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원장. |
지인의 소개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물류로 미래를 디자인해보기”라는 주제로 멘티를 모집했더니 물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신청을 많이 해 주었다. 서류와 면접을 통해 8명을 선발하라는 지침이 있었지만 나와 인연을 맺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 안타까워 2명을 추가한 10명을 선발했다.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된 멘티 후보들에게 불합격이란 마음의 상처를 주게 돼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한국장학재단의 소개책자를 보면 멘토라는 말은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물 ‘멘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디세우스왕이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서 아들을 자신의 친구인 ‘멘토’에게 맡겼는데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10년 이상을 보호자, 선생님, 상담자로서 왕자를 훌륭하게 키운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난 4월 5일, 전체 멘토와 멘티들이 참가하는 코멘트데이(Korment Day)행사가 열렸다. 전문가의 강의와 성공사례발표로 이어진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멘토링의 개념과 프로세스, 기본적인 멘토링 방법과 운영제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신뢰와 존중(Credibility), 창조와 도전(Creativity), 협력과 섬김(Collaboration), 헌신과 투명(Commitment)이라는 인재상(人材相)을 제시하면서, 당장의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인재육성이 아니라, 국가인재로서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데 기반이 되는, 인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했다. 멘티들에게 철저한 윤리의식을 갖추도록 해 믿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줄 알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하며,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인재로 키워달라는 것이다. 앞으로 일년 간 열 번 정도의 만남을 통해 이와같이 거창하고 난해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런지? 너무 의욕이 앞선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만난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주최 측에서 제시하는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본 행사 후, 나와 함께 할 멘티들과 뒤풀이 행사를 가졌는데 요즘 극심한 취업난 때문이었는지 오리엔테이션에서 제시한 인재상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더 많이 털어 놓았다. 이들에겐 먼 미래를 향한 인생 설계보다, 물류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이 잘 한 것인지 불안 해 하는 것 같았다. 우선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게 할 청사진을 우선 보여 주어야 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음 만남에서는 우리가 20년 후 맞게 될 물류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거기서 각자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기위해 필요한 지식과 상식, 경험은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막상 그렇게 하기로 했지만 빠르게 변하는 물류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하고 싶다. 김재철 회장께서는 10여년전에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는 책에서 세계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한반도는 더 이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반도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삼고 드넓은 태평양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이어서 한반도는 미래로 가는 교두보, 동북아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고 하셨다. 앞으로 대륙을 통해 유럽으로 연결하는 TCR (Trans China Railway. 중국횡단철도), TSR (Trans Siberian Railway. 시베리아철도), TMGR (Trans Mongolian Railway. 몽골횡단철도), TMR (Trans Manchuria Railway. 만주횡단철도)등 철도망이 구축되고 이미 시험운항에 성공한 북극해를 통과하는 항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 우리나라는 동북아 물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DJ 정부 시절,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가 되자는 말이 한동안 화두가 됐었는데 당시 한중일 비즈니스 포럼 물류분과에서 이 말을 들은 일본측 대표가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땐 기분 나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5년마다 10년단위의 국가물류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2020년엔 글로벌 물류강국이 되자는 비젼을 제시하고 있다. 물류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물류선진국 수준의 물류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고부가가치의 물류산업을 육성하며 제3자물류기업과 해외진출 물류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싱가폴처럼 정부 주도로 항만, 공항등 물류인프라를 확충하고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첨단 물류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물류선진화를 이룩하면서 동북아 물류중심국의 위치를 차지해야 할 것이다. 물류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나의 멘티들이 보고 싶어 하는 청사진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물류와 만난 30년 전은 물류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했다. 그땐 학력 수준은 낮으나 신체 건강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영업부나 생산부에 소속된 창고를 관리하고 수송, 배송업무를 수행했다. 운수회사, 철도, 해운등 물류와 관련된 부문은 모두 영세해 근무환경이 열악했다. 화물처리는 대부분 인력에 의존했다. 화물차엔 기사와 조수가 함께 타고 다녔는데 조수는 운전을 배우면서 상하차 작업과 제품이 젖지 않도록 천막을 덮는 일등을 도왔다. 신정동 트럭터미널에 2400BPS(bit per second) 통신선을 이용하는 단말기를 개통하면서 신기해 하는 주변 사무실 사람들을 초대해놓고 고사를 지냈던 시절이었다.
1984년 일본의 물류현장을 견학하고 온 다음, 내 살아 생전 그런 정보시스템과 물류 인프라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을까 부러웠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신기했던 자동고층창고와 첨단 창고운영 시스템을 국내 웬만한 물류센터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인천공항과 부산항은 이미 국제 경쟁력을 갖추었고 정보통신부문과 물류표준화등 일부 부문은 오히려 일본보다 앞서가고 있다.
앞으로 물류의 길을 가고자하는 젊은이들의 앞길은 내가 걸어 온 길보다 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잇점을 살리고 ICT 기술과 우수한 물적, 인적 인프라를 활용하면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중심은 물론 네델란드나 싱가포르처럼 세계 물류를 리드하는 국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와 전자 산업이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는 물류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다. 물류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에겐 무궁무진한 미래가 있다. 이제는 물류시대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