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2 11:21

대양상선 운명은?…마지막 선박도 팔아

해운불황에 회사 정리수순

대양상선이 사실상 기업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해운불황 장기화로 소유주가 사업 의지를 접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양상선은 최근 유일한 사선이었던 6만8591t(재화중량톤)급 <에버라임>(Everaim)호를 600만달러가량에 매각했다. 매각된 파나막스 선박은 1994년 일본 사세보조선에서 지어졌다. 인수처는 우리나라 선사로, 정확한 회사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선박금융을 제공한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대양상선측에서 자금난을 겪고 있어 선박 매각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대양상선은 출범부터 사선대가 많지 않은 선사였다. 대양상선은 지난 해운호황기를 거치면서 한 때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사선은 줄곧 2척에 불과했다. 사선을 활용한 수송사업보다 선박을 용선해서 다시 대선하는 방식의 '용선플레이' 사업으로 성장해온 회사란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대양상선은 해운 불황으로 급격한 타격을 받았다. 장기용선계약 없이 용대선 위주로 사업을 해온 터라 해운 불황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적자 폭도 해마다 확대됐다. 이 회사 영업손실은 2009년 830억원 2010년 967억원을 기록한 뒤 2011년엔 4779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매출액은 2008년 1조2606억원에서 2011년 2970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중국 다롄 소재 수리조선 자회사인 대양조선공정에 대한 무리한 투자도 자금난에 기름을 부었다. 대양조선공정은 지난 2009년 9월 가동에 들어갔으나 때마침 불어닥친 해운불황으로 수주실적이 모회사 발주분을 제외하고 전무했다. 작년 9월 해양특수선 신조사업에 진출하면서 활로를 모색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대양상선도 서울 본사에서 해양플랜트 담당 직원 채용을 진행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으나 직원 채용은 마지막 단계에서 돌연 중단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0월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회사는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많지 않던 선박을 처분하는 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6만5617t급 <마라나타>(Maranata)호를 중국 선박해체업자에 425만달러에 매각했다. 이 선박은 1982년에 일본 하시하마 다도쓰 조선소에서 지어진 노후선으로, 매각과 함께 폐선 수순을 밟았다.

대양상선은 이번에 마지막 남은 한 척까지 모두 내다 팔았다. 사실상 해운사업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부정기선의 경우 2개월 내에 면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을 취소하게 돼 있다"며 "구체적인 선박확보 계획이 있으면 유예기간을 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면허를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양상선 관계자는 "해운업이 워낙 불황이다 보니 회사 오너(정유근 대표이사)가 해운사업에 대한 의지를 접었다"며 "회사는 사실상 휴면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대양상선에서 근무하던 해운부문 직원 20명은 작년 12월 말로 모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회사엔 15명 정도가 계약직 형태로 남아 회사 정리를 진행 중으로, 이들도 이달 말 모두 퇴사할 계획이다. 대양상선은 지난해 말 대양조선공정에 대한 투자를 접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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