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9 16:04

기획/ 2만TEU ‘컨’선 시대를 준비하는 선사들의 자세

MSC, 1만9000TEU급 선박 잇따라 장기 용선
선복 채우려 공동운항 강화

●●●동서 항로가 올해 들어 순항 중이다. 아시아발 유럽 노선의 운임이 1000달러 대를 유지하고, 북미 동안 노선 역시 8월 들어 40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월말로 갈수록 월초 운임인상(GRI) 효력이 떨어지지만 선사들은 매달 GRI를 시도하며 운임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시황의 최대 걸림돌은 선복량이다. 이제 1만8000TEU급을 넘어 ‘2만TEU’급 컨테이너선 시대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선사 MSC는 1만9000TEU급 선박을 장기 용선 형태로 발주하면서 머스크라인과 함께 대형 선박의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유럽·북미, 9월 GRI와 함께 ‘순항’

지난 8월 15일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북유럽 노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198달러를 기록했으며 일주일 후인 22일에는 TEU당 1106달러로 10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상하이-지중해 노선 역시 8월 15일 TEU당 1524달러에서 22일 TEU당 1427달러로 100달러 가량 내리막길을 탔다.

내려간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사들은 GRI를 속속 발표했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오는 9월1일부터 아시아-북유럽, 아시아-지중해 노선에 TEU당 550달러의 GRI를 실시한다. 홍콩선사 OOCL 역시 9월 1일 TEU당 675달러의 GRI를 예고했다.

8월 마지막주 들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유럽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올해 운임이 지난해보다 양호하다고 말하고 있다. 올리면 곤두박질 쳤던 지난해와는 달리 1000달러 이상의 운임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항로보다 하락폭은 작지만 북미항로 운임 역시 다소 떨어졌다. 상하이-북미서안의 8월 15일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109달러에서 8월 22일 FEU당 2044달러로 다소 하락했다.

상하이-북미동안 역시 8월 15일 FEU당 4178달러에서 일주일 후인 22일에는 FEU당 4161달러로 떨어졌다. 월말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지만 두 노선 모두 상당히 양호한 운임수준을 보이고 있다. 북미 동안 노선에서 3주 연속 4000달러대의 운임을 기록한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북미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9월 GRI를 준비중이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은 오는 9월 1일자로 FEU당 600달러의 GRI를 권고했다.

호주항로의 운임은 600달러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의 8월 15일자 운임은 TEU당 692달러로 집계됐다. 일주일 후인 22일 운임은 TEU당 656달러로 더 떨어졌다.

호주항로는 3분기 들어 세 달 연속 GRI를 시도하고 있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9월 1일 GRI는 연간 계획에 포함된 것이나 저조한 물량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편 CMA CGM은 아시아-호주 노선에서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 OOCL, PIL과 공동 운항을 할 예정이다. 이번 공동 운항은 11월 초 상하이항부터 시작되며 선사들은 4250TEU급 선박 7척을 투입한다.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선복량 탓에 운임 하락을 맛본 아시아-호주 항로에 이번 공동 운항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시아-중남미 노선의 운임은 변동폭이 심하다. 8월초 만해도 상하이-브라질 산토스항 운임은 TEU당 1700달러대였지만 지난 8월 15일 1609달러로 하락했다. 여기에 일주일 후인 22일에는 1406달러로 떨어졌다.

동서항로의 운임이 지난해보다 양호한 것은 물동량이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가 집계한 올 상반기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수출 항로의 물동량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아시아-유럽 수출 노선은 총 7506만492TEU를 처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북미 수출 노선은 6991만126TEU로 5.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기선사, 4~5년 내 선복량 급증으로 위기 맞을 것”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선복량 증가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넘어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1만92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이 선복량 기준 세계 2위 선사인 MSC에 장기 용선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선주사 스콜피오 그룹은 1만92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스콜피오는 선박 발주와 동시에 MSC와 15년 간의 나용선(BBC) 계약을 체결했다. 스콜피오는 신조선을 2만TEU로 크기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것으로 알려져 시장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교통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수주한 1만9천TEU급 선박 5척 역시 MSC와 장기용선계약을 맺었다. 이 선박들은 내년 7월부터 2016년까지 차례로 인도된다.

MSC의 발주로 덴마크 선사 머스크라인과 결합한 ‘2M’은 대형 선박을 다수 확보하게 됐다.

1만TEU급 선박의 대거 확보로 MSC는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공동 운항을 하게 될 파트너 머스크라인과의 선대 균형을 맞추게 된다. 현재 기항하고 있는 최대 선박은 머스크라인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머스크라인은 1만8270TEU급 ‘트리플 E’를 20척 운항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 차이나쉬핑이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1만84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차이나쉬핑은 이 신조선을 올해 11월 인도받을 예정이다. UASC 역시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1만8000TEU급 선박 5척의 인도를 오는 연말부터 내년 중반까지 차례로 앞두고 있다.

선사 관계자들은 선복량 증가에 대비해 정기선사들이 휴항과 공동 운항을 통해 선복량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동서 항로를 취항하는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선복량이 늘었지만 선사들이 적절하게 결항을 하며 수요와 공급을 잘 맞춘 것이 운임 유지의 원인”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선사들이 급증하는 선복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맷집’이 생겼다는 게 양호한 운임의 비결이라는 것.

그러나 일부 선사 관계자들은 휴항과 공동 운항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라인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정기선사들이 4~5년 이내에 선복량 급증에 따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최근 들어 아시아-북유럽 노선의 물량 호조로 선사들이 낙관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선사들이 수주한 선박의 20%만이 투입됐을 뿐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머스크라인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1만8000TEU급 ‘트리플 E’를 모두 인도받은 후 2017년까지 선박 발주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라인 측은 양호한 실적의 원인으로 추가 선박 발주를 하지 않은 점을 꼽기도 했다.

올 2분기 머스크라인의 실적은 영업이익(EBIT)이 5억6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억6700만달러보다 17% 증가했다. 매출액은 69억2백만달러로 지난해 66억5100만달러보다 4% 성장했다. 머스크라인의 양호한 실적은 머스크그룹 전체의 호실적을 이끌기도 했다.

올 2분기 머스크그룹의 영업이익은 23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8억5600만달러에서 169% 급증했다. 매출액은 119억4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16억8700만달러보다 2% 증가했다.

2M, “중국 승인, 더 이상 불필요”

1만TEU를 넘는 대형 선박이 아시아-유럽 항로를 중심으로 속속들이 투입되면서 선복을 채우기 위한 공동 운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지난 7월 10일, 중국 상무부의 승인 거부로 좌절된 P3 네트워크를 대신해 머스크라인과 MSC는 새로운 형태의 선복공유협정(VSA)인 ‘2M’을 결성했다. 이미 P3 네트워크로 한 차례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한 전력이 있는 두 선사는 2M이 P3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는 걸 수 차례 강조했다.

두 선사는 최근 2M 결성에는 중국과 유럽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놨다. 머스크의 최고 경영자(CEO)인 닐스 안데르센은 로이즈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2M의 노선은 P3보다 간소화됐으며 선사 자체 검토 결과, 유럽항로의 반독점법에 위배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중국은 반독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메르세데스 벤츠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상대로 엄격한 조사를 취하며 제재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이는 자국 기업의 보호와 함께 중국 내에서 점차 점유율을 넓혀 가는 외국 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P3 네트워크가 중국 상무부에 의해 승인이 거부된 것 역시 대형 유럽 선사에게서 자국 해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도 있었다.

닐스 안데르센은 중국이 2M에 대해 해운 시장에서의 반경쟁 행위를 의심하고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률상 서비스를 거부하기 위한 정확한 범위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2M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2M의 경우 P3와는 달리 각 선사가 선박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P3처럼 합병으로 간주할 수 없어 반독점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 P3 승인 거부로 중국에게 쓴 맛을 본 적이 있는 두 선사는 연이어 투입될 1만8000TEU급 이상의 선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번 공동 운항을 꼭 성사시킨다는 강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P3의 좌절로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은 CMA CGM의 경우 1만8000TEU급 선박을 발주해 놓은 차이나쉬핑과 UASC와의 협력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세 선사 역시 공동운항을 통해 선복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사들의 대형 얼라이언스 결성은 계속 확대되며 동시에 얼라이언스에 속하지 않은 선사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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