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주협회 사장단 워크숍에선 선박금융기관 설립이 가장 큰 화두가 됐다.
한국선주협회(회장 이종철)는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천안소재 수협중앙회 연수원에서 2011년도 사장단 워크숍을 개최했다.
외항업계 최고경영자(CEO)와 협회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종철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금 세계경제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권 국가들의 재정악화와 중동지역 정정 불안 확산에 따른 고유가 지속, 그리고 미국과 EU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며, 해운시황 또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금의 어려움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원사 대표 들의 투철한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부문별 분과위원회에서 해운위기 극복을 위해 개선할 제도는 없는지, 해운발전을 저해하거나 해운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는지 챙기고 대안을 적극 개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 대표인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해운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업종”이라며, “해운인들의 땀과 정열에 의해 해운업계가 성장하고 이로써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사무국 김영무 전무는 2011년 상반기 주요업무 실적과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추진과 2012 여수세계박람회 참여방안 등 하반기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업무보고가 끝난 뒤 사장단은 정책분야를 비롯하여 선원선박 및 안전분야, 정기선분야, 부정기선 분야 등 4개 분임조로 나뉘어 해운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워크숍엔 당초 참석키로 했던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이 최근 ‘제주 연찬회 파문’을 의식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책분야 분임토의(분임장 신성해운 신용경 전무)에선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해운을 이해할 수 있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정책금융기관과의 차별성을 가져야함은 물론, 업무성격을 정확히 설정해 해운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설립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선사 CEO들은 선박금융기관 설립에 앞서 기존 금융기관의 해운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해운 불황기에 금융기관의 대출조건이 완화되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정책적인 배려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선박금융의 경우 해운불황으로 인해 기존 금융기관의 대출 조건이 강화되고 있는데다 만기 연장 중단, 기존 금융에 대한 이자율 인상 등 금융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가 중소선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매년 대형선사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면서 중소형 선사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선사의 애로사항을 의제화하기 위해 중소형선사협의체(가칭) 설립에 대한 의견이 제기돼 공감을 얻었다.
배석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임종관 박사는 “중소형선사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정의를 내리는 게 어렵다”며 KMI가 중소선사 개념 정립을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또 대형선사들은 여러 소스를 통해 많은 정보를 입수하지만 중소선사들은 양질의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협회가 간행물 통합 등의 방법으로 중소선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도 들렸다. 연장선상에서 규제완화가 국제적 추세임에도 해운업 등록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국제추세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밖에 카훼리항로 개방과 관련해선 카훼리선사 협의체 의견만을 수렴해서 막을 게 아니라 실질적인 수급을 조사해서 필요하다면 개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선원선박 및 안전분야 분임토의(분임장 우양상선 채영길 사장)에서는 △선박관리업의 지위 및 역할 △선원수급 분제 △해적대책 등이 중점적으로 토의됐다.
선박관리업의 역할과 관련하여 현재 별도의 관리사를 통한 선박 및 선원관리가 보편적 트렌드라는데 의경을 같이하고, 선원 및 선박의 제반문제에 있어서 관리사 없이는 정책입안이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또 선원수급과 관련해서는 작년 사장단 워크숍 이후 신규 해기사 양성인원, 승선근무예비역 인원 증원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 뒤 외국인 선원 공급의존도가 불가피하게 심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안정적인 외국인 선원 공급을 위하여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또 초급해기사 공급확대와 더불어 장기승선 유도가 더 큰 과제라며, 해사고 출신 해기사가 승선 중에 이수할 수 있는 ‘사이버해양대학교’ 과정을 설립하여 장기승선을 유도하는 방안을 협회에서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해적대책에 대해서는 선원대피처를 찾기가 힘든 일부 선종에서는 효과가 있으나, 천편일률적으로 전 선종에 설치를 강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선원대피처의 효용성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선분야 분임토의(분임장 태영상선 박영안 사장)에서는 △일-대만항로 개방문제 △항로별 정기선시황 동향 및 전망 △근해선사 경쟁력 확보방안 등에 대해 토의했다.
일-대만항로 개방과 관련, 오래된 숙원사업임에도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다며,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이 문제는 정부차원의 해결을 기다리기 보다 민간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며, 협회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민관협의를 통한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정기선 시황은 당분간 조정을 거친 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나, 대형선의 투입에 따른 선복과잉과 벙커가격 상승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도 근해선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피더 역할만이 아닌 특화된 항로개발을 통한 원양선사와의 상호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추진하고, 인센티브와 같은 단순 보조보다 실제 도움이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부정기선 분야 분임토의(분임장 동원해운 조승범 사장)에서는 △부정기선 해운동향 및 전망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근절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최근 부정기 시황은 최악의 상황으로 유가상승세 지속, 중국의 성장억제정책, 동일본 대지진과 호주의 홍수, 브라질 항만 체선 심화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침체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정기선사들의 체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가상승으로 인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총운임의 40% 수준이었던 선박연료유가가 최근 55%에 달하면서 선박운항 원가가 한계에 도달했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브라질 발레(Vale)사와 미국의 카그릴(Cargill)사 등 대량화주들의 대규모 선대 확충으로 부정기 전용선사의 입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 하반기 전반적인 부정기선 시황은 상반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나, 시황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참석자들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시 경쟁력 약화로 물류비용 증가가 불가피하한데도 일부 대형화주들이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며, 대량화주들 보다는 전문해운선사의 생산성이 더 효율적임을 입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물류산업이 파이낸싱 산업화되는 국제추세를 반영하여 정부차원에서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자본력 없이 물류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운산업이 국가경제는 물론 국가안보 및 국민생활에 크게 기여하는 점을 부각시켜 해운산업 육성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해운ㆍ조선간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특화된 선박금융 전문기관이 필요한 만큼 협회에서 이를 적극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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