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7 16:37

논단/ 해상운송계약상의 접안보증 등 특약에 관한 해석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 변호사/법학박사
대법원 2012년 12월13일 선고 2011다9488 판결을 중심으로
<1.27자에 이어>

나. 귀책사유와 인과관계

(1) 운송인은 약정일시에 선적항에서 선박을 제공해야 할 의무, 운송물의 선적, 적부에 대한 주의의무는 물론 신속 운항의무, 선적항에서 지체없이 선박을 출항할 의무, 운송의무, 직항의무 및 양륙항에서의 입항의무 및 양륙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의무는 운송계약의 기본의무로서 그 의무의 불이행 또는 위반은 계약에 대한 근본적 위반(fundamental breach)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운송계약은 계약기간 및 출항예정일을 명시하는 한편 직항의무와 수출입업무 수행의무를 계약의 첫번째 조건과 세번째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본의무를 위반한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로 인한 지체가 발생한 이상 원고의 귀책사유와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 위와 같이 지체가 발생했다 해 이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2) 한편 이 사건 선박이 루안다 외항 도착 이후 당초 예정됐던 7일의 정박기간을 초과해 2007년 12월30일까지 소닐항의 접안 허가를 받지 못해 루안다 외항에 계속 머무르게 된 것은 항구의 폐쇄 등과 같은 외부에서 생긴 사고로서 상당한 주의로써도 그 발생 및 결과를 방지할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보이며, 위와 같은 불가항력은 이 사건 선박이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정한 출항예정일을 지연하고 직항 규정을 위반해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고 이는 원고회사의 책임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계약기간 미준수, 출항지연, 직항의무 위반과 접안실패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어 법률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불가항력 사유 여부는 접안보증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고가 이 사건 운송계약상 출항예정일을 도과해 이 사건 선박을 출항하고 직항의무를 위반한 점에 대해 다툼이 없고 그 계약기간도 준수하지 못한 것이 분명한 이상 그 자체로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고 접안보증의 실패도 이로 인한(인과관계의 존재)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해 발생한 체선에 대해는 피고에게 책임이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보인다.

(3)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내용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접안보증은 계약조건의 준수를 조건으로 한 것으로 보이므로 대법원이 적시하는 과실책임의 법리, 인과관계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피고가 그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체선료는 원고의 출항지연, 직항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배척한 원심판결은 귀책사유,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접안보증의 취지에도 부합하므로 이 사건 대법원 판시내용에 따르더라도 그 결론이 달라지지 아니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 항해용선계약의 이 사건 운송계약 편입 여부 및 묵시적 합의 여부

가. 항해용선계약의 운송계약 편입 여부

피고는 원고와 원고보조참가인간의 항해용선계약을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며, 발주서에 항해용선계약을 편입한다거나 그 내용을 포함한다는 단 하나의 문구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더군다나, 이 사건 운송계약과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은 ① 계약 당사자도 다르고, ② 그 조건, 내용도 다르며, ③ 그 법적 성격도 상이하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항해용선계약 규정을 이 사건 운송계약에 편입시켜 계약당사자가 아닌 피고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용선계약실무상 논의되고 있는 ‘용선계약의 선하증권으로의 편입’과 관련해 우리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되기 위해는 우선,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된다는 규정이 선하증권상에 기재돼 있어야 하고, 그 기재상에서 용선계약의 일자와 당사자 등으로 해당 용선계약이 특정돼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년 1월10일 선고 2000다70064 판결).

나. 묵시적 합의 여부

위에서 살펴본 항해용선계약의 편입 여부와 별도로 원고보조참가인이 주장하는 용선계약상의 규정들은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임을 상기해 볼 때, 이를 성문화 하지 않고 말로만 합의함으로써 당해 항해운송계약의 내용으로 삼거나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은 이 사건 운송계약에 편입된 바 없으며,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을 이 사건 운송계약에 적용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도 성립된 바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을 이 사건 운송계약에 적용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판시를 한 것은 찬동하기 어렵다.

4. 체화료의 발생요건과 초과 정박기간 산정과 관련해

가. 체화료의 발생요건 및 허용정박기간의 개시요건

이 사건 체화료는 해상법상의 체선료(DEMUR RAGE)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므로 ‘체선료의 발생’은 “1) 초과 정박기간의 발생, 2) 약정된 체선금액의 존재”를 요건으로 한다고 볼 것이다.

여기서 ‘초과 정박기간의 발생’의 요건은 허용정박기간 만료(즉, 허용정박기간의 개시)와 동전의 앞, 뒷면 관계라 할 것인데, ‘허용정박기간의 개시요건’은, “a) 선박이 도착했을 것(= 도착선일 것, 이하 ‘제1요건’), b) 선적 또는 하역 준비가 완료됐을 것(이하 ‘제2요건’), c) 하역준비완료통지(NOR)가 적법하게 이루어졌을 것(이하 ‘제3요건’)” 등을 말한다. <계속>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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