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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의 감동을 스크린에 옮긴 뮤지컬 영화는 누구에게나 다시 한번 잊지 못할 여운과 추억을 남기게 마련이다. 제임스 미쉐너(James M ichener)가 일본이 태평양에서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써서 퓰리처상을 받은 ‘남태평양 이야기(The South Pacific Story)’ 에 흥미를 갖고 비참한 이 전쟁 이야기 중에서 어느 정도를 뮤지컬 무대에 올려야 효과적일까를 고심했다. 끝내 노스캘로라이나 극단(North Carolina Theatre)이 제작해 랠리 메모리얼 오디토리엄(Raleigh Memorial Auditirium)에서 공연된 뮤지컬 ‘남태평양(South Pacific)’ 은 ‘사운드 오브 뮤직’ 과 ‘왕과 나’, ‘버스 정류장’, ‘사요나라’, 와 ‘오클라호마’, ‘피크닉’을 뮤지컬로 만든 거장,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dgers)’ 와 ‘오스카 해머슈타인 2세(Ocar Hammerstein ll)가 음악을 맡아 영화화 해 일대 성공한 작품이다.
4월호에는 모처럼 뮤지컬 작품을 고르려고 자료를 찾아 정리하기 전까지는 필자도 ‘로사노 브랏지(Rossano Brazzi)’ 와 ‘밋지 게이너(Miitzi Gaynor)’ 그리고 ‘존 커(John Kerr)’ 와 ‘후란스 뉴엔(France Nuyen)’ 등 4역의 주연배우들 얼굴과 시원하게 물결치는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에서 모던 재즈 보컬의 진수를 느끼며 훤히 가슴 트이게 하는 신나는 음악들이 춤과 함께 펼쳐지던 장면이 떠오를뿐 스토리는 까마득해 연결시키기가 힘들었다.
이야기는 화려하고 율동적인 뮤지컬의 음률속에 남태평양 작은 섬의 원주민 소녀와 주둔군 미 해군 젊은 장교 사이의 사랑과 또 하나 프랑스에서 이주한 중년 남자와 미모의 간호장교의 애뜻한 사랑얘기를 전쟁과 낭만이 공존했던 아름다운 남태평양 작은 섬을 무대로 전개된다. 특히 밋지 게이너의 싱싱한 탄력과 서민적 친근미와 율동이 돋보이고 혼혈녀 후란스 뉴엔의 매혹적인 신비감이 인상 깊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때는 필자가 태어난 1942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태평양의 격전지 콰달카날섬에서 일본군은 남태평양 공격선을 구축해 호주를 점령한 후 미국 본토까지 침공하기 위해 이 섬에 비행장을 건설하는 등 침략의 기세를 높이고 있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해병대를 보내 이 섬의 탈환작전에 나서지만 전황은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사기가 저하된 해군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육군을 콰달카날섬에 상륙시키기로 결정한다.
불안과 공포속에 섬에 도착한 육군 지원부대는 일본군의 별다른 저항없이 섬에 상륙한다.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는 섬의 210고지 탈환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고든 중령(닉 놀테)은 정상에 벙커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군을 격퇴하기 위해 각 중대별로 정면 돌파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아군 병력은 엄청난 피해를 입지만 고든 대령은 계속 무리한 공격을 강요한다. 많은 희생을 치르고 난 콰달카날 전투로 인해 미군과 연합군은 남태평양 전선에서 전세를 뒤집는 유리한 위치를 점령한다. 이어 전쟁의 여파가 멀리 남태평양의 외딴 섬까지 암운을 드리우지만 이곳의 원주민이나 주둔군, 미 해군들은 그런대로 남국의 정취속에서 생동감 넘치는 밝은 삶을 살아간다.
미 해군 간호장교인 넬리(밋지 게이너)는 프랑스에서 이주해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40대 홀아비 ‘에밀 드 벡(로사노 브랏지)’과 알게 되고 부드럽고 온화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넬리는 에밀이 폴리네시아인 아내와사별을 했고 두 아들도 숨기고 있음을 알고 심각한 갈등에 휩싸인다. 자기 아닌 다른 여자와의 옛사랑을 감추려는 배신감과 질투심으로 괴로워하던 그녀는 급기야 섬을 떠나기로 하고 부대장에게 전역을 요청하지만 운명적 만남과 사랑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장식된다.
또 남태평양의 섬 ‘발리하이(Bali Hai)’에서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원주민 톤킨족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소녀 ‘라이어트(후란스 뉴엔)’ 에게 매료돼 야릇한 사랑을 느낀 ‘조셉 케이블 중위(존 커)’ 는 피부색이 다른 인종문제를 극복하고 전쟁에서 살아남아 그녀와 섬에 남을 것을 결심했으나 힘든 전쟁 임무를 끝내고는 불우하게도 전사한다. 기억속의 슬픈 사랑, 두 사람의 순박한 사랑은 오래가진 못 했지만 너무나도 애처롭고 아련한 여운을 남겼다.
미 해군기지에서 바라다 보는 아름답고 신비에 쌓인 섬 발리하이는 병사들에게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그러나 가 볼 수 없는 낙원이었던것. 발리하이에 사는 인도차이나계 여인 ‘블러디 매리(화니타 홀 /Juanita Hall)’는 해군병사들을 상대로 풀치마 등 민속품 장사를 하는 영악스런 여인이었다.
늠름한 케이블 청년장교를 섬으로 데려가 자기 딸 라이어트와 결합시키려 한데서부터 그들의 슬픈사랑은 시작됐고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이 영화에까지 출연해 그 녀는 토니 조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발리하이’ 란 이국적이고 음악적 울림이 있는 지명에 깊은 매력을 느낀 로저스는 이 서곡을 모티브로 스타트했고 영화 전편에서 남태평양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거듭 신비의 패러다이스 섬 발리하이에서 벌어지는 사랑의 모티브로 이어가며 훌륭한 음악영화를 완성시켰던 것. 황홀한 밤(Some Enchanted Evening), 행복한 이야기(Happy Talk), 멋쟁이 그 사람, 봄보다도 젊게, 반드시 나의 것, 등 수평선을 배경으로 주옥같은 음악들이 지금도 필자의 귓전을 두드린다.
원작을 쓴 제임스 미쉐너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무렵, 작가 지망생인 출판사 직원으로 해군중위의 계급장을 달고 정훈장교로 참전중이었고 당시취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1948년 퓰리처상을 받은 이후 그는 26권의 소설을 포함, 50여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각본은 ‘폴 오스본(Paul Osborn)’, 제작은 ‘버디 아들러(Buddy Adler), 촬영은 ‘리온 샴로이(Leon Shamroy)’가 맡아 ‘조슈아 로건(Joshua Logan)’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 출연한 청춘스타 존 커는 83세로 2013년에 타계했고 후란스 뉴엔도 여든이 가깝다니 56년이 된 작품이지만 필자의 시야엔 뮤지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남태평양’ 에서 ‘밋지 게이너’ 의 신나는 춤과 현란한 음악들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 영화로 해서 누구나 ‘발리하이, 그 섬에 가고 싶다” 고 했을 법도 하고 남을만 하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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