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원 제출법안이 주는 선화주 협력강화 의미

같은 노선에 취항하는 선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협의하고 대책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일들이 글로벌 해운업계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 질 전망이다.

북미항로의 대표적 동맹체였던 아시아-북미동향운임협정(ANERA)이 지난 98년 미국 신해운법 발효와 함께 해체됐고 지난 2008년 가장 강력한 단결력을 보여졌던 구주운임동맹(FEFC)도 해체됐다.

이같은 해운환경하에서 북미항로 취항선사들은 항로질서 및 운임안정을 위해선 공동 협의체 운영이 절실하다는 판단하에 TSA(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동맹체제하에서 선사들간의 공동행위가 화주나 화주단체로서는 못마땅하게 비춰졌지만 선사들로선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표적 화주국가인 미국 화주단체들의 입김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독점권 폐지법안을 미하원에 제출케 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북미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 운항선사들의 독점권을 폐지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에 제출돼 해운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절반 가까운 세계 해상물동량이 움직이는 북미 항로인 만큼 동법안이 통과될 경우 세계 해운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미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북미항로 컨테이너 운항선사들의 독점금지법 면제 혜택을 폐지하는 법안 ‘Shipping Act Of 2010’을 제출했다.

현재 북미취항 유수선사들이 회원으로 구성된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은 운임회복, 비용절감, 이윤과 서비스 개선, 운송효율성 증대 등 전반적인 항로안정화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정부 및 화주단체와의 협상, 홍보활동, 시장조사 등 해운산업 주현안에 대한 정보교환 등을 수행하고 있다.

TSA는 개방적 동맹 성격을 띤 운임 협의체로 북미항로 안정화라는 명목 아래 사실상 북미항로의 운임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밖에도 주요 정부 기관과의 협력 관계 유지와 함께 주요 화주 단체 및 언론 매체 관계 유지 등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TSA는 동맹이라기 보다는 지난 2008년 폐지된 구주운임동맹(FEFC)과 비교시 상당히 약화된 협의체에 불과하다. 이번에 제출된 법안은 TSA와 같은 협의체가 운임을 책정하거나 규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선주 협의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부 해운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일종의 독과점형태로 운영돼오던 북미항로의 공정경쟁을 유도해 운임을 낮추려는 의도로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이번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할 경우 북미취항 유수선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협의체가 흔들리고 해체수순을 밟게 되면 북미항로를 주력 노선으로 하고 있는 선사들은 운임경쟁의 심화로 운임하락에 따른 매출감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TSA 회원사들은 미하원에 제출된 법안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극심한 해운불황을 극복하고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북미항로가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난 셈이다.

해운전문가들은 동법안 통과가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주 치러진 미 중간 선거로 미 의회가 폐회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동법안이 미 화주단체연합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법안 자동폐기 여부는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견해다.

동법안 문제도 결국 선사와 화주간의 대립양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보다 확고한 선사와 화주간의 협력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하겠다. <코리아쉬핑가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