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처리특별법의 개선을 위한 여러 입법방향이 제시돼 화제다.
지난 16일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해적처리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해양경찰청, 국제법, 해적전문가와 유관기관 관계자 등 120명이 모인 가운데 해적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대응방안이 도출됐다.
이날 새누리당 윤명희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해적들의 빈번한 테러행위들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탈하는 사태에 대해 강력하고 적법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데 국내법상의 여러 법률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범죄인을 처벌하는 법집행 과정상에 여러 난제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의원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 주무관청의 설립이 필요한 이유 등 특별법에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해적들의 테러행위로부터 지켜내고 글로벌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국가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해야 할 내용들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환영사에서 “이달 말부터 약 40일간 헬기를 탑재한 3천t급 경비함정을 북태평양과 동남아시아 해역에 파견해 해적대응 및 공해상 생물자원보호를 위한 ‘국제해양경찰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특히 해적문제는 발생지역이 주로 공해상이라는 점, 피해자가 선적국, 선사 소재지 등 여러 국가가 관련되는 점에서 국제범죄이며 그 대처방법 역시 현재 유엔이나 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국가간 공동대응체제 속에서 강구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청장은 “해적 관련 여러 문제와 해적행위에 엄정하고 실효적인 대응을 위해 독자적인 법적 근거와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히며 “무역운송의 99%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상교통로의 안전한 확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재산의 보호를 위해서도 해적문제 처리에 관한 독자적인 법률의 제정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해적행위 처벌 관련 법률 새 것으로 정립해야
해적행위는 국제적인 범죄행위이지만 실제 재판과 처벌은 각국의 국내법원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각국의 해적행위 처벌 관련법 간에는 차이가 있어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해적이 기소되면 망명을 신청해 망명을 승인받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여러가지 이유로 해적을 재판에 회부할 방법이 없어 결국엔 석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해적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 자국법원에서 해적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하는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케냐처럼 다른 국가와 협정을 체결해 해적들을 인도받아 재판하고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해적처리특별법 제정의 필요성과 입법방향’의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한남대 이석용 교수는 해적행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 법률의 목적 ▲ 법률의 적용범위 ▲ 해적의 진압과 처벌 ▲ 해적문제 대응체계 등으로 열거해 해적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수는 해적행위처벌법을 제정하는 실질적인 목적은 유엔해양법협약과 기타 국제협약의 관련 규정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국내에서 시행하기 위한 기제를 만들어 해적행위를 근절하고 해상에서의 공공의 안전과 질서의 유지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해적행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의 관계규정에 따라 해적퇴치를 위한 국제적 협력의무의 이행 및 해적행위에 대한 대응과 처벌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해적행위를 근절하고 해상에서의 공공안전과 질서의 유지를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한 것”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교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일련의 결의에서 해적문제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관한 문제로 보아온 것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기여도 법률제정의 목적에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해적행위처벌법의 제정시 해적의 수사와 관련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체포와 신병인도 및 구속영장 관련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시기에 대해서도 특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소말리아 해적사건에서 해적들은 우리 해군에 의해 공해상에서 체포된 9일 이후 김해공항에 도착해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에게 신병이 인도됨으로써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체포와 신병인도 및 구속의 적법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시기 등 절차법적인 문제들이 쟁점이 됐다. 해적들의 체포 후 9일이 경과한 후 해양경찰관에게 인도된 점, 현행범 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시한인 48시간이 경과한 점, 체포 후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점 등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해적처리법 초안이 제16조에서 “해상에서 해적행위를 한 자를 체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제5항39), 제200조의제4제1항40) 등 을 적용해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가 피의자의 신병을 인수한 시점을 체포시점으로 본다”라고 규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해적행위가 빈발하는 아덴만 해역에 해군 청해부대를 파견해 해적진압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인인 해적을 상대로 해군이 작전에 나서는 것이 적합한 것인가 하는데 대한 의문에서부터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바, 우리나라도 해적문제에 대한 대응체계를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KBS 시사제작부 이영풍 기자, 아시아사회과학 연구원 문규석 박사, 한남대 이석용 교수,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 한양대 최태현 교수, 해군 작전사령부 김동욱 대령, 국회 김송주 입법조사관 |
국가적 예산지원 및 법 제정에 신경써야
발표에 이어 지정토론에서는 해적처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러 중요쟁점이 제시됐다.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최태현 교수,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문규석 박사, 해군 작전사령부 김동욱 대령, KBS 시사제작부 이영풍 기자, 국토해양부 김송주 입법조사관이 패널로 참석했다.
한양대 최태현 교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과정에서 검토해야 될 사항으로 ▲ 처벌 대상인 해적행위의 범죄구성요건과 해당 형벌의 명확한 문제 ▲ 해적 체포시의 우리 형사소송법상의 요건의 충족 문제 ▲ 해적처리 특별법의 적용범위-입법관할권의 근거 적시 문제 ▲ 외국과의 협력 확보문제를 특별히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교수는 “특별법 안에는 범죄인 인도 및 형사사법공조와 관련된 외국과의 협력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해적범죄가 주로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그 범죄인의 인도, 증거 및 증인의 확보 등과 관련해 외국의 협력의 필수적이므로 이를 보장받기 위한 명문의 규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폴을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시아사회과학연구소 문규석 박사는 협의의 형사사법공조와 범죄인인도에서 외국과의 형사사법공조의 경로는 외교채널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찰청에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NCB)이 있는 것과 같이 해양경찰청에 해적행위의 진압과 관련된 국제협력을 수행할 중앙기관을 지정해 인터넷이나 팩스 등으로 다른 국가와 특정한 국제협력을 신속히 주고받을 수 있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 시사제작부 이영풍 기자는 해적처리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문했다. 이 기자는 “함장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현장에서 해적을 체포할 수 있는 법이 국회통과가 되길 바랬는데 국회통과는 커녕 폐기돼 애석하다”고 밝혔다.
또 이 기자는 “해적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함을 1척 더 보내야한다”고 말하며 “연간 400억의 비용이 아까워 우리 상선을 보호하지 못한 것보다 더 큰 손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좌장을 맡은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는 해적은 조직범죄를 일삼고 있어 해적관련정보조직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정보수집 및 예산지원 등을 충분히 고려한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경험담 발표를 맡은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는 해군 교육사 석해균 선장도 세미나에 참석해 청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석 선장은 “납치 당시 6박7일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은 총이나 칼을 겨누며 선원들을 죽이겠다며 수차례 위협했다”며 “당시엔 정말 해적들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으로 용서했다”고 밝혔다.
또 석 선장은 해적들을 국내법정에 세운건 정당하다고 말하며 앞으로 해적사건이 발생하면 독자적으로 법률을 제정한 ‘국내법’으로 해적을 처리하길 당부했다.
해군 교육사 석해균 선장이 경험담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어 석 선장은 “해적대응을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관련 선사, 선원들의 문제인식의 제고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해양수산부는 부활이후 처음으로 해적 피해에 대응해 부산항 인근 해상에서 민·관·군 합동으로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청해부대 왕건함의 아덴만 파견에 앞서 선박의 해적피랍에 대비, 함정의 선박 구출작전 역량을 강화하고 유관기관 간 비상연락 및 대응 체계 등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다.
지난해 해적 공격은 전 세계적으로 32% (439건→297건), 소말리아해역에서 68%(237건→75건) 감소했다. 피랍 건수도 전 세계적으로 38%(45건→28건), 소말리아 해역에서 50%(28건→14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선박과 선원의 해적 피해는 2011년 5월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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