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8 13:30

“100년 넘게 롱런하는 해운회사가 목표입니다”

인터뷰/ 삼목해운 최운선 회장
한·몽 합작선사 5월께 설립, 자원수송 참여 본격화
대형선박 확보로 장기수송 확대…금융권 불황기에 신조선 발주 지원해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해운업계에선 용대선 위주의 비즈니스에 대한 자성이 일었다. 해운업은 말 그대로 수송이 중심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3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이른바 해운업의 수퍼사이클 기간 동안 많은 선사들이 용대선을 위주로 한 사업 확대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였다.

지난 2월 몽골 정부와 해운합작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로 해운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삼목해운 최운선 회장은 수송 중심의 해운사업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운시황의 부침은 늘 있어 왔습니다. 언제든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이죠. 결국 화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COA(장기운송계약)나 전용선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장기수송계약 늘려 성장기반 마련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산코라인과 동부고속 해운사업부 등에서 일한 최 회장은 오래 장수하는 일류 해운회사를 만들어 보고픈 욕심에 삼목해운을 설립했다. 삼목해운은 설립 11년째 되던 지난 2004년에 해운업에 뛰어든 뒤 벌크화물 수송사업으로 사세를 조금씩 확대해왔다.

지난해엔 매출액 633억원을 거둬 2009년에 비해 2배 가까운 성장 폭을 달성했다. 금융위기로 후퇴했던 외형을 다시 회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최 회장은 2009년 12월과 2010년 7월 3만2500t(재화중량톤)급 핸디사이즈 신조선 2척을 인도받아 시장에 투입하는 한편 용선영업도 확대했다고 실적 성장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운송 중심의 사업계획을 털어놨다.

“우리 기업의 역사는 100년도 안됐어요. 반면 외국은 150~200년 된 기업이 많아요. 2003~2008년에 많은 기업들이 급성장했지만 우린 그때 거북이였습니다. 빨리 크는 게 목적이 아니라 150년, 200년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외국에서도 대한민국 회사라면 ‘삼목’하고 말할 정도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장기운송계약의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삼목해운은 지난해 인도받은 핸디사이즈 사선 2척을 비롯해 10~15척가량의 용선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또 지난해 발주한 8만2천t급 캄사르막스 선박 2척을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각각 인도받을 예정이다. 신조선들은 대만의 EMI사와 이미 5년 용선계약이 모두 체결된 상태다. 최 회장은 앞으로 수프라막스와 VLOC(초대형광탄선)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선박을 이용해 COA나 CVC(전용선계약)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몽골 석탄수송사업도 안정적인 성장 기반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지난 2월25일 삼목해운은 몽골 정부와 합작선사를 설립해 몽골에서 생산되는 유연탄을 국내 및 해외로 수송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몽골 정부는 내륙국가란 지리적인 한계로 풍부한 광물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자 해상로 확보와 해운물류산업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 정부에 철도망 건설과 해운산업 육성, 선원과 해기사 양성 지원을 요청하게 된 이유다.

“제 개인적으로 몽골민족과 우리 민족이 몽골반점이나 기마민족, 샤머니즘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어 동족애 같은 친밀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몽골 정부의 해운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고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 “몽골자원수송 장기적 비전 봤다”

최 회장은 조만간 합작회사가 정식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합작선사는 사업초기 선박을 용선해 광물자원을 수송하다 타반톨고이 광산 개발이 시작되고 2014년께 몽골내륙횡단 철도가 개통할 경우 전용 벌크선을 확보해 석탄수송에 나서게 된다. “몽골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 삼목해운이 18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몽 합작사를 설립해 몽골 해운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몽골과 우리나라 양국 관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걸로 생각해요.”

다른 해운회사들이 실제 수송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관심을 보이지 않던 프로젝트에 최 회장은 장래성을 보고 과감히 뛰어들었다. 내륙 철도망 확보까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점에 미뤄 실제 해상수송까지는 그 이상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현재 롯데건설을 주관사로 한 국내 건설사들이 ‘코리아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지난 3월 말 몽골 정부와 MOU를 체결했다. 코리아컨소시엄은 2012년 상반기에 광산연계 철도망 사업 중 1단계인 타반톨고이-준바얀, 샤인샌드-초이발산 등 총 1040㎞의 철도건설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사비는 약 3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철도망 구축이 완성된 후에야 본격적인 해상운송이 이뤄질 걸로 보입니다. 그 기간 동안은 몽골 직원들이 서울의 합작회사에 근무하며 해운 전반에 관한 실무교육을 받게 되죠. 별도로 우리 회사도 몽골 직원 한 명을 영입했어요.”

최 회장은 향후 해운시황에 대해선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무엇보다 선복과잉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만 세계적인 물동량 증가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시황이 약세를 보이는 건 결국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공급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2012년까지 신조선 발주잔량을 보면 그다지 밝게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결국 폐선과 물동량 증가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가 회복의 속도를 정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금융권이 활황일 때 선사에 대한 대출규모를 줄이고 불황일 때 대출규모를 늘리는 식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이 지난 해운호황 시절 선사들에게 신조선 발주자금을 90~95%까지 대출해준 반면 신조선 가격이 반토막난 현재엔 오히려 선사 자담규모를 30%까지 늘려 신조선 발주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박은 장기 투자예요. 선가가 낮은 불황기가 선박투자의 적기인 셈이죠. 하지만 정작 선박가격이 낮을 땐 금융권에서 자담을 많이 요구해 선사가 선박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선사로 하여금 선가가 높을 때 선박확보를 장려하고 선가가 낮을 땐 선박확보를 억제하는 형국이죠. 더욱이 자담분은 금융회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인데, 현재의 금융권 관행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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