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3 09:16

기고/ 세계 1位 한국 造船産業의 회고와 지속적 競爭力 유지 및 발전 방향

지규억 前 삼성중공업 부사장

지규억 前 삼성중공업 부사장

나는 지금부터 정확하게 40년 전에 현대중공업 창업 시기에 초대 설계부장으로 우리나라 조선공업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조선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 이후로 내인생의 황금기를 조선산업 발전에 바쳤고, 그러한 연유로 조선전문가(?)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조선산업, 나아가서는 해운산업에도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소는,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가 창립된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소위 현대적인 신조선(New Building) 조선소의 역사는 현대중공업이 창립된 1972년으로 보아야 한다.

하여튼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불과 4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1조달러대의 무역대국에서 수출산업의 수위를 다투고 있는 기간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과 동력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할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아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식자층이 가질 수 있는 의문이 아닐까 싶어서, 내가 겪어 왔고, 생각하고 있는 바를 여기에 간단하게 밝혀볼까 한다.

조선강국 한국은 노동·자본·제철 등 조선산업의 기본요건 충족, 과감한 投資 선진기술도 한 몫

일본은 1955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세계최고의 조선강국으로 군림했다. 그러다가 21세기에 들어와서 서서히 우리나라에 그 자리를 물려주기 시작해서, 이제는 한국, 중국에 이어 제 3위의 조선국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난공불락같이 여겨졌던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던 배경과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엔고라든가 또는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선산업이 인기를 잃은 것 등 외부적인 요인도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여기서는 우리 내부에서의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볼까 한다.

첫째로, 삼성, 현대 같은 대재벌 그룹들이 조선산업에 주체로 참여한 것이 우리나라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서 크게 다행스러운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선공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것이 강조되고 있지만, 사실은 중공업 특성상 자본집약적 산업이라는 측면이 상당히 강하다.

시설투자비도 막대하지만, 끊임 없이 기술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케일이 크고 복잡한 제조공정을 가지고 있고, 사업개시부터 모든 면에서 국제성을 띤 산업이다.

따라서 자체 자본력이 있고, 우수한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적 영업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한 기업은 조선산업의 주체가 되는 것부터가 불가능하다.

더해서, 일본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고, 또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두 분의 선각자(고 이병철·정주영 회장)들에게도 크레디트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선산업의 실상을 항상 일본조선소와 비교해 보게 하고, 계속되는 영업손실과 조선불황 시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두 분의 집념을 나는 크게 인정하고 싶다. 물론 두 분 간의 치열한 경쟁도 조선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었다고 본다.

둘째로, 재벌그룹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1970년대의 조선시황은 제1차 오일쇼크 이후 불황의 연속이었으며,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조선소들은 계속되는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때 (4차 4개년 경제계획기간) 우리 정부의 조선공업지원정책은 지금 생각하면 가히 환상적이었다.

(1) 수출은행(KEXIM)을 통해서 연금수출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면 구매 선주가 선가의 20%만 지불하면 나머지 80%의 자금은 조선소를 통해서 KEXIM의 자금을 이자율 8%, 8년간 지불조건으로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이 조건마저도 더 완화해 주었다. 이것이 조선소의 영업경쟁력을 크게 도와준 조치였다.

(2) 정부의 계획조선 정책을 통해서 국내선 선복량 확장을 지원했다. 예를 들면 선주가 선가의 8~10%를 부담하면, 산업은행(KDB)이 내자를, 이자율 9~14%, 지불기간 8~10.5년, 거치기간 2.5~3년의 조건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3) 외국조선소와의 기술협력계약을 자유화해 주었다, 즉 초기지불금액이 3만달러 이하이거나, 전체 지불비용이 10만달러 이하이고 3년 이내의 계약기간이면, 기술 협력계약 신청이 자동적으로 승인되었다.
물론 조그마한 변경사항이 있으면 20일 정도의 승인기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4) 조선소 확장사업을 여러 가지 형태로 지원했다. 기존의 조선공업진흥정책(건설비중 70%를 정책자금으로 지원) 이외에 변전소, 저수지, 도로포장 등의 인프라는 전적으로 정부가 부담했으며, 조선소 영업개시일로부터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었고, 조선소 시설물 수입에는 관세를 면제해 주었다.

조선소들은 당시에는 상기 정책들을 당연한 지원으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에도 어느 정도의 정부지원정책이 있었고, 또 워낙 조선 불황이 오래 계속되었고 그러한 정책의 결과물이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셋째로, 각 분야의 우수한 기술인력을 들 수 있겠다. 특히 60년대 말부터 70년대에 걸쳐서 톱 클래스의 인재들이 조선공학과에 진학하기 시작했으며, 80년대부터는 이들이 주요 조선소의 주축 엔지니어들이 되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실이지만 우리 민족은 정말 우수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해양플랜트 등 연관 제조업 다각화로 향후 활로 모색, 국제적 경쟁우위로 위상 제고해야

그리고 당시에는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많은 것을 일본이나 유럽조선소에서 배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민족은 훌륭한 응용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끈기와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계속되는 어려운 시기에도 지속적인 기술발전을 이룩해 왔다.

넷째로, 근면하고 열정적인 우수한 기능인력을 들 수 있다. 조선공업은 분명히 3D 업종이다. 한여름에도 현장에서는 긴 팔 작업복을 입고 용접작업을 해야 하며,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한밤중 야외에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한 8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소 현장에서는 인명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 것은 거의 당연시 되는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기있는 우리 현장 기능공들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해서 품질이나 생산성 면에서 선진국 조선소들을 능가하는 발전을 이룩해 왔다.

조선공업의 성공요인에는 분명히 국민성 요소가 있다. 세계적으로 한때의 조선강국은 모두 북반구에 속한 나라들이다.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3국 등이다.

다섯째로, 세계 일류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기술을 조선산업발전의 한 요인으로 들 수 있겠다.

조선산업은 연관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종합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조선산업 발전은 필연적으로 모든 연관산업의 발전을 수반하며, 모든 연관제조업이 발전해야 조선공업이 발전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1970년대는 강재나 주기계통은 물론 기기를 고정시키기 위한 볼트, 너트까지 일본에서 수입해야 선박을 건조할 수 있었던 한심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최고수준의 제철소가 있고, 세계 최고, 최대 생산실적을 갖고 있는 주기 제조업체가 있으며, 많은 제조업체에서 일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는 일반선박의 경우 90% 이상의 자재가 국산제품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현대 조선공업의 시발점을 70년대 초 현대중공업의 설립 시점으로 본다면, 우리가 일본 조선공업과 대등한 위치에 도달하는 데에 약 30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OIL SHOCK)이 있었고, 조선시황은 불황의 연속이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또한 일본 엔화는 달러화보다 대체로 항상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산업이 비록 3D업종이긴 해도 전체 제조업 분야에서 최고의 임금수준과 훌륭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었으므로, 계속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투입되고 있었다. 특히 엔고 덕택에 달러 대비 선가의 가격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지난 20년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제 침체기를 겪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은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도약을 계속해 왔다. 특히 조선공업분야의 R&D 투자는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해상플랜트 분야, 컨테이너선 기술 등에서는 완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그리고 후발조선국인 중국의 도전에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 조선산업이 양적으로는(건조선박 척수)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품질과 기술면에서 특히 세계의 3대 조선소(현대, 삼성, 대우)를 위협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앞으로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요즈음 들리는 말로는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이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고 하지만, 적어도 조선공업 분야에서는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격차가 있다고 본다.

우선 3대 조선소의 기술개발 능력은 과거 전성기의 일본조선소들보다 한 차원이 높다고 본다.

예를 들면, 과거의 일본조선소들은 기술적으로 비교적 쉬운 선박인 유조선(Oil Tanker)의 사이즈를 경쟁적으로 키워나가면서 조선공업발전을 이룩했고, 수년간의 호황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냈는데 반해서, 작금 우리나라의 3대 조선소들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훨씬 높은 컨테이너선, LNG선, 그리고 해양플랜트선 등을 경쟁적으로 사이즈를 키워나가면서 발전하고 있고, 시황에 관계 없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이 가장 많이 수주하고 있는 선종은 기술적으로 오일 탱커보다도 더 단순한 살물선(BULK CARRIER)이며, 우리나라의 3대 조선소, 특히 삼성과 대우조선소는 벌크선 수주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해양개발이 미래의 과제, 기술 및 기자재 개발에 적극적인 정부지원과 집중투자 필요

둘째로, 선박건조기술과 건조공정은 많은 인력의 조직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연륜이 필요하다.

선박의 품질과 적기 인도라는 면에서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 못지 않게 개성이 강하고 특히 집단의식이 없다고 중국의 유명한 이코노미스트 앤디시에 박사도 인정했듯이, 중국사람들의 국민성이 조선공업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문명의 흐름이 서구에서 미주대륙을 거쳐서, 태평양을 건너서 아시아에 이르는 ‘서진’(西進)이듯이, 조선공업기술도 유럽, 미국을 거쳐서 일본에 전달되었고, 또 일본에서 한국이 배워왔듯이, 어느 시점에서는 중국조선산업도 우리의 뒤를 이어 전 세계를 리드하는 때가 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물동량이 많으면 많은 선박을 필요로 하고 선박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운회사들이 조선소에 대해서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순리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조선산업분야에서 계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 적기에 좋은 소식이 있었다.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과 기자재 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정책방향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인 해양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인류의 미래 과제라고 볼 진데, 우리 정부나 산업계가 해양플랜트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은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정확하게 방향을 잡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구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양의 개발에 우리의 선도적인 해양플랜트 기술과 과학기술을 접목시킨다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더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사료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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