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각국 경제에 명암을 엇갈리게 하고 있다.
코트라 신흥시장팀은 지난 2일 ‘러시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주요국 움직임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크림반도 합병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크림반도는 지난 3월21일 러시아에 합병이 완료됐다. 2014년 이행기를 거쳐 2015년 1월1일 완전 합병된다. 러시아는 지난 4월1일 크림반도를 경제 특별구역으로 설정하고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전담 장관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에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 정부 관료 16명과 푸틴의 측근 4명에 대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를 내렸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미국, EU, 캐나다의 주요 인사들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와 자산 동결 등 보복 조치를 내렸다. 또 미국의 최대 은행은 JP모건은 카자흐스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지급•결제를 차단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러시아에 주재하고 있는 미국 외교공관도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EU 역시 러시아 인사 33인에 대해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비자 면제 중지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는 EU가 추가 경제 제재를 시행 시 맞대응할 것으로 알려 졌다.
그러나 미국과 EU의 제재는 여러 제한 요인을 안고 있다. 우선 에너지 산업의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그러하다. 서방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러시아에 많은 투자를 한 상황에서 강력한 경제 제재는 오히려 서방 기업에 피해가 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가스 수입에 대안이 없는 유럽 다수 국가가 추가 제재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역시 제재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한다.
한국, 환율 따라 수출 영향 받을 듯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주변국가의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먼저 러시아는 크림 주민투표 발표 이후 환율은 1달러 당 36.6루블에서 35.6루블로, 주가는 10% 반등한 1186포인트로 안정세에 들어 섰다. 그러나 외환보유고는 작년 12월 기준 5116달러에서 올해 3월 기준 4866달러로 감소했다. 또 환율 방어를 위해 하루에 2억에서 3억달러를 소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IMF의 2년간 140억~180억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받게 됐다. 단기 유동성은 안정화를 찾을 것으로 보이나 IMF의 지원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남아 있는 상태다. IMF의 지원 조건은 가스 보조금 축소, 공무원 10% 감축, 변동 환율제 도입 등 대대적 경제 구조의 개혁이다.
EU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과 3월 소비자 물가 하락 등 EU 내부 요인으로 인해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며 향후 사태 추이에 따른 혼조가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크림반도 사태의 긴장감에 따른 일시적 증시 변동은 예상되지만 우크라이나와 경제 상호 의존성이 낮아 미국 금융 시장의 영향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의 경우 올해 2월 기준 러시아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9.9% 감소한 16억5000만달러인 반면 수입은 2.2% 증가한 23억8000만달러로 무역 수지는 -7억3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크림사태의 영향이라기 보단 복합적으로 발생 중인 루블화 가치 하락에 의한 것이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 수출이 14% 감소했으며 화물자동차는 -5.3%, 타이어는 -27.7%로 전반적 수출 감소를 보였다. 아직까지 주문 취소 등 피해 사례는 접수되지 않고 있으나 달러-루블 환율이 35루블선을 넘어가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은 경기 민감 품목이 많아 환율 동향에 따라 추가적 영향을 받을 여지가 커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올해 2월 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감소한 9300만달러인 반면 수입은 230% 증가한 2억7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승용차, 합성수지의 수출이 크게 감소한 반면 사료, 철강관의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이 참여중인 대형 프로젝트는 단계별 진행이 몇 개월 지연되고 있으며 신규 프로젝트 발굴은 올해 1분기 내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크림반도 합병 시 러시아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크림 자치주의 연간 예산 적자폭은 10억달러로 러시아에 병합될 경우 러시아 연방 정부가 떠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다지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에서 수도의 80%, 전기의 90%, 가스의 60%를 지원 받고 있었으나 합병으로 인해 이를 러시아가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인프라 건설에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적 이득도 있다. 러시아는 그간 크림반도 내 해군 주둔을 위해 연간 1억달러의 비용을 지불해 왔고 2049년까지 이 지역에 천연가스 가격을 30% 가량 할인해 지급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직접적으로 보는 혜택은 약 40억달러였으나 결과적으로 그 금액은 더 이상 러시아가 지불할 필요가 없어 졌다.
또 크림반도 병합 시 흑해를 통과하는 가스 수송관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연간 50억달러 가량의 운송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크림반도에 있는 케르치 해협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지불하던 연간 150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으며 러시아 상선은 각종 세금, 행정비용, 운반 및 정착에 소요되는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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