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경제팀 출범과 함께 선박은행(Tonnage Bank) 도입 소식이 시장에 타전됐다. 해운보증기구에 선박은행 기능이 제외되자 해운업계가 대안으로 제시한 캠코선박펀드(구조조정펀드) 연장안이 금융당국에 수용된 것이다.
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자체 계정을 활용해 선박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선박은행을 도입키로 했다. 또 민간펀드가 선박을 사면 해운보증기구가 이를 후순위 보증하는 방식도 선박은행의 한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전체 조성금액은 1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선박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운영됐던 캠코선박펀드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적선박의 해외 헐값 매각을 막고 선사들의 유동성 해갈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제도다. 지난 2009년 도입된 캠코선박펀드는 총 33척의 선박을 매입했다. 한진해운 17척을 비롯해 현대상선 4척 대한해운 4척 흥아해운 3척 동아탱커 3척 장금상선 1척 대보인터내셔널쉬핑 1척 등이다.
4700억원의 구조조정기금이 후순위금융 방식으로 선박매입에 투자됐다. 선가로 따져 선사들에게 지원된 금액은 1조700억원에 이른다. 17척의 선박을 캠코펀드에 맡긴 한진해운이 가장 큰 혜택을 봤다. 국내 최대선사의 경영난 개선에 선박은행이 혁혁한 기여를 한 셈이다.
해운업계는 선박은행 도입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선주협회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선사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벌크선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운불황은 심각한 상황이다. 3월 중순께 3만5000달러대에 이르던 케이프사이즈 일일 용선료는 현재 8500달러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1만4000달러대가 연중 고점이었던 파나막스 용선료는 4000달러대로 떨어졌다.
선사들은 대선을 줬던 선박들이 계약기간이 끝나고 반선되는 데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운임이 4분의 1토막 났기에 현재의 운임을 기준으로 재계약을 할 경우 적자경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선사들은 시장 부진이 이어질 경우 긴급처방책으로 선박은행에 배를 맡겨 경영난을 타개하겠다는 심산이다.
선박은행 도입이 확정되자 톤세제 연장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톤세제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를 끝으로 소멸된다.
지난 2005년 도입돼 10년 동안 해운산업 발전의 한 축이 됐던 톤세제 연장 논의는 <세월>호와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해운기업들은 톤세제가 소멸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보증기구 자본금 출자를 위해서도 톤세제 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통상 마찰 해소와 수혜자 부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민간에서 50% 이상을 출자토록 할 방침이다. 연내 설립될 해운보증기구의 자본금 5500억원 중 민간 출연분으로 2800억원이 설정됐다. 해운업계는 선주협회를 중심으로 톤세제로 혜택을 본 수익 일부를 해운보증기구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톤세제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해운보증기구 민간 출자분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톤세제 폐지는 파나마나 리베리아 마셜제도 등 조세 부담이 적은 편의치적국으로의 국적상선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해운보증기구나 선박은행 등으로 해운업을 기껏 지원하고도 한국 해운력 약화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선박은행을 도입키로 방침을 정했지만 톤세제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세월>호 사고로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추스리고 무엇이 한국 경제와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지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한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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