 발전과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책금융기관들마저 최근 해운 불황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국내 해운사보다 덩치가 크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외국선사들을 선호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수은이 다시 한번 선박금융을 놓고 입길에 올랐다. 수은이 추진 중인 ‘에코쉽펀드’ 때문이다. 에코쉽펀드는 수은이 25%, 국내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75%를 출자해 펀드를 조성한 뒤 해운기업의 친환경 선박 신조에 투자하는 구조다. 펀드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른다. 헌데 이 펀드마저도 지원의 방향이 국적선사보다 해외선사를 향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해운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급기야 한국선주협회는 17일 수은에 에코쉽펀드를 외국선사보다 국적선사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 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조선산업 지원이란 명분으로 국내 정책금융이 제공한 선박금융을 등에 업고 외국선사들이 에코선박으로 무장하는 사이 국내 양대 정기선사들의 경쟁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건의서 제출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1만8000TEU급 초대형 에코선박을 앞세워 2M이란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세계 정기선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장기수송계약이 체결된 벌크선과 LNG선 등 알짜 사업을 모두 내다파는 등 생존을 위한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코쉽펀드는 국내 해양산업 발전을 위해 도입되는 금융상품이다. 그렇다면 세계 시장에서 싸우고 있는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여져야 하는 게 옳다. 정책금융기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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