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09:09

전세계 항만 효율성 하락세…부산항은 성장곡선

상위 20위권 중 절반이 중국 항만


지정학적 요인으로 세계 컨테이너항만의 운영 효율성이 악화된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부산항은 성과를 끌어올리며 세계 상위권을 유지했다. 세계은행과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최근 발표한 2025년 항만효율성지수(CPPI)에 따르면, 부산항은 96.8점을 받아 24위에 올랐다. 외부 변수로 선박 스케줄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도 효율성을 개선했다.

CPPI는 컨테이너선의 항만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항만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전년도 글로벌 평균을 0으로 둔 상대 지수로, 점수가 높을수록 컨테이너선의 항만 체류시간이 짧고 운영 효율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세계은행·S&P는 지난 2020년부터 항만 성과의 객관적 비교 기준을 마련하고자 매년 항만효율성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평균 항만효율성 지수는 2024년 대비 1.4포인트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의 항만 체류시간이 평균적으로 길어지고 선박 회전이 느려지면서 성적표가 뒷걸음질 쳤다. 세계은행은 중동 지역의 항로 우회와 스케줄 차질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선박이 일시에 몰리고 대기시간이 증가하는 등 병목현상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항만의 효율성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4년 지정학적 변수와 기후 요인이 맞물리며 일부 항만에서 선박 체류시간이 다시 증가했다. 홍해 사태에 따른 희망봉 우회 운항과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이 선박 스케줄 신뢰도를 낮추고 항만 혼잡을 키웠다. 

특히 지역별·항만별로 격차가 두드러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만은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성 지수를 기록한 반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항만은 평균 -72포인트로 집계되며 구조적 열위를 드러냈다. 남아시아 평균 CPPI는 34.4포인트, 동아시아·태평양은 30.7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중동·북아프리카·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지역은 19포인트를 기록, 지난해보다 소폭 악화됐다.

세계은행은 경제 발전 수준도 항만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 걸로 풀이했다. 중상위 소득국과 고소득국 항만은 평균적으로 중하위 소득국과 저소득국보다 선박의 회전 시간이 짧았다. 보고서는 높은 인프라 수준과 크레인 투입 능력, 고도화된 디지털 시스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장비와 인프라가 우수한 항만도 외부 요인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일부 중상위소득국 항만은 고소득국 항만보다 높은 성과를 거뒀다. 수출 중심 구조, 항만 간 경쟁, 지속적인 투자 흐름이 영향을 미친 걸로 나타났다. 반면 북미·유럽 항만은 항만 혼잡과 노사 분쟁에 따른 제약, 배후 운송망 병목현상이 맞물리며 선박 체류시간 증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항만은 부산항 24위, 인천항 32위, 여수항 66위, 평택항 148위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은 96.8포인트를 기록해 전년 92포인트보다 효율성이 개선됐다. 인천항도 85포인트에서 88.9포인트로 올랐다. 반면 여수항은 103점에서 50.6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해사물류통계 ‘2025년 국내 주요 컨테이너항의 항만효율성지수(CPPI)’ 참고)

부산항은 처음 지표가 집계된 2020년 112포인트를 기록한 뒤 2021년 85포인트로 낮아졌지만 이후 90포인트대 안팎을 유지했다. 2025년에는 전년보다 4.8포인트 상승하며 북아시아 평균인 42.8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2020~2025년 6년간 36위 25위 22위 35위 27위로 상위권을 지켰다.

인천항은 2020년 84포인트에서 2021년 65포인트로 하락한 뒤 등락을 보였으나 2024년엔 전년 대비 18포인트, 2025년엔 3.9포인트 오르면서 2년 연속 개선됐다. 순위 또한 48위 33위 32위로 지속 상승했다. 여수항은 전년도 103포인트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급락했다. 다만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점수다.

中 등 아시아항만 효율성 개선 박차

상위 20개 항만 가운데 중국은 7개 항만을 순위에 올렸다. 홍콩(9위)과 가오슝(17위)을 포함하면 중화권 항만은 9곳에 이른다. 1위는 푸저우항이 차지했으며, 다롄항이 뒤를 이었다. 선전항의 서부 터미널인 마완항과 츠완항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이 밖에 닝보(7위) 샤먼(14위) 톈진(16위) 등이 상위권에 들었다. 상위 20개 항만 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계 항만으로 채워졌다. (해사물류통계 ‘항만효율성지수 톱20 (2020~2025년)’ 참고)

항만효율성에서 두각을 보인 아시아 지역 항만 상당수는 물동량을 기준으로 한 순위도 높은 편에 속한다. 선전항(마완·츠완), 닝보항, 홍콩항, 까이멥항(베트남), 샤먼항, 톈진항, 가오슝항, 탄중펠레파스항(말레이시아) 등은 컨테이너 물동량으로도 세계 상위권 항만이다.

지난해 선전항의 물동량은 약 3500만TEU로 세계 4위 규모였으며, 닝보·저우산항은 4300만TEU로 3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톈진항은 물동량 기준 8위, 탄중펠레파스항은 13위, 홍콩항은 15위, 샤먼항은 16위, 가오슝항은 22위, 까이멥항은 28위로 집계됐다.

전 세계 항만 물동량 1위인 상하이항은 효율성 지표에서 97.5포인트로 23위를 기록했다. 2024년까지 별도로 집계됐던 양산항이 2025년 지표부터 상하이항에 포함되면서 이 항만의 점수가 대폭 개선됐다. 2024년 -11포인트로 280위였던 상하이항은 항만효율성 상위권에 올라섰다. 양산항은 2024년 146포인트로 1위였다.

한편 전년 대비 효율성이 가장 크게 개선된 항만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항이었다. 더반항은 2024년 -721포인트에서 2025년 -242포인트로 상승해 479포인트 개선됐다. 바하마 프리포트항, 남아프리카공화국 코에가항, 파나마 크리스토발항, 멕시코 만사니요항도 각각 221포인트 165포인트 154포인트 152포인트 상승하며 전년보다 지표가 크게 올랐다. 보고서는 대기시간 단축과 선석·야드 운영 개선 등이 항만별 성과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들 항만은 여전히 항만효율성지수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처음 CPPI가 집계된 2020년과 비교해 장기 상승 폭이 큰 항만은 다양한 지역에서 나타났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항, 바레인 칼리파빈살만항, 에콰도르 포소르하항 등은 2025년 각각 -23포인트, 106포인트, 104포인트로 집계됐다. 상승 폭은 80포인트 75포인트 70포인트였다. 미국 로스엔젤레스항과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은 2020년 대비 81점 75점 상승했지만 2025년 순위는 88위와 45위에 그쳤다.

반면 베트남 하이퐁항, 중국 마완항, 일본 고베항은 높은 개선 점수를 보인 상위권 항만이면서 2025년 효율성지수 상위권에도 올랐다. 하이퐁항은 초창기 70포인트에서 2025년 122포인트로, 마완항은 84포인트에서 135포인트로, 고베항은 75포인트에서 123포인트로 개선됐다.

보고서는 돌발 혼잡 현상이 전 세계 물류망의 화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돌발 혼잡은 물동량 증가가 아닌, 지연된 선박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면서 단기간에 혼잡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지정학적 위기, 악천후, 노사 분쟁 등의 요인으로 선박 운항 일정이 흐트러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운항 스케줄의 신뢰도가 낮아질수록 항만 처리능력을 넘어서는 혼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은행·S&P는 보고서에서 “항만 성과와 공급망 스트레스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스트레스는 선박 운항 차질과 항만 혼잡 등으로 물류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상태로, 입항 집중과 대기시간 증가를 야기한다. 항만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선박 공급이 묶이고 다른 기항지와 주변 지역으로 지연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 공급망 전반의 스트레스가 커진다.

보고서는 효율성이 높은 항만도 입항 패턴이 불규칙해지면 선박 회전 시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고효율 항만은 충격을 흡수하고 회복하는 능력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디지털화, 운영 고도화, 안벽·크레인 처리능력 확보 등은 개별 항만의 처리 효율뿐 아니라 세계 공급망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연쇄 효과를 줄이고 물류 혼잡에 대응하려면 항만 효율성지수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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