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최근 수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세계 첫 2만TEU 컨테이너선 시대를 열지 관심이 쏠린다. 신조선은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메디터레이니언쉬핑(MSC)에 장기용선될 예정이어서 컨테이너선 시장의 주도권 변화도 예상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나코에 본사를 둔 선주사인 스콜피오(Scorpio) 그룹은 1만9200TEU급(공칭) 컨테이너선 3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신조 계약엔 옵션 3척이 포함돼 있어 선박 발주량은 최대 6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콜피오는 지난 2년 간 탱커선과 벌크선 위주로 선대를 늘려 왔다. 모나코 선주사가 지금까지 발주한 탱커선과 벌크선은 공식적으로 100척을 넘어선다. 스콜피오탱커스가 탱커선 43척을, 스콜피오벌커스가 벌크선 74척을 각각 발주해 놓고 있다. 탱커선 법인은 올해 들어서만 신조선 15척을 새롭게 인도받으며 선대를 31척으로 늘렸다.
이런 가운데 스콜피오가 2만TEU 수송능력의 컨테이너선 신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로이즈리스트 등 외국 해운 전문 언론을 통해 최근 보도되면서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그동안 발주를 주도해온 탱커선 및 벌크선 법인과는 별도로 총 8척(옵션 4척 포함)을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신조선은 일약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선박 크기는 당초 예상보다 한 등급 아래였다. 선박 척수도 2척이 줄어들었다.
신조선 사이즈가 예상보다 작아졌다고 하지만 세계 최대선박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현재 운항하고 있는 선박 중 최대 크기는 트리플E(EEE) 클래스로 불리는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트리플E 선박은 최대 1만827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
중국 차이나쉬핑(CSCL)이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공칭 1만8400TEU급이다. 추후 1만9000TEU로 크기를 늘렸지만 스콜피오가 발주한 신조선에 다소 뒤진다. 차이나쉬핑은 올해 11월 첫 초대형 신조선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스콜피오가 선박 크기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계약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처음 알려진 것처럼 2만TEU 규모로 선박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독보적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자 첫 2만TEU 선박 출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신조선은 머스크라인과 2M이란 이름의 제휴그룹(얼라이언스)을 결성한 스위스 MSC에 장기용선될 예정이다. 스콜피오는 선박 발주와 동시에 MSC와 15년 기간의 나용선(BBC)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MSC는 트리플E 선박들과 짝을 이뤄 운항선대를 구성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P3네트워크(머스크라인, MSC, CMA CGM)가 지난해 10월 미국연방해사국(FMC)에 제출한 선복공유협정(VSA) 신고서에도 1만9200TEU급 선박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머스크라인은 20척의 트리플E 선박을 운항 중이다. 반면 MSC는 1만6000TEU급 선박이 최대 선형이다. 영국 선주사인 조디악으로부터 장기용선한 1만6000TEU급 선박 6척 중 첫 호선을 지난달 인도받았다. MSC는 STX조선해양에서 건조되고 있는 이 선박들을 10년간 빌려 쓸 예정이다.
MSC는 1년 후에나 1만8000TEU 선박을 수중에 넣게 된다. 중국 민생(民生)리스가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1만8000TEU급 초대형선 6척이 그것이다. MSC는 이들 선박을 17년간 장기 용선했다. 이 계약 역시 BBC 방식이다. 신조선은 2015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MSC 선대에 편입된다.
스콜피오의 경우 BBC 계약을 통해 막대한 양의 탱커선과 벌크선이 인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컨테이너선 운영 법인을 설립하지 않을 계획임을 내비쳤다.
1만9200TEU급 신조선의 가격은 척당 1억5300만달러(약 1563억원)로 파악된다. 3척의 선가는 총 4억6000만달러(약 4700억원)에 달한다. 20피트 컨테이너(TEU) 1개 선복당 가격은 8000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MSC가 민생리스에서 용선하는 선박(7830달러)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선박 인도시기는 2016~2017년 사이다. 2년 후 2만TEU 컨테이너선 시대가 열릴지 지켜볼 일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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