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8 15:58

이호영칼럼/ 유라시아 랜드브릿지 서비스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과거 유라시아 횡단철도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way)’ 한 가닥이 유일했다. 그런데 UN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에서 확정한 ‘아시아 횡단철도(TAR: Trans Asian Railway) 구축계획’에 의하면 TAR은 북부노선(Northern Corridor), 남부노선(Southern Corridor), 남북노선(North-South), 아세안(ASEAN)노선 이렇게 4가닥 철도노선으로 놓이게 돼 유라시아대륙을 종횡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이 중 북부노선과 남부노선은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운행하는 노선이므로 TSR과 더불어 세 가닥의 철도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랜드브릿지 서비스(Eurasian Land bridge Service)’가 된다.

이것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 TSR에만 의존하던 구 소련체제에서는 철도가 소련의 내륙수송 위주, 특히 군사적인 목적 위주로 운영됐지 상업적으로 활발하게 이용되지는 못했다. 그 후 구 소련체제가 무너진 뒤에 본격적으로 TSR을 상업철도로서 개방했으나 비용의 상승, 컨테이너 왕복물량의 불균형, 모스크바 근처의 심한 혼잡 등으로 인한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TAR 북부노선과 남부노선을 이용하면 러시아 구역을 거치지 않고도 유럽과 아시아의 철도연결이 가능해지니 TSR로의 화물집중을 완화시킬 수 있어서 바야흐로 유라시아횡단 철도물류를 본격화 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유라시아 교역에 있어서 아시아 쪽은 주로 한·중·일 삼국이 중요국가이다. 이 중 세계의 생산기지인 중국은 동해안 쪽에 대부분의 생산 공장이 몰려있는데 최근 이것이 점점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대로 유럽은 서유럽 위주로 교역이 이루어지다가 동유럽이 개방됨으로써 동유럽 지역에 투자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생산 공장이 많이 생겨나 교역의 축이 점차 동쪽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와 유럽을 해상으로 연결하려면 중국 쪽에서는 동해안 항만과의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해안선 지역까지 물류를 해야 하고, 유럽 쪽도 역시 항만까지의 육상운송거리가 길어져서 아시아와 유럽지역 모두 해상운송 전 단계의 내륙운송비용이 상승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가운데 해상운송이 아닌 철도운송으로 중국내륙과 유럽내륙을 직통으로 연결한다면 실제 수송거리와 수송시간이 단축돼 중국 쪽에서 보면 서부 대 개발계획을 수행하는데 경제적인 물류망을 이룩한다는 장점이 있고, 유럽의 내륙지방에서도 해상을 경유하지 않는 직통 물류로를 확보하는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 랜드브리지 서비스는 아시아와 유럽을 가깝게 묶는 또 하나의 물류통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라시아 철도망을 이용해 여러 가지 유라시아 랜드브릿지 서비스가 시도된 바 있다. 그 첫째가 ‘베이징-함부르크 컨테이너 익스프레스’인데 독일,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몽골, 중국 이 6개국 국영철도(혹은 그 자회사가)가 공동으로 시도한 것으로, 2008년 1월 시험 운항해 15일 만에 베이징에서 함부르크까지 주파했다. 이 성공적인 시험 운항 후 실용화를 위해 실제 운항일수를 12일로 단축시키고 운임도 해상운임과 경쟁이 될 정도로 낮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해상운임이 기록적으로 낮아지고 그 현상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자 이 운임격차를 줄일 방법을 찾지 못해 계획의 추진을 중단한 바가 있다.

그러다가 해상운임이 다소 회복됐고 이 때 베이징-함부르크 컨테이너 익스프레스보다 앞서 ‘극동 랜드브릿지(Far East Land Bridge, FELB)’가 중국과 유럽을 잇는 철도서비스를 먼저 상용화 해 운항을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운항 중에 있다. FELB 이후에 DHL 등의 기업들도 랜드브릿지 철도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이렇게 ‘올 레일’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것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아시아에서 해상으로 유럽까지 가는 운임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해상운임이 비싸지면 철도운송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해상운임이 낮아지면 그 반대가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아시아에서 유럽향 화물은 있는데 유럽에서 아시아로 오는 화물은 별로 없다는 ‘화물불균형’이다. 셋째는 철도요금인데, 항공운임보다는 싸지만 해상운임보다는 많이 비싸서 해상화물은 별로 이용의 대상이 되지 못하니 이용되는 화물의 폭이 매우 좁다는 점이다.

넷째는 해상운송단계를 거치지 않으니 해상컨테이너를 제공하는 자가 없으므로 컨테이너를 철도운송사업자가 제공해야 하는데, 두 번째 문제점인 아시아향 화물부족현상으로 공 컨테이너를 빈 상태로 그냥 다시 실어 와야 한다는 기기운용의 어려움이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피하고자 화물이 비교적 균형이 맞아있는 반로인 중앙아시아까지만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우선 서쪽에서는 유럽의 함부르크, 브레머하펜, 로테르담 이 세 항만에서 폴란드,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를 지나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까지 소위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라는 블록트레인을 운영하는 폴주크 인터모들(Polzug Intermodal)이 있고 동쪽에서는 중국의 롄원강에서 아라산커우커우안을 경유해 중앙아시아까지 블록트레인 서비스를 연결하는 서중물류가 있다.

이러한 회사들은 해상운송화물을 항구에서 받아 철도로 연결·수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기의 컨테이너를 쓰지 않고 선사의 컨테이너를 쓰므로 공 컨테이너 운용의 어려움이 없다. 이러한 랜드브릿지 서비스를 운영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폴주크 인터모들의 운영노선 중에서 남·북미대륙에서 대서양을 건너 중앙아시아로 가는 노선의 화물은 해상운임과 관계없이 순방향물류이기 때문에 고운임이더라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 서중물류의 노선 중에는 남·북미대륙에서 태평양을 건너오는 화물 역시 고운임이라도 순방향물류이므로 철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을 미루어 보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직통철도노선은 해상운송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해상운임이 지금보다 고운임이 될 때, 유럽에서 중국으로 오는 고가품이 많아져서 왕복항의 화물균형을 잡혀질 때, 그리고 철도운임이 지금보다 많이 떨어져 해상운임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있게 될 때가 되면 크게 발전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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