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8 10:28

달러당 1,100원에서도 원화가치 여전히 저평가

중장기적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 정책방향 필요

●●●원화환율이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2,3분기 1,100원선을 하회한 이후 1년만이다.

올들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국가신용등급 상향과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의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도 상당한 규모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유로존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하반기 들어선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그간 모호했던 원/달러 환율 방향성에 대한 기대가 하락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지난 10월말을 기준으로 우리 정부가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 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도 68bp로 리먼사태 당시 기록한 최대치의 1/10 수준으로 하락했다.

수출업체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을 통해 매도하면서 사상 최대규모(9월말 기준 392억달러)로 증가했던 거주자외화예금도 10월 들어선 감소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는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발표한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보면 지난 6월말에 비해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는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전망치 중간값도 하락했다.

유로화 가치가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반해 일본의 엔화는 그때와 비교해 달러대비 35%, 중국의 위안화는 21% 절상된 상태이다.

주요 통화와의 평균적인 상대가치라는 측면에서 원화의 상대적 가치는 과거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을 하향하던 시기보다 저평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향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화·위엔화 6월과 비교해 절상폭 커…유로화는 비슷

이러한 평균적인 비교를 좀더 일반화한 것이 실질 실효환율 개념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명목환율과 물가변화까지 함께 고려한 평균적인 원화가치를 의미한다.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를 과거 경상수지가 균형에 가까웠던 시기의  평균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2012년 10월을 기준으로 원화의 실질가치는 주요 교역상대국 대비 10%가량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원화의 실질가치가 지금보다 10%가량 상승해야 경상수지가 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엔화와 위안화의 명목환율이 그동안 크게 절상된데다 근래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폭에 비해 명목 환율이 크게 절하됐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285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고 10월 무역수지도 38억달러 흑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으로는 340억달러 가량, 내년에도 200억달러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

해외건설 수출, 외국인 관광객 내방, 한류 콘텐츠 수출 등의 증가에 힘입어 만성적으로 적자이던 서비스 수지도 최근 개선 또는 소폭의 흑자로 반전되는 흐름이다.

경상수지의 대규모 흑자는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원화절상을 이끄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이같은 경상흑자 이면에 있는 국내 실물경제의 부진양상이다.

올들어 수출이 전년대비 마이너스 증가세를 이어가면서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은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듦으로써 나타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측면이 강하다.

지난 2분기와 3분기, 수출이 각각 1.7%, 5.6% 감소한 것에 비해 수입은 2.7%와 7.1%로 더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경기부진의 주된 요인이 설비투자 위축에 있다는 사실은 향후 우리경제의 중장기 성장세의 제약과 더불어 원화의 절상이나 위상제고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LG경제연구원은 밝혔다.

설비 투자 위축 등으로 실물경제 부진 양상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전후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원화표시 자산의 안정성 제고와 그로 인한 원화강세 기대가 좀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금리인하를 비롯해 선진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또한 지속 또는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주식 및 채권시장을 통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추가 유입될 수 있는 여건에 해당한다.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재정거래 유인은 점차 축소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국내외 금리차가 유지되면서 우리 국채의 신인도가 상승하고 있어 민자유인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외환 가운데 달러나 유로 비중을 줄이고자 하는 다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 일방적인 자금유입, 일방적인 환율하락 흐름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9월까지 주식시장을 통해서는 146억달러가, 채권시장을 통해서는 163억달러가 유입됐다. 매년 각각 200억달러 이상 유입됐던 2009~2011년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한 규모인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원화가치는 전반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점진적으로 절상되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원화의 저평가 정도와 향후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향후 원/달러 환율은 추가하락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책을 본격화하고 있어 4분기 세계경제가 반등하면서 수출도 좀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의 불안 요인이 크게 불거지는 경우 급등국면이 재연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외환시장의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상당부분 보완돼 왔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불안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 커

향후 원화가 고평가 국면으로 진입할 경우 경상수지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하락할 수도 있다.

과거 두차례 발생한 외환시장의 극심한 불안국면은 모두 경상수지 적자가 직간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외화수급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확산, 전염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곤했었다.

반면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던 시기에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상수지가 우리경제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적자나 불안정한 균형보다는 GDP대비 1~2%가량 소폭의 흑자기조가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환율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도입, 시행해 온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에 대한 규제등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환율하락 흐름이 현재 수준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흐름을 나타낼 듯하다.

특정한 환율수준을 장기간 고수하거나 최근 나타났던 하락흐름을 되돌리는 수준의 강한 개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국 경기가 동반 둔화되는 가운데 환율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계속해서 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도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연례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축적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경상수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원화절상을 용인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원화절상을 일정 부분 용인하면서 자본 유출입 규제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과도한 자본유입과 그 결과 유사시 나타날 수 있는 대규모 유출로 인한 금융불안 가능성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LG경제연구원은 강조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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