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2 07:35

머스크라인 등 '해외 빅3'…세계 선복량 42% 차지

선박 대형화 경쟁서 밀려…선복량 4위→9위 급락
"머스크 등 외국 유수선사와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 같다. " 지난 2월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가 대우조선해양에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30척을 발주했을 때 국내 해운업체의 한 임원이 내뱉은 탄식이다.

한진해운은 올 들어 처음으로 1만TEU급 선박을 갖췄고,현대상선의 최대 컨테이너선은 고작 8600TEU급이다. 선박이 커질수록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해운사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마이너'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해운산업은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대상선은 1980년대 세계 최초로 4500TEU급 컨테이너선을 도입했고,1994년 5500TEU급을 사들인 것 역시 전 세계 해운사 중에서 현대상선이 처음이었다.

불과 20년도 안 돼 한국은 왜 해운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투자를 확대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운사들은 31일 제 16회 '바다의 날'을 맞아 재도약의 의지를 다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만TEU급 이상 선박 수는 4월 말 기준 총 39척이다. 전체 선대량 대비 3.5%다. 2015년에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204척(15.6%)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선박 대형화가 대세라는 얘기다.

선박 대형화의 장점은 연료비를 줄이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가 부문에서의 경쟁 우위는 결국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흐름에 국내 해운사들은 뒤처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선사들이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1만8000TEU급 발주는 검토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 시장이 상위 몇 개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선사들로선 부담이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상위 20개사의 선복량을 기준으로 머스크는 부동의 1위로 225만TEU 규모다. MSC(196만TEU · 스위스)와 CMA CGM(125만TEU · 프랑스)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 '빅3'가 전 세계 선복량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에버그린(대만)과 하팍로이드(독일) 등까지 포함해 상위 7개사로 범위를 넓히면 전 세계 시장의 60%가 7개 선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성우 KMI 국제물류실장은 "나머지 13개 선사들끼리 40%를 나눠 먹는 꼴"이라며 "한국 선사들도 이들 중소 선사에 속한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글로벌 선사들의 명운을 갈랐다. 불황이 닥치자 대부분 선사들은 미래 성장의 기반인 선박을 매각하는 데 바빴다. 그런데 대형 선사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MSC만 해도 2008년 말 선복량 121만4000TEU에서 2009년말 146만9000TEU로 선복량이 21% 증가했다.

CMA CGM 역시 정부로부터 긴급 재정지원을 받으며 선복량을 같은 기간 16% 늘렸다. 지난해 해운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자 이들 선사는 빚으로 지은 선박 덕분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양홍근 한국선주협회 이사는 "해운업이 카운터사이클 산업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공격적인 선대확장으로 고속성장을 한 데 비해 국내 해운선사들은 정부와 금융권의 관심 부족 속에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도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1년만 해도 세계 20대 컨테이너선사의 선복량을 국가별로 합쳐보면 1위 덴마크(69만TEU),2위 일본(44만TEU),3위 대만(43만TEU)에 이어 한국이 36만TEU로 4위였다.

10년 뒤인 올해 한국은 81만TEU로 4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단지 순위 5단계 하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1위인 덴마크와 비교했을 때 선복량 차이가 10년 전 33만TEU에서 144만TEU 이상으로 벌어졌다. 144만TEU는 덴마크가 우리나라보다 1만TEU급 선박이 144척 많다는 뜻이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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