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7 11:16

비운의 STX팬오션, 10년만에 다시 법정관리行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
산업은행의 인수포기가 법정관리로 이어져

STX팬오션이 해운시황 불황에 따른 경영악화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을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다지고 채권자, 화주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TX팬오션은 전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BDI 지수의 급격한 하락 및 시황 회복 지연, 중국 조선소의 생산량 증대에 따른 선복량의 공급과잉, 장기용선계약의 부실화, 유류비 부담 상승, 용대선 거래처 부실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와 손실 발생, 신규선박 도입 등에 따른 부채 및 상환원리금 증가 등의 이유로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STX팬오션은 지난 2008년 매출액 10조2310억원, 영업이익 6790억원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경영실적을 달성했지만, 이후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해운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2011년 이후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물동량 감소 및 BDI 지수 상승 지체로 포스코, 피브리아, 발레 등 고정적인 운임수익을 확보한 장기운송계약을 제외하고는 선박을 운항할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STX팬오션은 이같은 저시황 상황에서 특단의 경영상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현재의 현금흐름으로는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 용선료의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다.

STX팬오션은 회생절차 개시의 필요성을 6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경영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인 시황 하락과 공급 과잉 현상 등이 가까운 미래에 해소 될 것이라는 점, 둘째 발레 및 피브리아 등 향후 이익창출처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점, 셋째 고가의 장기용선계약 조정을 통해 확실한 수익구조를 창출 할 수 있다는 점, 넷째 회생절차를 통한 인수합병(M&A)이 성사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 다섯째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는 점, 여섯째 회생절차가 개시 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회적 파장 및 거래업체, 종업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 등이다.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은 “국내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고용안정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개선노력을 기울여왔으나 결국 업황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어 주주와 채권단, 화주 등 이해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회생절차 개시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지속적인 자구노력과 재무개선 추진으로 최단 기간 내 기업회생절차 졸업과 동시에 조기 경영정상화를 도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1위 벌크선사 법정관리, 국내 해운업계 충격

국내 최대 벌크선사이자 3위 해운선사인 STX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국내 해운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비록 대다수 대형 해운업체가 지난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STX팬오션은 다른 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형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리먼사태로 인한 세계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STX팬오션은 10조원의 매출을 돌파하며 한해 영업이익만 679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계속된 해운시황 불황과 고유가의 여파 등으로 매출하락 및 영업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국내 해운선사 중에서 가장 건실한 재무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주요 선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697.2%, 657.6%인 반면 STX팬오션은 302.2%로 절반 수준이다.

지난 연말 STX그룹이 사업구조 개편 및 그룹 유동성 확보를 위해 STX팬오션 매각 방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사태가 도래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STX팬오션의 이번 기업회생 절차 신청은 국내 해운업계가 붕괴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향후 정책당국의 특단의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국내 해운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도미노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해운사는 모두 13곳으로 늘어났다. STX팬오션에 앞서 대한해운, 삼호해운, 양해해운, 삼선로직스, TPC코리아, 대우로지스틱스, 봉신, 세림오션쉬핑, 조성해운, 씨와이즈라인, 월천통상해운, 동건해운 등 12개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사업의 붕괴를 막고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벌크선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STX팬오션을 반드시 회생 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STX팬오션은 국내 최대 벌크선 운영선사로 1966년 설립 이후 47년간 벌크선 운송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쌓아왔다.

지난 2008년 BDI가 사상최대치인 11,793포인트를 기록하며 벌크시황이 호황을 누릴 당시 STX팬오션은 매출액 10조2310억원, 영업이익 6790억원의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STX팬오션의 최근 실적 부진은 해운업황 부진의 영향이 가장 크다.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1만 포인트가 넘었던 BDI는 지난해 연평균 92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STX팬오션은 이 가운데에서도 장기운송계약 체결, 선제적인 선대 조정 등을 통해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STX 관계자는 “STX팬오션이 비록 매각작업 불발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운사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시황이 회복되면 순익도 급속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임직원이 힘을 합해 신속한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 지연으로 대외신인도 추락

STX팬오션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데에는 전례가 없는 깊고 긴 해운불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금융환경 악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업종 특성상 경기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리스크를 확대 해석한 국내 금융권의 소극적 지원으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조선∙해운 사업을 주력 양대축으로 하고 있는 STX그룹은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두 업종 모두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했고, 지난해 말 STX팬오션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STX그룹은 고용유발 효과가 그 어느 업종보다 크고 지역경제 발전 기여도가 높은 조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STX팬오션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부채상환과 축소된 선박 제작금융에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STX는 약 3개월간 모건스탠리 및 SC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STX팬오션 인수에 관심을 보인 다수의 국내외 투자자 및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매각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곧 전략물자를 운송하는 국내 대형 해운업체를 외국계 자본에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일면서 외국계 투자자 및 기업들은 협상 단계에서 발을 뺐고,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국내 대기업들도 무리한 인수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매각작업이 표류되기 시작했다.

STX는 결국 지난 3월 12일 STX팬오션의 매각방식을 공개입찰로 바꿨다. 특히 공개입찰은 산업은행이 STX팬오션 인수 추진시 불거질 수 있는 특혜시비를 줄이기 위해 요구한 방안이었다. STX는 이에 응해 3월말까지 제안서를 받았으나 결국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산은PE를 통해 최근까지 STX팬오션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STX그룹의 여타 계열사들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만큼 산은PE가 STX팬오션을 인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산은PE도 STX팬오션 인수 불가 방침을 정하면서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실사평가단은 확정 장기계약 등 회사의 미래 성장가치는 적극 반영하지 않고 보수적 관점에서 손실을 확대 평가함으로써 회사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우증권, 대우조선, 금호생명(현 KDB생명), 대우건설 등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인수의사를 표명해놓고 인수하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STX팬오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인수 포기에 대한 시장의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매각작업이 진행되면서, 매각 발표 당시 관심을 가졌던 수많은 국내외 많은 전략적∙재무적 투자자의 관심도 멀어졌다. 산은의 불확실한 인수 방침이 결국에는 다른 투자자의 관심을 멀게 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STX팬오션의 기업가치와 경쟁력은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대외 신인도 하락 및 주요 거래처 이탈이 계속되었으며, 유동성 부족에 따른 대금지급 지연으로 영업손실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말 매각 발표시 매각금액은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주가도 6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매각작업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주가는 2,500원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벼랑 끝 상황 속에서, 미래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구조조정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성과 신속성을 모두 놓쳐 버린 채권단의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은 지난 2002년 법정관리 졸업 이후 10년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비운의 기업이 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STX팬오션 매각 추진 및 기업회생절차 신청 일지

2012.12.12 STX그룹, STX팬오션 매각 추진 발표
2012.12.27  모건스탠리∙SC증권 매각주관사 선정, 매각 추진
2013.03.12 매각방식, 프라이빗딜에서 공개매각 방식으로 전환
2013.03.29 공개 매각 실패
2013.04.03 산업은행에 인수검토 요청
2013.04.08 산업은행 PE부 예비실사 착수
2013.05.31 인수결정여부 통지 공문 발송
2013.06.05 산업은행 인수 포기
2013.06.07 STX팬오션 기업회생절차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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