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3-17 09:57
해양수산부와 그 소속기관직제가 잘못돼 있어 울산항의 역대 해양청장들 대
부분이 자주 교체됨에 따라 일관성있는 항만행정집행 및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항 발전이 타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
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시지
탄의 감은 있으나 신임 울산지방해양수산청장이 울산해양청장의 직급을 “
이사관(2급) 또는 부이사관(3급)”으로 상향조정해 달라는 직급 및 급지 상
향조정 건의서를 해양수산부에 올린 데 이어 항만관련단체간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 항만관련단체장의 한사람
으로서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역대 울산해양청장들 모두가 이러한 맹점을 직시하면서도 혹시나 본인의 입
지에 발생될 불이익을 염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총대를 메고 이 일에 나
선 공직자가 없었던 차에 예측 못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울산항 발전
은 물론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용감하게 나선 신임 양성직 울산해양청장의
용태에 우리 모두가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느 항만을 막론하고 그
항만이 크게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훌륭한 공직자가 해양청장에 부
임하여 자주 교체되지 않고 오랫동안 재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해박한 해운·항만지식과 경륜,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정추진
력 등을 겸비한 공직자가 아니고서는 그 항만 특성에 걸맞은 항만개발 및
발전계획 등을 독자적으로 구상, 수립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능력있는 공직
자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재임치 않고 자주 경질된다면 전임자나 본인이 어
렵게 수립한 항만개발정책을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
다.
최근 한준규 청장이 부임한 지 8개월만에 본부로 전보돼 그 후임으로 지난
1월 양성직 국립수산진흥원 연수부장(3급)이 제 24대 울산해양청장으로 새
로 부임했다.
지난 1992년 이후 역대 울산해양청장들의 재임기간을 살펴보면 제 15대 박
욱종 청장이 7개월, 16대 전승규청장이 4개월, 17대 김진배 청장이 18개월,
18대 이갑숙청장이 6개월, 19대 박효성 청장이 9개월, 20대 김성수 청장이
9개월, 21대 이용우청장이 10개월, 22대 김창남청장이 13개월, 23대 한준
규청장이 8개월만에 교체되는 등 그 중 제 17대 청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부임하고 근무다운 근무를 하지 못한채 8~9개월만에 자리를 옮겼다.
때문에 새로 부임한 청장은 업무 파악하랴, 실무자들은 실무자대로 밀린 민
원들을 뒤로 미룬채 업무파악에 필요한 보고자료들을 만들랴 또 항만관련업
체들은 바쁜 일손을 놓다시피하여 인사하러 가랴, 울산해양청장들의 잦은
인사 이동이 항만 안팎을 분주하게 만들어 행정력 낭비를 부채질하는 등 울
산항이 마치 공직자들이 승진하기 위한 또는 다른 보직을 받기 위해 잠깐
쉬었다 가는 휴양처로 비춰지고 있다.
주지하시다시피 울산항은 지난 1963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공업지원항으로
개항된 이후 1992년 첫 컨테이너선 취항과 함께 공업항에서 상업항으로 탈
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지금 울산항은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51%에 해당하는 년간 6천3백여만톤을, 자동차 수출 43%에 해당하는 64억4천
여대를, 신조선 수출 38%에 해당하는 56척을 또한 쌀, 비료 등 대북교역 27
%에 해당하는 39만1천여톤을 포함 총 1억5천2백여만톤을 울산항에서 취급함
으로써 지난 1992년 이후 부산, 인천, 여수항보다 앞서 수출입화물순위에서
줄곧 1위를 그리고 선박입항척수 순위에서도 년간 2만 3천여척을 취급해
부산항에 이어 2위를 고수함으로써 전국 제일의 항만으로 급성장하는 등 울
산항이 부산, 인천, 여수항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더 해
왔다. 또 울산항이 울산지역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도 만만치 않다. 울산광
역시 전체인구의 10%인 10만명이 항만관련 및 항만의존 사업 취업자로 일하
고 있어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 때 부산 41%, 인천 32%보다 높은 44%란 수치
를 기록하고 있는 등 우리나라 어느 항만보다 지역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것
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울산항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행정집
행의 일관성 결여로 항만경쟁력이 타 항만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또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이 상실한 인력충원이나 예산배정에서도 급지가 낮은
타항만에 밀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5년전만 하더라도 울산항보다 급지가
낮았던 여수항이 지금은 울산항보다 급지가 높아져 울산항이 여수항에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울산항은 분명히 적자(嫡子)로 태어나 효자 노릇
을 톡톡히 하고 있는 데도 왜? 무엇 때문에? 찬밥 신세격인 서자(庶子)취급
을 계속 당해야 하는지? 울산시민은 물론 항만관련업계 모두의 푸념이다.
이 푸념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간단하다. 필자는 현재의 “해양수산부와
그 소속기고나 직제”가 그렇게 만든 주범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의 개정
이 시급하다고 본다.
해양수산부와 그 소속기관직제 제 46조 제 3항에 “부산 및 인천지방청장은
이사급(2급)으로, 여수지방청장은 이사관 또는 부이사관으로, 마산 및 울
산지방청장은 부이사관(3급)으로 보한다”로 규정시켜 놓고 있다. 때문에
새로 부임하는 대부분의 울산해양청장들은 본부에서 부이사관으로 진급한
후 1~2년쯤 본부에서 근무하던 중 울산해양청장으로 부임하게 되고 그후 1
년이내에 이사관 진급시기(부이사관 진급후 3~4년내)가 다가옴에 따라 진급
을 위해서 부득불 2~3급 복수직기관으로 다시 승진 또는 전보되다 보니 직
무다운 직무는 커녕 소신있는 행정도 일관성있는 정책도 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울산지역발전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비중을
차지할 울산 신항만 건설사업이 2000년도에 착공하여 2011년까지 총 2조9천
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이를 차질없이 완공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울산해양청장이 “이사관(2급 또는 부이사관(3급))”인 복수직급
으로도 봉직할 수 있도록 하여 향후 울산해양청장이 울산광역시 및 울주군
등 각급 행정기관과의 동등한 입지와 위치에서 유기적인 업무협의와 협조를
통해 울산항만의 행정집행을 일관성있게 펼칠 수 있는 환경여건 조성에 울
산시는 물론 시의회와 상공회의소를 비롯 각계각층의 단체, 인사들이 다같
이 발벗고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임 양성직 울산해양청장이 오랫동
안 재직하여 울산항의 직급상향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책무도 막중하거니와
신임 이항규 해양수산부장관의 책무도 막중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항이 21세기 환태평양시대 속의 동북아 거점항으로 크게 성장하느냐 아
니면 재래항으로 전락하느냐의 성공여부는 울산해양청장의 직급상향조정(2~
3급)에 대한 해양수산부장관의 용단 여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
울산항만의 쇠퇴는 울산광역시의 쇠퇴며 곧 우리나라의 쇠퇴를 의미하는 만
큼 신임 해양수산부장관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울산항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앞으로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적
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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