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제37차 한국항만물류협회 정기총회에서 이윤수 회장이 좌중을 향해 던진 말이다. 평소 항만물류업계의 어려움을 알고 있어서 였을까. 기자는 이 말이 아직도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이날 이 회장은 정기총회가 파할 무렵 참석자들에게 이제는 항만물류업계가 일어서야 한다고 소리 높여 말했다. 더불어 항만의 중요성을 국회, 일반 및 금융계통에까지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항만이 되지 않도록 항만물류업계는 의견을 개진하고 스스로 열기를 달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전환 취재를 위해 항만하역업계와 선사 관계자를 만났다.
항만하역업계는 하역료 하락은 곧 부두운영사의 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선사들은 컨테이너 하역료가 올라간다면 새로운 비용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며 반발했다. 서로가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입장 차이 또한 컸다.
그러한 와중에 서용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법이 지난달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인가제 법은 6개월 후에 적용돼 항만하역업계의 고통을 그나마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항만하역업계는 그들의 권리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하역사들의 자정 노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항만물류협회는 지난 2011년에 ‘유야무야’ 됐던 항만하역사업 공정경쟁규약 제정 추진 건을 올해 신규사업계획에 포함시켰다. 항만시설 공급증가와 물동량 감소에 따른 부두운영사간 과도한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협회는 법무법인 율촌과 공동으로 공정경쟁규약(안) 작성과 관련해 업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경쟁승인이 떨어지면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규약(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부두운영사들은 공정경쟁규약 추진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하역시장 안정화가 절실한 만큼 협회가 주도해 제정추진에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경쟁규약은 현재 예선업과 제약업계 등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들이 과거에 진행했던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삼아 부두운영사들의 ‘안전장치’ 기능을 세울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뭉쳐야 산다”라는 말이 있다. 부두운영사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몇몇 업체가 아닌 업계 전체에서 흘러나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공멸한다는 인식 아래 공정경쟁규약이 하루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나 부산항만공사 등 항만당국에서도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와 같은 반시장적 정부 규제로 생길수 있는 물동량 감소 등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해 과도한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안정적인 수익기반 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룰을 항만물류업계가 스스로 정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배와 항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선사와 부두운영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하는 이유다. 양쪽이 살아야 국가경쟁력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업계 전체가 살 수 있는 새로운 경쟁의 룰이 나오길 고대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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