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2 10:18

여울목/ 해상 안전·안보 전문화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를 전격 발표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34일째 되던 날이었다.

박 대통령은 해경의 구조업무 실패 원인으로 수사 조직의 비대화를 들었다. 해경은 출범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돼 왔다는 진단이다. 해경 조직 중 구조전담인력은 25%에 불과할 만큼 해경의 구난·구조 능력은 엉망이었다.

해경의 수사 범위도 문제였다. 해경은 해상에서 일어나는 범죄뿐 아니라 해양 기업이나 단체와 관련된 육상 쪽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와 단속을 벌여왔다. 해경 정보과 요원들이 선주협회나 한국선급 등을 수시로 방문해 동향을 점검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해수부 출범 이후 경찰청에서 독립했지만 1980년대까지 진행됐던 해상훈련을 없애는 등 하는 업무는 육경(육상경찰)을 지향해 왔다. 특히 경찰청 분리 이후에도 해경청장 대부분이 육경 출신에서 배출된 것을 비롯해 경무관급 이상 고위직들이 해경 함정 승선경험이 없다는 점 등은 해경의 정체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해경의 구조적인 병폐가 <세월>호 사고 대응에서도 그대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배 안에 갇힌 학생들을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승무원 구조에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해경이 사고 초기 피해 인원이 없다고 발표한 것도 정부의 사고 대응에 오판을 하게 한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해경은 사고 이후 스스로 탈출한 승객들 외엔 배 안에 갇힌 승객들은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해경의 <세월>호 대응은 총체적인 난맥상이었다. 대통령도 “해경의 몸집은 계속 커졌지만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고, 인명구조 훈련도 매우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담화로 해경은 창립 61년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대통령은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 국가안전처에 맡겨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가안전처는 또 안전행정부의 안전 업무와 해수부의 해양교통안전센터(VTS)를 넘겨받아 명실 공히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종합 안전 기관으로 출범하게 된다.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부실로 얼룩진 해양사고 구난 체계를 큰 틀에서 손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재해 재난사고의 통합적인 컨트롤타워 설치는 바람직하다.

다만 해상 사고 대응과 보안 업무의 특수성에 미뤄 국가안전처가 <세월>호 사고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해난 구조 및 해상 경비 업무를 훌륭히 받아 안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육상과 달리 해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는 대응이 굉장히 어려운 데다 대응 과정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미국이나 일본이 해난사고 대응과 해상보안을 전담하는 해안경비대(Coast Guard)와 해상보안청을 별도 조직으로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해상 구난·구조를 위해 출범했던 해경이 <세월>호 사고 대응 과정에서 허점을 보였던 것도 고유의 해난 구조 업무는 등한시한 채 경찰 업무에 과도하게 집착했기 때문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해경 해체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독도 수호 업무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안전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조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해경 해체 선언에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정부는 조만간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상 안전과 안보를 책임지는 전문성 있는 조직이 출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심사숙고해 주길 주문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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