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7 15:58

기자수첩/ ‘제 살 깎아먹기’에 빠진 GSA 업체들

작년 한해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이 1400만명을 돌파했다. 연휴가 되면 고향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을 찾는 사람보다 해외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이제 해외여행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항공은 우리 생활에서 매우 밀접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소규모 외국항공사까지 포털검색어 1위에 오르며 항공 업계가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섰다고 하지만 총판매대리점(GSA)이라는 명칭은 아직까진 낯설다. GSA란 외국항공사의 국내 영업을 도맡아 하는 업체들을 말한다. 한 외국항공사를 전담으로 장기간 맡아 국내 지사와 다름없는 체제를 유지하는 곳도 있고, 여러 항공사의 판매 대리 업무를 하는 업체들도 있다.

GSA업체들의 업무 자체는 외국항공사의 판매 대리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외국항공사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외국항공사와 판매 계약을 맺은지 오래됐거나 외국항공사의 정책이 GSA의 채용과정이나 언론 접촉과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관리할 정도로 엄격한 곳은 GSA업체들 스스로도 전면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GSA라는 개념은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수년전부터 시작된 화물 경량화와 외국항공사의 대규모 취항으로 항공 업계는 화물 칸 채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운 시황도 문제지만 GSA업체들은 시황 외에도 또 하나의 고민을 안고 있다. GSA 유치나 관리 과정에서 업체 간 과열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항공사 한 곳만을 전담으로 맡아 ‘올인’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항공사를 유치하는 건 GSA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그래서인지 입찰 과정에서 외국 항공사의 눈길을 끌기 위해 경쟁 업체들보다 낮은 수익을 내세우는 GSA들이 점차 늘고 있다. IATA(국제항공수송협회)는 GSA업체들이 판매 영업을 할 때 운임에 2.5%의 수익을 붙여 거둬가게끔 권장하고 있다. 권장사항인 만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최근에는 2.5%보다 낮은 2.2%, 심지어 2%까지 낮은 수익의 조건을 걸고 입찰에 참여하는 GSA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업체가 수익을 낮추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들도 외국항공사 유치를 위해 너도나도 수익을 낮추게 된다. 그러다보면 GSA가 가져가는 수익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까지 오게 된다. 결국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GSA 업체들로선 운항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외국항공사 입찰에 성공했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최근 GSA 업체들 사이에선 이미 계약을 완료한 외국항공사를 찾아가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계약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여기다가 외국항공사들 또한 수익이 좋고 더 세심한 관리를 요하는 여객 부문의 경우 국내에 지사를 설립해 직접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항공 화물시장의 어려운 시황과 여객부문 지사화 움직임은 GSA 업체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수익을 스스로 줄인다던가 타 GSA와 계약 중인 외국항공사에게 GSA를 바꿀 것을 요구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는 GSA 업체들이 자제해야할 부문이다. 물류 업계의 고질적 고민인 ‘제 살 깎아먹기’는 이제 GSA 시장에서도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느라 장기적으로 업계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는 수렁에 빠지지않기 위해 GSA 업체들 스스로의 경계가 필요한 때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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