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7 15:28

논단/ 포장당 책임제한과 선하증권상 지상약관, 준거법약관 및 헤이그규칙상 책임제한액의 통화단위

최근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106058 판결)을 중심으로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 변호사/법학박사
<11.10자에 이어>
2. 대법원 2014년 6월12일 선고 2012다106058 판결

가. 사실관계

위 대법원 판결이 적시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소외 주식회사 에스앤티(이하 ‘에스앤티’라고만 한다)는 소외 피티. 구나누사 우타마파브리카토스(PT. GUNANUSA UTAMA FABRICATORS, 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게 공랭식 열교환기 등(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수출하기 위해 2009년 12월경 피고와 이사건 화물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했다.

(2) 피고는 2010년 1월9일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고, 송하인 에스앤티, 수하인 소외 회사, 선적항 대한민국 부산항, 양하항 인도네시아국 자카르타로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한 후 부산항에서 자카르타까지 위 화물을 운송했다.

(3) 이 사건 화물은 운송과정에서 운송인인 피고의 과실로 4포장단위에 포함된 59,150달러 상당의 화물이 손상됐고,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손해보험사인 원고는 2011년 1월28일 피보험자인 소외 회사에게 보험금 미화 62,747.47달러를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4)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에 따르면, 선적지국가나 도착지국가에서 「1924년 8월25일 브뤼셀에서 성립된 선하증권에 대한 규정의 통일에 관한 국제협약에 포함된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s of Landing, dated Brussels 25 August 1924, 이하 ‘헤이그규칙’이라 한다)」 을 입법화하지 않은 경우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운송계약에 관해 헤이그규칙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국은 모두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았다.

나. 원심판결 요지

위 대법원 판결이 설시한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다.

원심은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제한은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에 따라 헤이그규칙이 정한 바에 의하고,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은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을 영국화 100파운드 내지 이와 동등한 가치의 다른 통화로 제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헤이그규칙의 시행 이후 항해기술의 발달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책임한도액이 저가라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1968년에 브뤼셀에서 수정된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as Amended by the Brussels Protocol 1968, 이하 ‘헤이그-비스비 규칙’이라 한다)」 을 새로이 제정하게 됐다는 점, ② 영국의 금약관협정에서 책임제한액을 영국화 200파운드로 했다가, 다시 영국화 400파운드로 인상한 점, ③ 헤이그규칙 제9조에서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헤이그규칙 체결 당시의 금본위제도하에서 통화단위가 금화라는 당연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 소정의 ‘영국화 100파운드’의 의미는 금화가 아닌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따라서 이는 상법이 정하고 있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감경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799조 제1항 에 따라 효력이 없으나 책임제한약정자체로는 효력이 있는 것이므로, 결국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은 상법 제797조 제1항, 제2항 , 제795조 제1항 에 따라 포장당 666.67계산단위의 범위로 제한된다고 해 원고의 이 사건 청구액 72,393,339원 중 상법상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인 4,808,690원[4포장×666.67계산단위×1,803.25원(2011. 10. 19. 기준 환율)]만을 인용했다.

다. 대법원 판결이유

위 대법원 판결의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 제9조 제1문은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규정함에 있어 당시 영국 통화인 ‘파운드(pound sterling)’를 사용하면서 이것을 금가치(gold value)에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는 헤이그규칙 제정 당시 금본위를 채택하고 있던 영국의 통화를 금가치표시의 기준으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여기서의 파운드(pound sterling)는 금화 파운드(gold value pound)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후 1931년 영국에서 파운드의 금태환(金兌換)이 정지됨으로써 그때까지의 ‘pound sterling’이라는 화폐단위는 존재하지 않게 됐고, 그 이후부터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pound sterling’의 계산은 영국 주화법(Coinage Act 1870)에서 금화에 요구하는 금의 함량과 순도를 기준으로 그 가치가 정해졌다. 이처럼 헤이그규칙상의 ‘100 pounds sterling’을 금화 100파운드에 들어있는 금의 가치라고 보는 이상 이를 현재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100파운드의 가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2) 화폐단위로서 영화(英貨) 파운드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헤이그규칙의 체약국들은 헤이그규칙 제9조 제2문에 따라 영화 파운드로 표시된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자국의 화폐단위로 환산하는 권리를 유보하고 있었는데, 실제 각국의 물가상승으로 자국통화로 환산한 책임제한액들의 가치가 하락해 더 이상 실제의 손해를 배상해 주는 금액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됨으로써 책임제한액을 인상해야 할 필요가 발생했다. 따라서 이러한 책임한도액을 인상할 필요에 따라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도입됐다는 사정을 근거로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100 pounds sterling’이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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