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사고를 겪어 본 사람은 안다. 진짜 골치 아픈 계산은 수리비가 아니라, 차를 정비소에 맡긴 날부터 하루씩 쌓이는 렌터카 비용이라는 것을.
우리 법은 재산상 손해를 사고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 상태와 사고 후 실제 재산 상태의 차이로 파악한다. 확립된 판례의 태도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사고로 인하여 지출을 강요당한 적극적 손해는 견적서와 영수증으로 쉽게 확인되지만, 소극적 손해, 곧 사고가 없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의 상실은 “있었을 상황”을 가정해야만 비로소 계산이 가능해진다.
선박이 다른 선박이나 부두와 충돌·접촉한 경우에도 동일하다. 실무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항목은 수리비가 아니다. 수리비는 양측 검정인이 손상 범위를 확인하는 검정조사 절차와 수리업체의 견적서로 비교적 쉽게 정리된다. 주된 다툼은 선박 또는 부두가 멈춰 있던 수리 기간에 어떤 이익을 얻지 못하였고, 어떤 지출을 하였고, 어떤 지출을 면하였는가에 있다. 이는 가정과 추정의 영역이고, 당사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셈법이 달라져 설득이 쉽지 않다.
분쟁은 기간에서부터 시작된다. 가해자가 책임지는 기간은 실제로 흘러간 기간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수리에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다. 배가 스무날 넘게 쉬었더라도 수리에 필요한 기간이 열흘이었다면 나머지 열흘의 손해까지 배상받을 수는 없다. 반대로 부품의 해외 조달을 기다리느라 작업 없이 흘러간 기간은, 겉보기에는 놀고 있던 기간이라도 합리적인 수리 기간에 포함될 수도 있다. 결국 이 다툼은 그만큼의 시간이 왜 필요했는지를 설명하는 싸움이고, 그 기간이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벌지 못한 돈은 어떻게 될까. 사고 선박의 파손이 수리가 가능하다면 수리 기간 중 휴업 손해가 통상손해로 배상된다는 데 큰 다툼이 없다. 배가 아예 침몰하는 등 멸실된 경우에도, 이를 대체할 선박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 동안의 휴업 손해는 증명되는 한 교환가치와 별도로 배상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이다.
그런데 휴업 손해의 산정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평소 하루 매출에 휴업 일수를 곱하는 계산법이다. 손해배상의 대상은 총 매출이 아니라 사고가 없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이므로, 선박을 운항하지 않아 지출을 면하게 된 연료비, 항비, 하역비 같은 변동비는 공제되어야 한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더 생긴다. 수리 기간에도 어김없이 나가야 하는 선원의 임금, 보험료, 관리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용선료(정기용선의 경우), 즉 고정비용은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 사고가 없었어도 어차피 지출되어야 하는 비용이라는 점 때문에 손해가 아니라는 오해가 생기는 항목이다.
그러나 고정비용은 영업이 계속되었더라면 매출에서 회수되었을 지출인데, 사고로 인하여 매출이 사라지면서 회수할 길이 막힌 것이므로 손해라고 볼 수 있다. 법원도 위법행위로 영업이 중단된 사안에서 영업을 계속하였더라면 얻었을 순이익과 별도로, 영업 중단과 무관하게 불가피하게 지출하여야 하는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상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순이익은 고정비용을 공제하고 남는 금액이므로, 순이익과 고정비용을 모두 배상하더라도 이중배상이 아니다.
부두·크레인 휴업손해 증명 한층 까다로워
한편, 부두와 크레인의 휴업 손해는 증명이 한층 까다롭다. 선박과 달리 부두를 운영하는 터미널은 영업 전체가 멈추는 일이 드물고, 일부 기능만 떨어진 채 영업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터미널의 수입은 부두 하나, 크레인 한 대가 아니라 선석과 배후 야드, 인력이 함께 만드는 것이어서, 멈춘 부두와 크레인의 기여분과 남은 부두와 크레인의 대체 처리 가능성, 처리 물량의 실제 감소 여부가 다투어지고, 감소된 물량이 사고 탓인지 시황 탓인지도 문제된다.
실무에서는 파손된 부두나 크레인 탓에 다른 선박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터미널이 부담하게 되는 체선료 상당의 보상액을 기초로 부두와 크레인의 휴업 손해액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대체 수단을 쓴 경우에는 중복 계산에 주의하여야 한다. 대체 크레인으로 예정된 물량을 그대로 처리하였다면 주된 손해는 대체 수단의 임차료와 추가 운용비이지, 같은 기간의 휴업 손해까지 겹쳐 청구할 수는 없다. 반대로,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면, 손해의 확대를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어느 경우이든 “있었을 상황”을 가정해야만 비로소 계산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그 가정을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우리 법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기가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때에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 통계자료, 평균 수익, 과거 실적 등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해양 사고 손해배상의 핵심은 수리비 정산이 아니라 멈춰 있던 기간에 관한 주장과 증명이다. 진짜 손해는 그 뒤에 흐르는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배는 멈춰도 돈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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