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환경변화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내외 항만·물류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글로벌 해운환경변화에 대한 항만의 대응을 주제로 한 ‘제1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를 지난 11월 7~8일 이틀간 부산 롯데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부산항만공사가 출범한 이후 단독으로 개최한 국제 컨퍼런스로써 국내외 항만물류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열렸다.
컨퍼런스 기조연사로 나선 피터 탄(Peter TAN) 주한 싱가포르 대사관은 “세계적인 항만의 화물처리량 증가 추이가 2010년 14%, 2011년 7.3%, 2012년에는 4.8%까지 하락하며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항만업계는 현재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황·기후 등 논의 활발
이틀간 총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컨퍼런스는 ▲글로벌 경제와 국제해운시장의 전망 ▲선박 대형화에 따른 대응 전략 ▲기후변화와 친환경 항만 ▲북극항로의 기회와 도전과제 등 다양한 주제로 논의가 오고갔다.
국제해운시장의 전망과 도전과제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에서 앤트워프 교통해양연구원(ITMMA) 테오 노테붐(Theo Notteboom) 원장은 현재 해운업계가 겪고 있는 선복량 과다와 해운운임하락의 원인은 대외적으로는 컨테이너 수요 성장률 하락임을 지적하고 대내적으로는 선사들의 과도한 선박 발주 전략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본집약적인 컨테이너 운송업의 특성과 운임의 변동성에 따른 수익 감소위험이 증가함으로써 선사는 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우려하며, 해운업계는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할 뿐만 아니라 향후 달라질 미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해운산업 현황과 발전 방향도 발표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임진수 부원장은 한국의 해상무역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18%씩 성장했으나 최근 10년간 성장률이 2.9%로 어려운 시장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히며, 세계 해운항만 업계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쟁시장에서 부가가치시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 해운업계는 급성장하는 아시아(중국)와 북극 크루즈시장, 해양플랜트 산업, 북극항로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세션은 선박대형화에 따른 항만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머스크 코리아 브라이언 크리스텐슨 사장은 현재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모든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사의 수익개선을 위한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맥을 짚었다.
연료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저속운항은 머스크에 의해 비교적 최근 시작됐지만,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수년간 선사 합병과 규모의 경제를 위한 선박 대형화의 흐름이 지속됨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텐스 사장은 새로운 방안중 하나로 선박의 접안 시간 단축과 직결되는 항만 생산성 및 효율성 개선을 위해 선사와 터미널 간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을 꼽았다.
부산항, 선박대형화 대응
선박 대형화에 따른 부산항의 대응과 전략도 제시됐다. 부산항만공사(BPA) 임기택 사장은 선박 대형화에 따라 부산 신항에 입항하는 물동량의 수요와 공급을 사전 예측하며 항만시설 확장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리플-E 기항에 따른 대처로 BPA는 1만8천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박인 머스크라인 <맥키니 몰러>호의 최초 입항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정부, 운영사, 선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항만시설을 확장해 나갈 것이며, 신항 안정성을 꾸준히 강화해 선박대형화 추세에 대응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튿날 열린 세 번째 세션에서는 지속가능한 항만을 위한 그린포트 전략을 주제로 페르 반 데 라(Fer van de Laar) 국제항만협회(IAPH) 유럽 지부장이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는 그린포트는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항만당국과 항만이용자가 함께 친환경 성장,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등을 기반으로 하여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항만을 운영 및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만당국의 역할 또한 항만 및 전체 물류 네트워크 개발에 있어서 수동적인 역할에서 주도적인 파트너로서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2011년 환경선박지수(ESI)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ESI 참여 선박 및 선사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함부르크항만공사 젠스 마이어(Jens Meier) 사장은 함부르크항의 그린포트 청사진을 내놨다. 도시 한 가운데 위치한 함부르크항은 물동량과 항만 내 교통량이 증가함에 따라 항만의 지속 가능성, 질적 성장 및 오염물질 배출 저감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함부르크항은 현재 스마트포트 계획을 통해 보다 지능적인 항만으로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차원에서의 스마트포트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재분배하고 에너지 소비 및 배출뿐만 아니라 비용까지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물류 차원에서의 스마트포트는 함부르크항만 및 배후단지 내 물류 흐름 및 교통을 원활하고 신속하게 함으로써시간을 단축하고 비용과 오염물질 배출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국적선사 사례를 발표한 한진해운 이성호 상무는 ESI 제도에 대한 대응과 아시아 항만의 친환경 정책을 언급했다. 한진해운은 ESI 제도에 대한 대응으로 선사입장에서 추가비용 없이 자발적으로 ESI 제도에 참여함으로써 IMO 기준을 준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SI를 이용하는 항만에 입항 시 다양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싱가포르의 GPP(Green Port Program)와 홍콩의 FWC(Fair Wind Charter) 등 아시아항만에서도 저유황 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중이라고 밝혔다.
녹색해운 전략은 ‘선택 아닌 필수’
컨퍼런스 마지막 세션은 기후변화가 북극항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대미를 장식했다. 군나르 샌더(Gunnar Sander) 노르웨이 극지연구소(Norwegian Polar Institute) 수석자문위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하절기 빙하 해빙 범위가 가속화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북극은 하절기와 동절기 간 빙하 상태에 큰 차이가 있으며, 북극항로 운항 시 계절별로 다른 운항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해마다 빙하의 두께가 얇아지고 있어, 30~40년 이내에는 하절기 동안 완전한 무빙 상태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북극항로 이용 가능 기간 및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항로 이용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와 관련한 발표도 이어졌다. 이화룡 노르웨이선급(DNV) 지역책임자는 북극항로 이용 시 화물이 얼거나, 가벼운 손상을 입는 등의 빈도는 높으나 심각성은 낮은 리스크에서부터 선박운항이 중지될 만큼 심각한 기계 손상이나 급격한 기상 악화 등과 같은 심각성이 높은 리스크까지 정도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극에는 허용 가능한 리스크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리스크-편익 간 균형과 이해관계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북극항로 이용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하여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이후에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안전벽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기택 BPA 사장은 “부산항만공사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세계해운항만 업계가 당면한 공통의 문제를 논의하고 현명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자 제1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를 개최했다”며 “올해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세계해운항만 업계가 다양한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는 국제항만컨퍼런스를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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