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한일항로에 일본세관 출항전 보고제도(AFR, Advance Filing Rules)가 시행된다.
AFR 제도는 선사와 포워더가 일본에 입항하는 선박에 적재된 컨테이너 화물의 정보를 출항 24시간 전까지 일본세관에 보고하는 제도다. 일본에서 환적(TS)되는 화물은 신고하고 하역하지 않고 통과하는 화물은 신고대상이 아니다.
그동안 선사는 일본 입항 24시간 전에 수입적하목록을 일본세관에 신고해왔지만 AFR 시행으로 선사와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가 모두 출항 24시간 전에 신고 의무가 생겼다. 선사와 포워더는 일본의 중계시스템 회사인 NACCS(수출입·항만정보처리시스템)를 통해 세관으로 수입적하목록을 신고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현지에 시스템을 두고 NACCS와 연계해 신고하거나 NACCS와 계약한 국내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 신고를 해야 한다. 한국 서비스 제공업체로는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케이엘넷, 싸이버로지텍이 선정됐다.
AFR 제도는 3월1일부터 시행되지만 3월10일부터 실질적으로 시행된다. 일본세관은 3월1일부터 화물정보를 접수를 시작하고 3월10일부터는 화물정보 보고가 필수로 이뤄지게 된다.
일본세관측은 선사 및 포워더가 접수 마감일 안에 화물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50만엔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적하목록 미신고시에는 해당 컨테이너 하역을 불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포워더 업무 담당자들의 책임이 중요해진 만큼 다른 회사 업무 담당자들과 AFR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지만 처리방법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어 허둥지둥 분주한 모습이다.
시행 코앞인데, 제도 정확히 몰라
지난달 NACCS와 계약한 서비스 제공업체 중 한 곳인 KTNET이 선사, 포워더 소프트웨어개발업체를 대상으로 가진 AFR 제도 설명회에서도 AFR 제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포워더 담당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설명회에는 일본 NACCS관계자가 참석해 AFR 제도에 대한 설명했지만 포워더 업무 담당자들이 그동안 지적해왔던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NACCS측은 환적화물에 대한 처리방법이나 스위치 B/L(중계무역에서 사용 되는 선하증권),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적하목록 미신고시 일본세관이 국내포워더를 대상으로 사법처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제도 시행을 몇 주 앞둔 상황에서 NACCS측에서도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포워더들은 3월 시행이지만 연기될 가능성도 예상했다.
종합인증우수업체(AEO) 인증을 받은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실수로 과태료를 맞게 되면 AEO 심사에서도 패널티를 받게 된다”며 “일본세관에서 으름장을 놓은 상황 같지만 혹여라도 본보기 삼아 패널티를 맞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각자 AFR 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해왔지만 2월 설명회에서야 AFR 인지하고 준비하려는 업체들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AFR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물류협회와 관세청의 공고에 관심 있는 업체들만 지난해 몇 번의 설명회에 참석하며 제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에는 미리 파악하지 못한데다 제도에 대한 준비미흡으로 인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준비를 미룬 업체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업체들 간에도 중요성이 인지되지 않아 3월 시행이지만 작년 말에서야 업체들이 설명회에 참석을 하며 준비했다”며 “설명회에서도 적하목록을 전송하는 담당자들의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 시행이 제대로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고 푸념했다.
다른 포워더 관계자는 “2002년 미국 24시간 룰을 적용할 때도 문제는 많았지만 확실한 기준이 있던 반면 AFR 제도는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NACCS가 제도 시행에 대한 준비보다 일본에 전용서버와 전용선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세워 NACCS가 지정한 일본 내의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수익만 높이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강도 높은 제도, 준비는 미흡
일본세관은 수출입·항만관련정보처리 센터가 운영하는 NACCS에 접속할 때, 접속하는 측의 서버가 일본국내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화물 선적지는 해외이며 화물정보도 외국이지만, 일본 측의 선사나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서 NACCS에 접속하는 방법만 가능하다. 정보입력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 물론이다.
일본은 2012년 3월 관세정률법 등을 일부 개정하며 출항전 보고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14년 3월 AFR 제도를 못 박고 NACCS를 활용한 전자 보고를 의무화했다. 시행일은 정해졌지만 일본세관에서 서비스 제공업체 선정을 두고 시간이 지체됐다. 선정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NACCS와의 시스템 구축으로 준비기간을 늦췄고 이후 NACCS와 포워더별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시스템 구축이 미뤄지면서 예행연습 없이 바로 제도시행을 맞이하게 됐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야 몇몇 업체들만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을 뿐 대부분의 업체들은 시스템이 마무리 되지 않아 제도 시행 후 추후에 오류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시스템을 겨우 마무리 지은 업체들은 NACCS로 적화목록을 보내는 연습을 해봤지만 NACCS 오픈이 3월1일로 확정돼 그때까지 오류를 판단하는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 3월1일 오픈 이후에도 3월10일 본격적인 제도 시행까지 주말을 제외하면 일주일의 시간도 남지 않았다. 일주일동안 NACCS로 화물정보를 보내고 처리결과를 확인하는데 매달려야하는 상황이다.
AFR 제도는 일본판 ‘24시간 룰’로 불리고 있다. 제일 처음으로 24시간 룰을 도입한 나라는 9.11 테러의 표적이었던 미국이었다. 미국은 보안대책을 강력하게 시행하며 2002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다. 이어 캐나다(2004년), 멕시코(2007년)가 시행했다.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일찍이 도입한 것은 미국과의 지리적·경제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 중국(2009년), EU(2011년), 한국(2011년), 터키(2012년)로 계속 이어졌다. 2013년 이스라엘도 24시간 룰 시행국에 합류했다.
일본의 AFR 제도는 미국의 24시간 룰과 비슷한 제도지만 보안의 위험이 크지 않은 국가임에도 미·캐나다와 마찬가지로 하우스 B/L에 대해서도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포워더의 부담이 늘어났다. 포워더 업무 담당자들은 선적일을 당기기 위해 화주에게 서류작업 요청을 더욱 재촉해야하는 일로 업무가 더욱 빠듯해 졌다.
A 포워더 업무 팀장은 “화주에게 선사나 관세청으로 부터 공지되는 사안을 모두 전달하고 있다”며 “일반화물은 문제없지만 긴급화물의 경우에는 안 받을 수도 없어 제도 시행 후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한 중소수출업체 관계자는 “물류업체가 LCL(소량화물)의 경우 서류작업을 하루 더 단축 시켜달라고 요청했다”며 “일본 주요항의 경우 주 3회 선적이 이뤄지기 때문에 영향이 없지만 노선이 많지 않은 항의 경우 스케줄을 놓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해 여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화주 물류담당자들은 AFR 시행으로 여유는 없어졌을 뿐 체감하는 부담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흐지부지 제도 ‘이제 그만’
국제물류업계는 일본세관에서 시행하는 제도에 대해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물류업계에 각종 난무하는 제도와 각박해지는 업무 환경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흐지부지 되고 있는 화물실적신고제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외국환거래 상계처리 미신고 조사 등 포워더들은 처리해야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AFR 제도까지 시행되면서 운송 외에 신경 써야 할 것 투성이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런저런 신고제도는 잔뜩 만들어놓고, 지원은커녕 세수확보로밖에 볼 수 없는 외국환거래 조사로 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며 “화물실적신고제도도 처음에는 시행하라고 하더니 지금은 또 연기 얘기가 나와 업체들은 준비만하다 또 사라지는 일만 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1년 화물운송시장의 안정화와 화물운송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됐다. 개정법은 화물의 일괄위탁에 따른 다단계 방지를 위해 직접운송제, 일정기준 이상 화물운송 및 모든 거래실적에 대한 세부사항을 신고하도록 하는 실적신고제를 담았다.
포워더는 화물주선업자로 구분돼 화물실적신고를 시행해야한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 2013년부터 시범 운영했던 화물운송 실적신고는 2014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이어 실적 미신고분에 대한 행정처분 시행시기를 2015년 1월1일에서 2020년 1월1일로 연기하는 개정안이 나오면서 업계는 혼란스러운 입장이다.
포워더 업계는 “화물실적신고제도도 운송능력이 큰 대형업체만 밀어주는 꼴”이라며 “화물실적신고제도 뿐만 아니라 각종 인증과 제도가 처음에만 시행하다 유명무실 돼버리는 경우가 많아 AFR 제도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의 힘든 현실을 이해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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