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여객선 <세월>호 사고 후폭풍이 해운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해운업계 안팎이 검찰 조사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안전관리의 책임을 물어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이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받고 있다.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를 매개로 해운조합과 얽혀 있는 선주협회도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지난 8일 진행된 울산항만공사 압수수색도 <세월>호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행진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7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내 선사 5곳이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부산-제주 사천-제주 노선 운영사들도 검찰의 타깃이 됐다. 대검찰청은 연안여객선사들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대상이 연안여객선사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검찰은 해운업계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중간을 취항 중인 국제카페리선사들에 대해 검찰의 칼끝이 향해 있다. 지난 9일 인천항을 기점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중 카페리선사가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13일엔 평택항 기점 한중 카페리선사 4개사와 평택항부두(PTOC), 물류협회 등 10여 곳에도 검찰 인력이 들이닥쳤다. 평택항 카페리선사 압수수색은 그 규모가 매우 커 해운업계를 놀라게 했다. 검찰은 이날 평택항 마린센터와 국제여객터미널 등에 입주한 해운물류업체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회계서류와 내부보고 문건 등이 담긴 컴퓨터 등 관련 자료를 가져갔다. 평택항 취항 모 카페리선사의 경우 사과박스 6개 분량의 자료를 검찰에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운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많은 해운업계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운항과 사업 건전성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사고 당사자인 청해진해운과 뭇 해운사를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데에는 억울함을 표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비리가 있거나 문제가 발견된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우선 압수수색을 한 뒤에 죄를 밝혀내겠다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의 저인망식 수사가 전국 검찰 조직의 실적 경쟁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눈에 띈다. 해운업계는 검찰 수사가 마치 자신들을 안전불감증에 걸린 비리의 온상인 양 비치게 한다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언론들의 경쟁적인 허위보도도 큰 문제다. 해기사 전문 양성 교육기관인 해양대를 해피아(해양마피아)의 본산처럼 보도한다든지 정당한 정치자금 기부까지 로비자금으로 곡해하는 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 선사 직원들은 “어디 가서 해운업계에 근무하고 있다는 말을 못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해운사는 다 문 닫으란 말이냐”는 격한 말까지 흘러나온다. 해운업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신은 해운업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해양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운업계의 안전성 제고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털건 털고 가야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와 함께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는 해운업계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신중하고도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줄 것을 검찰에 주문한다. 언론도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운업계 전반에 비리가 판치는 것처럼 왜곡보도하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다.
해운업계는 수사와 별도로 해양사고가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오는지 새삼 확인한 만큼 앞으로 선박 안전 강화에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이중삼중의 안전장치와 철저한 사전 훈련을 통해 다시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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