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한해를 되돌아보면 만감(萬感)이 교차해 온다. 새해 벽두부터 날아 온 국내 4위 대형사인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은 해운업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9년 그토록 힘든 미증유의 불황을 겪으면서도 지혜를 짜내며 예상보다 훨씬 빨리 위기를 극복한 해운업계가 올들어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비롯한 최악의 글로벌 경영환경으로 인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는 힘든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
한마디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해운업계로선 2~3년새 두 번이나 최악의 불황을 겪어야 하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생존을 위한 끝없는 자구노력과 내실을 다져 온 국내 해운선사들은 새해를 기약하며 흑자전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 불황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9번째로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했다는 정부의 발표에 해운, 무역업계 모두 환호를 보냈다. 무역과 해운업은 바늘과 실과 같은 동반자이기에 무역액 1조달러 시대 개막의 일등공신은 해운업계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가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어 무역에 있어 해운업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해운산업하면 운송측면만 부각되는데, 사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작년에 외화가득액이 303억달러에 달해 한국 6위의 수출산업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세계경제가 미국경기 회복 지연, 유로존 국가 재정위기 심화, 중동정세 악화, 일본의 대지진, 태국 등 동남아국가의 대홍수 그리고 고유가 지속등으로 여전히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해운선사들은 이제 치킨게임을 해서라도 생존해야 된다는 비장한 각오들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올 한해 선복과잉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은 유럽항로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확실히 포착되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 물동량은 지난해 비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닌 상황에서 운임이 폭락하는 데는 선복과잉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유수선사들이 발주해 잇따라 인도되는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유럽항로에 앞다퉈 투입함으로써 항로 운임사정은 말이 아니다. 이에 세계 최대 정기선사인 머스크라인이 획기적인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실시했고 이에 대응해 2위, 3위인 MSC와 CMA CGM도 제휴해 새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합종연횡에 의한 치킨게임은 우려한데로 진행돼 현대상선이 속한 뉴월드얼라이언스와 그랜드얼라이언스가 손잡고 해운연합체 ‘G6’를 출범시켰다. 이같은 시도들이 선사들간의 발전적인 경쟁체제 구축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에 대응하는 한진해운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 한진해운이 연말 선물(?)로 던진 보도자료가 국내 최초 연간 400만TEU를 달성했다는 내용이다. 새해 흑자로 돌아설 것을 재차 다짐하고 있는 한진해운 경영진으로서는 이 400만TEU달성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작스레 사망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일의 사망은 동북아시아의 물류체계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예측돼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무튼 올 한해는 불황국면에서 복잡히 얽힌 해운환경이 조성됐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다사다난했던 해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 정창훈 편집국장 chjeong@ksg.co.kr >많이 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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