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0 10:15

여울목/ 물류인증제 범람 지나치다

물류기업들은 그야말로 인증제 홍수 속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물류산업에 도입된 국가 공인 인증제도는 대략 따져도 8가지 정도 된다. 물류기업 대상 국가 인증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종합물류기업인증제가 많은 논란 속에 지난 2006년 도입된 이후 유사한 형태의 인증제도가 속속 만들어졌다.

2007년 물류경영시스템인증제, 2008년 우수화물운수업체인증제, 2009년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물류보안경영시스템인증제, 2012년 우수물류창고업체인증제도, 2013년 화물정보망인증제 등 언뜻 들으면 어떤 게 어떤 건지 헷갈리는 인증제들이 잇따라 물류업계에 선을 보였다. 앞서 2004년엔 기업대상은 아니지만 물류표준설비인증제도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물류산업의 주무관청이라 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가 종합물류기업인증제를 비롯해 우수화물운수업체인증제 우수물류창고업체인증제 화물정보망인증제 등 가장 많은 인증제도를 운영중이다. 가장 크게 활성화돼 있는 건 관세청에서 도입한 AEO다. 현재 AEO 인증기업은 578곳에 이른다.

물류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종합물류기업제도는 한 때 인증기업이 70곳을 넘어섰으나 지금은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그 수도 크게 줄었다. 해가 갈수록 인증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기술표준원의 물류경영시스템인증제도는 도입 첫해 인증기업을 배출했을 뿐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물류기업들은 범람하는 인증제를 두고 옥상옥이란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성격이 비슷한 데다 인증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종합물류기업제도는 처음 검토될 당시 거론됐던 인증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무산되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AEO도 인증을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인증을 갱신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수백만원에 이르러 기업들이 인증을 유지하는데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인증효과가 크다면 높은 비용이 아깝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인증을 취득한 기업들의 불만이 크다.

이런 가운데 국제물류주선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가 하반기 도입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우수국제물류주선업체인증제다. 정부는 국제물류주선업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업체를 우수 업체로 인증하겠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순수 2자물류기업나 타인의 명의와 타인의 계산으로 영업하는 업체는 배제해 토종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육성의 밑거름 정책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인증기준으로는 3자물류매출액 비중, 부채 및 유동성 비율, 물류인력 확보율, 자기명의 B/L 발행건수, 화물운송추적 서비스, 해와 화주 거래 비율, 해외법인 또는 파트너 구성 등 포워더 비즈니스에서 핵심이 될 수 있는 항목이 대거 반영됐다. 이 제도가 곧 포워더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과 달리 포워더들은 제도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증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없는 상황에서 인증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화주에 대한 마케팅 효과도 평가절하하는 모양새다. 이 제도 또한 과거 인증제도와 마찬가지로 도입 당시에만 이목을 끌다 점차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인증종합물류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가려 뽑아 글로벌물류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글로벌물류기업인증제 도입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당초 목표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도는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정부는 비슷한 성격의 인증은 과감히 통합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확대할 때 각종 인증제도들이 도입 취지에 걸맞게 작동할 수 있다는 물류업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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