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3 10:27

칼럼 / 상하이 자유무역지대(FTZ)를 바라보며

수필가 白岩 / 이경순

수필가 白岩 이경순.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는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1위인 상하이(上海)의 와이가오차오(外高橋)항과 양산(洋山)항, 푸둥(浦東)공항 일대에 면적 28.78㎢ 규모로 조성되었다. 중국의 첫 '경제적 치외법권'지대를 만들어 물류 중심지뿐만 아니라 홍콩을 따라 잡고 뉴욕, 런던에 버금가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이번 조치는 위안화 환전이 자유로워지고 트위터·페북 규제도 푸는 "제2의 개혁·개방"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만 분야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1위인 상하이항(32.5백만TEU)을 중심으로 와이가오차오 보세구역과 보세물류원구역, 양산보세항구역, 푸둥 공항 종합보세구역 등 4개 세관특수감시관리 구역으로 구성된다. 중국 정부는 기존의 4개 보세구를 묶어 조성한 이 시범구(區)를 2~3년 운영해 본 뒤 상하이 푸동 전역으로 자유무역지대를 확산시켜 2020년까지 상하이 FTZ를 글로벌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 자유무역지대 등장과 함께 상하이의 통관 절차가 간편해지면 그동안 부산항을 이용하던 국제환적화물이 상하이로 대거 옮겨져 중국이 외국선박에 대해 환적업무를 허용치 않아 그간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부산항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항의 경우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 물량 중 절반이 국제환적화물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상하이와 직접경쟁이 불가피 하다.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부산항의 중국 컨테이너화물 환적 업무와 LME 창고물류 업무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에는 칭다오나 다롄으로부터 온 화물이 상하이에서 환적이 불가능 해 많은 외국 운송회사들이 부산을 통해서 환적 해 왔다.

이에 대해 부산항은 “부산항으로 환적 되는 북중국 지역화물의 상하이항 유치를 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나, 적용 대상 한정으로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연안운송 허용이 중국선사에 한정돼 있어 현재 부산항에서 중국적 선사의 환적 비중은 극히 낮은 수준(부산 환적의 1.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부문
동남아시아의 공항대전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을 시작으로 홍콩 첵랍콕 공항, 인천 공항, 베이징 쇼우두 공항, 상하이 푸둥 공항으로 전선(戰線)이 이어지고 있다. 창이공항의 한 해 여객 처리 용량은 6600만 명으로 인천공항 4400만 명보다 훨씬 크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도 늘 인천공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도쿄 나리타공항은 2년 전 활주로 두 개 중 길이가 짧은 2180m를 2500m로 늘려 항공기 발착 편수를 25% 키웠다. 도쿄 시내에서 가까운 하네다공항은 활주로 세 개에 더해 내년까지 하나를 새로 놓는다. 인천공항에 빼앗기는 자기 나라 해외 여행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상하이 푸둥 공항은 제2 터미널을 지어 한 해 여객 수송 능력을 2000만 명에서 6000만 명으로 세 배로 늘렸다. 화물 처리 능력도 여섯 배 가까운 420만톤으로 키웠다. 상하이 국제금융센터와 푸둥 자유무역지대(FTZ)가 완공되면 세계1위항만 양산항과 함께 금융·생산·물류허브의 3박자를 갖추게 된다.

지금 동남아시아에선 인천공항을 제치고 허브 공항에 올라서려는 경쟁이 뜨겁다. 베이징 쇼우두 공항과 홍콩 첵랍콕 공항도 경쟁에 가세했다. 26일 인천 국제공항이 제2 여객터미널 공사를 시작한 것도 이들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서다. 2017년까지 5조원을 들여 축구장 53개 크기 터미널과 교통 센터를 새로 짓는다. 완공되면 여객 수송능력이 지금보다 40% 늘어난 6200만 명에 이르게 된다.

인천공항은 ACI의 세계 공항서비스평가에서 8년 내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1700여 공항 중 최고다. 공항의 경쟁력은 초현대식 시설 못지않게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은 서비스들에서 나온다. 홍콩 첵랍콕 공항 대합실 의자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달려 있다. 일본 기타큐슈공항에선 족욕탕이, 창이공항에선 공짜 영화관이 여행자를 부른다. 인천공항은 사소한 '휴먼 서비스' 하나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의 공항들이 항만을 끼고 발전한 것과 궤를 같이해 온 점을 감안, 항로준설에 3~4년 걸리는 만큼 하루빨리 16m까지 수심을 늘리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지혜를 모아 2m 준설 공사비용 2800여억 원을 마련해 인천을 상하이자유무역지대에 대칭되는 ‘21세기 지중해인 황해 물류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

금융 부문
시진핑 시대에 가장 주목할 부문은 상하이 금융시장이다. 중국의 첫 '경제적 치외법권'지대를 만들어 물류 중심지뿐만 아니라 홍콩 따라 잡고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상하이에 고급 면세점이 들어서면 춘제(설날)때 홍콩으로 몰리던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게 된다. 법인세율이 중국(25%)보다 낮은 15%가 적용될 경우 항공·의료기기 등 첨단산업 유치도 유리해진다.

중국은 중산층 육성과 소득분배 개혁을 다음 10년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내걸었다. 국유기업의 민영화가 분배 문제의 핵심인데, 이를 위해선 증권시장의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즉 연기금의 주식 매입 확대 등 증시로 자금 유입이 이루어지게 하는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에 상하이시는 그간 미루어 왔던 세계500위권 안에 드는 우량 다국적기업만 상장시키는 별도의 증시, 국제반(International Board)을 이번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우리는 새 장애물에 부딪힐 때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중국 모습 앞에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30여 년 전 중국 개혁·개방의 가장 중요한 모델은 한국이었다. 그러나 지금 두 나라 처지는 180도 달라졌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송도 국제도시는 한·중 경제 역전의 생생한 사례다. 상하이가 푸둥지구를 통해 '천지개벽'한 것과 달리 송도 국제도시는 설립 10년이 넘도록 허허벌판에 뾰족뾰족 빌딩들만 솟아있다. 송도 거리는 밤만 되면 인적 끊긴 깜깜하고 살풍경한 곳으로 변했다. 송도에 들어온 외국기업은 20개도 안 된다. 한국의 8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그래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송도가 이 지경이니 다른 곳은 둘러볼 필요도 없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4년 93억 달러에서 작년 50억 달러로 줄었다. 노동시장은 굳을 대로 굳어있고, 강성노조는 파업 전문 집단으로 세계에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외국자본에 대해 30~40년 전의 부정적 인식에 붙잡혀 있는 것을 보고 어느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생각을 하겠는가. 정부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를 더 끌어들이기 위한 자유화입법에 나설 때마다 국회와 시민단체에 발목 잡혀 주저앉고 말았다.

중국은 상하이 자유무역지구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홍콩 수준으로 규제를 확 풀었다. 홍콩은 세계에서 경제 자유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세계 사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환히 뚫어보고 있는 세계 기업들이 이렇게 기업하기 좋은 상하이를 내치고 한국 송도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국내기업들은 외국으로 떠나고 외국기업들은 한국을 외면한다면 10년, 20년 뒤 우리국민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정부·여당·야당·노조·시민단체들은 지금 당장 상하이에 가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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