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0 09:31

새해 해운·조선업계 빅뱅 몰아치나

글로벌 해운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외 해운계의 빅뱅 또는 큰 재편이 예상된다. 해운시장이 극심한 불황에서 장기간 벗어나지 못하자 조선업계의 신조 발주량은 반토막이 나고 이로인한 경영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때 산업계 호황의 대명사로 불리던 조선업이 끝없는 추락을 하는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올해가 저물어 가면서 장기불황의 여파는 해운업계에 결코 반갑지 않은 화제를 몰고 왔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이 또다시 매각시장에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해운기업이면서 해운계 엘리트 집산으로 잘 알려진 STX팬오션의 매각 추진 소식에 해운인들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이 2004년 매각될 시 주인을 잘못 만났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해운업계 호황기가 지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자 STX팬오션은 적자경영에 허덕여야 했고 덩달아 STX그룹도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결국 그룹 주력기업인 STX팬오션을 매매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지난 2004년 범양상선 매각당시 일본선사 NYK와 미국투자회사인 AMA사 등이 인수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었다.

현 시황상 STX팬오션을 인수할 능력을 갖춘 국내 대형선사는 없다는 전제하에 업계에서는 STX팬오션 제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경영권을 가져오는 방안과 함께 물류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삼성, 현대차그룹 정도의 규모를 가진 국내 그룹사 그리고 외국투자회사, 외국 유수 해운사들의 인수의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TX팬오션의 매각추진을 남의 일과 같지 않게 곤혹스러운 상태로 지켜보는 곳은 국내 대형 선사들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5년여의 불황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있는 국내 대형선사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경영에 올인할 공산이 크다. 회사채 발행으로 유동성 리스크를 최대한 방어하고 있는 대형 해운선사들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장기불황에 맷집이 약한 외국 유수선사들도 언제 어떤 운명에 처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주목을 끄는 외신은 중국 1,2위선사들의 합병설이다.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이 합병작업에 돌입했다는 외신에 전세계 해운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 해운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중국이고 보면 중국 최대선사들간의 합병은 글로벌 해운시장의 빅뱅을 예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소문과는 달리 합병설이 그대로 설로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시노트랜스와 창항그룹의 합병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했기에 중국정부가 적극성을 안보인다는 것이다. 괜시리 장기불황하에 잘못된 만남의 주선은 더욱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합병 설로 끝날지 결국 물리적 합병까지 이를 지는 모르지만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의 합병 얘기만으로도 세계 유력 해운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함께 글로벌 해운시장의 또하나의 화두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의 향배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가 한동안 해운 쪽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발표에 수주난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머스크가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끊으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가뜩이나 부진한 일반 상선시장이 더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례로 우리나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만 해도 1만3천TEU급 컨테이너선 10척 등 13척을 수주했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올해는 수주량이 전무한 상태다. 새해에는 해운, 조선업계에 빅뱅, 새로운 재편의 분위기가 강하게 휘몰아칠 조짐이다. < 정창훈 편집국장 chje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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