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의 산역사 천경해운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미증유의 글로벌 경기 침체하에서도 선제적 경영 전략 대응으로 선전하고 있는 천경해운은 한일 등 근해항로
선사에서 탈피, 동남아 항로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적시 선복 투입을 위해 선대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서성훈 천경해운 부사장을 만나 경영 방침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창립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천경해운 50주년이라는 시점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천경해운의 현재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회사가 5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어떤 한 사람만의 힘이 아니라고 봅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회사가 지속돼 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과 그동안 회사의 발전을 위해 회사에 몸담아 온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고 설립자의 생각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창립 50주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할 하나의 시점입니다. 저는 회사가 50주년을 맞이하게 돼 한편으로는 무척 기쁩니다만, 계속해서 회사를 발전시키고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자리를 통해 천경해운이 50년을 이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Q. 천경해운의 역사가 곧 우리 근해항로 외항업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간 주요 발자취를 회고하신다면....
천경해운의 역사가 근해항로의 역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외항해운의 역사를 60년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외항해운의 역사와 더불어 성장해 온 근해선사중 하나라고는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업주 故 김윤석 회장님께서는 천경해운(주)를 창업하시기 전인 지난 1958년 5월 ‘천양유조사’라는 회사를 설립, 부산에서 해상급유대행업체를 운영하셨습니다. 이 회사를 운영하시면서 선장시절부터 꿈꾸어 오시던 외항선사를 설립하신 것은 1962년입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조선업과 해운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계획조선을 실시하게 되는데, 이 당시 故 김윤석 회장께서는 경천애양(敬天愛洋)의 경영이념으로 1962년 10월 22일 천경해운(주)를 설립하시고 계획조선을 통해 총톤수 500톤급의“천경호”를 신조해 부산-고베·오사카 간 정기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됩니다.
1960년대에는 주로 고베, 오사카를 중심으로 선박을 배선하게 됐고, 70년대에 들어와서는 요코하마, 나고야 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가게 됐습니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조심스럽게 회사를 확장시켜 나갔습니다만, 1967년 SANKO LINE과 선원송출(MANNING)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세가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982년경에는 약 65척의 선박에 2,000여명의 해기사 및 일반선원을 외국 선박에 승선케 됐습니다. 이러한 선원송출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서 한일항로 사선 부문의 성장도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선원송출 사업과 관련, 저희 회사가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 당시 외국 선박에 승선하셨던 분들이 선진 해운기술을 습득하셔서 80년대 이후 국적선사, 해운관련단체 및 정부기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셨다는 사실과 당시 국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외화를 해외로부터 벌어들였다는 점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선 일관수송체계를 갖추기 위해 계열회사인 (주)천경 (CY업, 육상운송업), (주)동진 (항만하역업, 창고보관업) 및 보승실업 (빌딩 관리업)을 설립했고, 1977년도에는 대리점부와 국제운송부를 신설, 대리점업과 복합운송업도 시작했습니다. 1970년 후반부터 부정기선 2~3척을 보유하고 동남아 항로 및 미주지역을 서비스하기도 했으나, 해운산업합리화 계획이 공표된 1984년 전후로 이를 정리하고 사선부분에선 한일항로 정기선 부분에만 전념하게 됐습니다. 1985년 말에 완결된 해운산업합리화 계획에 따라 저희 회사는 여타 선사의 선박을 양수/매입해 20여척의 재래정기선을 운항하게 됐습니다. 그 시기에 일본대리점도 현지법인 체제로 바꿔 CK Maritime(주)가 설립됐습니다.
그 후에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재래 정기선 항로에서 꾸준한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컨테이너선의 확보 및 풀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하는 시점이 타 선사에 비해 조금 늦어지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故 김종훈 사장님의 재임시절이었던 1990년대 중반에 풀컨테이너선을 매년 신조 발주하면서 선박을 확보했고, 한일항로와 한중항로에서 풀컨테이너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2000년대에 인천-일본항로 풀컨테이너 서비스를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컨테이너 부분의 매출이 증가하게 됐고, 현재는 한일항로 매출액 중 컨테이너 부분이 약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에 컨테이너 서비스가 탄력을 받으면서 한·중·일 삼국간 항로에 2척의 선박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부산-러시아 항로, 그리고 2010년에는 동남아항로(태국, 베트남, 홍콩)까지 서비스망을 확충하게 됐습니다. 금년에는 자사선 2척을 동남아 항로에 직접 투입했습니다. 한편 2011년에는 상해사무소를 확대, 개편해 현지물류법인인 Shanghai CK Logistics Co., Ltd를 설립,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국에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Q. 천경해운 창립 50년사가 편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나요?
올 여름에 런던 올림픽이 있었는데, TV나 신문지면을 통해 영국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로, 역사와 문화를 잘 보존하고 계승 시켜나가는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매스컴을 통해 영국의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자부심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도 50주년을 맞이해 회사의 과거를 되짚어 보면서 현재를 판단해 보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취지, 그리고 회사에 몸담고 있는 조직원들이 50년 역사를 되돌아 보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천경해운 50년사를 편찬하게 됐습니다.
50년사는 해사문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유미애 부장께서 집필, 편집했고 해사문제연구소의 박현규 이사장님, 최재수 교수님, 강영민 전무님, 이원철님, KCTC의 신태범 회장님 등 많은 분들이 집필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집필자는 과거의 역사를 과장해 포장하기 보다는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사도 빠짐없이 객관적인 자세로 집필하고자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외부 홍보의 의미보다는 50년을 되돌아 보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저를 비롯한 천경해운 후배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의 분량은 약 430페이지, 총 6장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제 1장에서 제 5장 까지는 창립후 매 10년마다의 역사를 나눠 기술했습니다.
제 1장은 1962년부터 1972년까지의 내용을 기술하고 있으나 자료가 잘 남아있지 않고 카피 머신(Copy Machine)도 없던 시절이라 생존해 계신 원로분 들 및 OB분들의 구술과 증언 및 한국해운사와 통계연보 등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또 제 6장은 창업주이신 故 김윤석 회장님 개인의 이념이나 경영관 등을 전기식이 아닌 제3자의 증언을 모으는 방식으로 기술했습니다. 부록에는 연표, 계열사현황, 지사/대리점현황, 서비스현황, 선박보유연혁, 재무제표, 조직도 변화, 역대 임원현황 및 사진 등을 담고 있습니다. 50년사를 편찬하면서 천경해운 50년의 역정을 나름대로 찾아내서 기록함에 따라 향후 50년, 100년을 이어갈 회사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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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천경해운 창립 50주년은 향후 50년을 향한 새로운 도약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경해운의 중장기 비전이 제시돼야 할 시점이라고 보는데요?
저희 회사는 창립 50주년인 2012년을 근해 항로에서 동남아 항로로 사업을 확장, 발전해 나가는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금년에는 동남아 항로에 자사 운항선 2척 투입을 시작으로, 무리하지 않고 착실하게 성장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향후 동남아 마켓에서의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중기 목표입니다. 운항선사로서 항로 다각화도 의미가 있겠지만, 항로에 맞춰 안정적인 선복을 공급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에 선박확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원자재를 수송하는 부정기운항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준비해 나갈 예정입니다.
Q. 해운산업합리화를 비롯해 2세 경영체제에서 사라진 국적선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 경영체제에서 해운업황 불황에도 불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천경해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은?
과거부터 저희 회사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내실을 기하며,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지향해 왔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경영방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규모는 작더라도 내실 있고 신뢰할 만한 해운회사를 만들기 위해선 안정적인 선대확보와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 다양화, 좋은 인재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회사가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신조선 및 중고선을 확보하고 항로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며, 인원충원을 해 나가는 것은 무리한 투자라기 보다는 내실 있고 고객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회사가 지금처럼 유지되고 조금씩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업주이신 故 김윤석 회장님께서 회사의 기반을 튼튼히 만들어 주셨고, 많은 은덕을 베푸셔서 지금도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또 그동안 저희 회사에 근무하셨거나 근무하고 있는 해상, 육상의 임직원 분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창업주 이하 역대 경영진께서 욕심을 버리고 무리한 확장경영보다는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들자는 신념을 가지고 경영을 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글로벌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천경해운은 동남아항로 등 공격적인 서비스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지난 50년간은 무리한 투자 없이 안전 위주의 경영을 해왔으나, 저희 회사의 주력항로인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항로 서비스만으로는 회사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합니다. 동남아 항로의 진출이 공격적인 서비스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언젠가는 가야할 길을 가기위한 단계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항로확장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또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먼 곳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저희 직원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천경해운이 있도록 도움을 주신 화주기업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회사의 주어진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국가 경제발전 및 한국 해운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겨집니다.
Q.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근 해운선사들의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종합물류운송 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는 천경으로선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경쟁력화 하는 것도 검토해 봄직한데요. 이와관련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까지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종합물류기업으로서 국내 인프라는 작게나마 구축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종합물류기업이라고 하기에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체질을 강화해 화주기업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경해운은 한일 정기벌크화물, 한일 / 한중 / 일중 /한러 / 동남아(태국,베트남) 컨테이너 화물의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주)천경의 경우 부산 CY, 창고, 육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주관계사인 (주)동진은 한일 정기 벌크화물 및 중앙감천부두 하역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천경해운은 기존 항로의 효율성 및 수익성을 확대 유지하면서 금년부터 전사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동남아 항로 등 항로 확대를 통해 선사 고유 영역인 해상 운송을 보다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또 계열사인 (주)천경은 기존 사업을 계승 발전시키면서 포워딩 및 천경해운과 시너지를 위한 물류서비스 사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주)동진의 장비 확충 및 하역 서비스 효율성 증대를 통한 전문하역사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 3사 및 중국의 CK LOGISTICS와 일본의 CK MARITIME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화주기업에게 일괄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사가 만족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입니다.
Q. 글로벌 해운시황 전망은 불확실성 그자체입니다. 전문해운경영인으로서 향후 시황 예측을 하신다면....
제가 아직 해운시황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운전문지나 경험이 많으신 해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나름대로 해운 시황을 전망해 본다면, 현재의 불황은 2014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향후에도 2008년 이전과 같은 놀랄만한 호경기는 도래하지 않는다는 전망이 대부분인 것 같고 설령, 호황이 온다고 해도 그 기간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의 마켓 상황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서 경영 전략을 세우고 당분간은 무리한 투자나 확장보다는 차근차근 회사의 내실을 다져가는 방향으로 경영할 예정입니다.
Q. 해운불황 장기화로 인해 중견선사들의 애로사항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사들의 불황 타개를 위해 요청하고 싶은 관계당국의 지원시책은 무엇이며 중장기적으로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 육성을 위해 정부에 건의하는 바는?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는 금융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현재 정부가 해운사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도록 금융기관에 권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대형선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소형 선사들에 대한 금융지원은 매우 미약합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과 조선업은 정부당국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정적인 지원과 금융지원이 요구됩니다. 또 해운관련 외교력을 키워 주변 국가로부터 불이익을 줄여나가야 할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면 주변 중국, 일본, 러시아 국가에서 받는 국적선사의 불이익을 해결해 나가야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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