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4 15:47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1958)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Zeit zu Leben und Zeit zu Sterben)’란 영화는 먼저 우리에게 소설이나 영화로 너무 잘 알려진, 전쟁에 반대한다고 히틀러에게 찍혀 많은 박해를 받다가 ‘서부전선 이상 없다’와 ‘개선문’으로 대박을 터뜨린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1898~1970)’의 원작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밖에도 ‘생명의 불꽃’, ‘검은 오벨리스크’와 ‘리스본의 밤’, ‘네 이웃을 사랑하라’ 등으로 유명한 레마르크는 독일 출생, 스위스 망명 후 미국 작가로 소학교 교사, 점원, 잡지사 기자 등등 다양한 경험을 거친 소설가로 1차 대전을 소재로 한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직접 참전 후에 발표하여 화제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 영화를 관람했던 정확한 시기는 기억에 없으나 늘 뇌리를 맴도는 작품으로 남아있는 까닭은 단 세 가지 이유 즉, 편지를 읽는 도중 총탄을 맞고 물결에 떠내려가는 편지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놓치며 죽음을 맞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라스트씬이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서 겪게 되는  가장 격렬한 국면이라 할 ‘사랑과 죽음’을 예시하는 처연한 이미지를 내포한 타이틀, 그리고 요즘 싸이의 ‘강남스타일’ 보다 더 쿨하게 ‘필자 스타일’인데다가 외교관으로 대사까지 역임한 댄디 스타일 ‘존 개빈(John Gabin)’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하나 더 보탠다면 ‘마음의 등불’, ‘바람에 사라지다’, ‘전송가’ 등 감정적인 멜로물의 거장 ‘더글라스 서크(Douglas Sirk)’가 메가폰을 잡고 ‘벤허’, ‘백색의 공포’, ‘열정의 랩소디’로 명성을 얻은 ‘미클로스 로자’가 음악을 담당해서 더욱 돋보인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필자가 교복을 입던 50여년 전, 한국 청소년은 물론 중장년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슬픈 사랑의 종말을 대표하는 영화중의 하나이기도 했던 이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1944년 2차 대전 막바지 무렵에 한 독일군 동부전선의 병사가 보름간의 휴가를 나와서 아름다운 한 여인과 운명적으로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리고 꿈같이 짧은 며칠간의 신혼을 보낸 후 죽음의 땅, 전쟁터로 돌아간다.

전쟁의 와중에 아내가 보낸 편지를 읽다가 자신이 풀어서 구해준 지하 조직원 빨치산의 총을 맞고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억울한 죽음을 맞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영화는 전쟁을 일으킨 자의 승리를 위해 무참하게 희생당하는 한 젊은이를 통해 전쟁의 참담함과 불합리를 고발하는 줄거리라는 게 필자가 이를 오래 기억하는 관람 후기다. 계절이 바뀌어 흰눈이 흩날리며 수북이 쌓이기 시작하고 지친 모습으로 퇴각하는 군인들의 처참한 행렬이 화면 가득히 영화는 시작된다.

’44년 러시아 전선에서 퇴각하는 독일군들. 도착지에서 인원점검을 해보지만 많은 병사들이 실종된 상태이다. 얼어붙었던 눈이 녹으면서 동료의 시체가 발견된다. 어느 병사가 이야기한다. “눈이 녹으면서 시체가 발견되면 봄이 온다는 증거지.” 눈가에 눈이 녹은 물은 마치 시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녹은 산골짝에 꽃이 피누나/철조망은 녹슬고 총칼은 빛나/세월을 한탄하랴 3.8선의 봄. 싸워서 공을 세워 대장도 싫소/이등병 목숨바쳐 고향찾으리” 역시 싸움터는 총성 유무에 관계없이 살벌하기만 해서 필자는 문득 노래방 옛 18번이던 우리의 전선노래 ‘3.8선의 봄’을 연상해 본다.

마을에 숨어있던 민간인 4명을 체포한 독일군들은 스스로 자신이 묻힐 구덩이를 파게하고 처형한다. 그 보상으로 보드카가 나온다. 무고한 민간인을 처형하는데 동원된 어느 신병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심리적인 갈등과 죄의식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에른스트 그리버(존 개빈)’ 라는 병사는 2년 만에 보름간의 휴가를 얻어 고향땅 베르덴에 도착한다. 마을은 공습으로 윤곽만 남았을 뿐 자기집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됐고 수소문을 해 봐도 부모님의 행적은 찾을 수도 없었다.

가족의 주치의였던 크루제 박사를 찾아갔지만 딸 ‘엘리자베스(릴로 팔버/Lilo Pulver)’로 부터 아버지가 전쟁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비보만 듣게된다.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리자 지하 방공호로 대피한 그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을 확인한다. 헤어지며 에른스트가 식료품을 주려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화를 내며 거절한다.

전쟁 중에 식료품을 주는 것은 상대의 몸을 요구하는 행위로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폐허가 된 건물벽에서 그녀가 저녁에 만나자는 메모를 보고 집으로 찾아간다. 그들은 급격히 가까워졌고 강가로 산책을 나가 강변 수목들이 폭격으로 절반은 죽었지만 나머지는 살아 꽃이 핀 자두나무를 보고 “우리도 저 나무처럼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면서 첫 키스를 한다. 분에 넘치게 고급장교나 부유층이 드나드는 호화로운 게르마니아 호텔 클럽으로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간 에른스트는 그녀를 위해 2년 치의 전투수당을 몽땅 쏟으며 잠시 전쟁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금세 포격과 공습이 엄습하자 아버지의 실종으로 마음이 무거운 엘리자베스를 위로하며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서 세상만사를 잊기로 하고 친구가 보내온 샴페인으로 자축건배를 하고 글래스를 벽에 던져 깨뜨린 후 대망의 신혼 첫날밤을 보낸다. 이런 가운데 그녀는 아버지가 사망했단 통보를 받게 되고 에른스트는 어머님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신혼집을 꾸렸던 마을이 공습으로 완전 파괴되자, 원작자 레마르크가 단역으로 직접 출연한, 은신중인 옛 은사 폴만교수를 찾아가 그의 저택 부근 폐허가 되어 하늘이 보이는 집에서 그날 밤을 보낸다. 작가의 깜짝 출연은 인간이 선택하는 일은 신도 어쩔 수 없다는 작가 정신을 보여준 대목일까? 드디어 휴가의 마지막 밤을 이들 신혼부부는 포격소리가 날 때마다 힘껏 포옹을 하며 하얗게 지새운 뒤 다음 날 이른 아침 수송열차에 몸을 싣고 에른스트는 전쟁터로 향하고 엘리자베스의 뒷 모습이 처량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계속되는 공습을 받으며 퇴각하는 군인들 무리속에 끼어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전선을 벗어나 마을에 도착한 그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우편물이 도착했고 이젠 부인이 된 엘리자베스의 편지도 있었다. 마을 지하에서 생포한 포로를 창고에 두고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은 에른스트는 그들을 가두고 편지를 읽는다.

“강가 자두나무 옆에서 편지를 씁니다. 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고, 우리도 열심히 살자고 했었죠. 우린 그러고 있어요. 제가 당신의 애기를 가졌거든요.” 그 순간 긴급 부대이동 명령이 내려 포로들을 처리하고 떠나려는 명령에 불복하자 자기를 사살하려는 상사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전쟁에 염증을 느낀 에른스트는 포로들을 풀어주며 자유를 찾아 떠나라고 외친다.

이어 강가로 나가 편지의 나머지 부분을 읽으려는 순간, 자기의 석방을 수상히 여긴 한 포로가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편지는 강물위에 떨어지고 그는 다리위에 쓰러져 안간힘을 다해 편지를 잡으러 하지만 손은 닿지 않고 삶을 마감하는 에른스튼의 처연한 모습만 강물에 비친다. 모두에게 밝혔듯 필자는 글을 맺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에른스트의 강물에 굴절되어 마지막 비치던 모습과 편지가 떠내려가는 그 라스트 신으로 해서 호흡이 멎는 비탄 속에 눈시울을 적신다.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확인
맨위로
맨위로

선박운항스케줄

인기 스케줄

  • BUSAN CHENNAI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Wan Hai 522 05/22 06/11 Wan hai
    Wan Hai 522 05/22 06/12 Interasia Lines Korea
    Wan Hai 522 05/23 06/12 KMTC
  • BUSAN JEBEL ALI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Cma Cgm Hope 05/19 06/10 CMA CGM Korea
    Ts Shanghai 05/20 06/13 T.S. Line Ltd
    Al Nasriyah 05/21 06/16 HMM
  • BUSAN HAKAT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Dongjin Fides 05/20 05/21 Heung-A
    Pacific Monaco 05/20 05/21 Heung-A
    Dongjin Fides 05/20 05/21 Dong Young
  • BUSAN HITACHINAK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Heung-a Janice 05/26 05/30 Heung-A
    Akita Trader 06/02 06/06 Heung-A
  • BUSAN XIAMEN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Meratus Tomini 05/20 06/15 MAERSK LINE
    Ym Inauguration 05/23 05/31 T.S. Line Ltd
    Wan Hai 289 05/23 06/02 Wan hai
출발항
도착항
광고 문의
뉴스제보
포워딩 콘솔서비스(포워딩 전문업체를 알려드립니다.)
자유게시판
추천사이트
인터넷신문

BUSAN OSAKA

선박명 항차번호 출항일 도착항 도착일 Line Agent
x

스케줄 검색은 유료서비스입니다.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스케줄과
다양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