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1 14:00

기획/ 비수기 대응 선제적 운임방어 나선다

선사들 3분기 실적 ‘빅점프’···물동량 꺾이자 선복조정 프로그램 앞다퉈 도입
●●● 성수기였던 3분기동안 막대한 규모의 수익을 낸 선사들이 비수기가 다가오면서 운임 통제에 나서고 있다. 선사들은 앞 다퉈 얼라이언스(선사 제휴그룹)를 중심으로 동계운항 프로그램이란 명목으로 선복을 줄이는 모양새다. 물동량이 하락하는 만큼 선복도 함께 줄여 운임을 지키겠다는 의도다.


선사들 3분기 수천억 규모 이익 실현

선사들은 3분기에 막대한 규모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입었던 막대한 손실 규모를 조금씩 만회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3천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일궜다. 현대상선은 3분기에 영업이익 2976억원을 기록, 1년 전 2422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2분기의 1561억원에 비해서도 90.7%나 급증했다. 매출액은 2조22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4200억원에 견줘 56.3% 늘어났다. 전분기의 2조412억원에 비해서도 8.8%나 성장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6조170억원, 영업이익 4,653억원을 거둬 연말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아직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진해운도 최대 실적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선 한진해운의 3분기 매출액을 2조6천억원대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이상 성장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33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진해운은 다음달 4일 3분기 영업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선복 규모로 아시아 2위 정기선사인 싱가포르 APL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에 비해 3배 늘어났다. APL은 3분기에 3억100만달러(약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1년 전의 1억3천만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1억100만달러)에 비해선 198% 증가했다. 3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매출액은 21억5700만달러(약 2조4400억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억4500만달러에서 60% 급증했다.

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오다 2분기 흑자전환한 APL은 3분기에 흑자 폭이 더욱 커지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실적은 매출액 58억5600만달러(약 6조6230억원) 영업이익 3억1500만달러(약 356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38억8200만달러에서 51%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5억200만달러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세계 1위 정기선사인 머스크라인을 비롯해 CMA CGM 하파그로이드 등 다른 글로벌 정기선사들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대치를 넘나드는 성적표가 예상되고 있다.

선사들이 3분기에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 물동량 성장과 운임상승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선사들은 성수기할증료(PSS) 징수에 주력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을 꾀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3분기에 성수기 효과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PSS 부과가 원활히 진행되면서 기간항로인 미주와 유럽항로에서 평균 운임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선사 관계자는 “북미항로의 경우 예년보다 한달 가량 성수기가 일찍 찾아오면서 수익 상승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기간항로 금융위기 이전 실적 회복

유럽정기선사협의회(ELAA) 물동량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2달 동안 아시아-유럽 수출항로(서향) 컨테이너 수송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246만개를 기록, 1년 전의 206만TEU에 비해 19.4% 성장했다. 호황기였던 2008년 같은 기간의 242만TEU보다도 4만TEU(1.6%) 가량 늘어나 유럽항로가 불황에서 깨끗이 벗어났음을 엿보게 했다.

항만분석기관인 피어스(Piers)에 따르면 아시아-미국 수출항로(동향) 6~7월 컨테이너 물동량은 229만TEU를 기록, 2009년 같은 기간 190만TEU에 비해 20.5% 성장했다. 2008년의 225만TEU에 비해서도 성장세를 나타냈다.

선사별로도 3분기 물동량이 큰 폭으로 성장해 실적 개선에 힘을 실었다.

한진해운의 3분기 컨테이너 수송량은 분기 사상 최대치인 97만7386TEU를 기록, 지난해 동기(91만9531TEU)에 비해 6.3% 늘어났다. 올해 2분기의 95만3917TEU에 비해서도 2.5% 증가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평균 컨테이너 해상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2.6% 인상된 1607달러(TEU 기준)였다. 기존 분기 최고치였던 2008년 3분기의 1525달러보다도 5% 이상 웃돈다.

현대상선의 3분기 컨테이너 수송물동량은 77만TEU로 1년 전의 67만TEU에 비해 15% 증가했다. 올해 2분기의 72만TEU에 비해서도 7% 늘어났다.

APL의 3분기 물동량은 131만TEU로, 1년 전 107만TEU에서 12% 성장했다. 2008년 같은 기간의 124만TEU도 넘어서는 3분기 최대 실적이다. 40피트 컨테이너(FEU)당 평균운임은 3120달러로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2008년 같은 기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운임 수준이다.

빠른 선복조정으로 운임협상력 높인다

성수기를 지나 비수기의 터널에 마주한 선사들은 시황 하락에 맞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요 하락세가 포착되기 무섭게 선복량 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동계 운항프로그램이 12월께 시작된 점에 미뤄 볼 때 올해 선사들의 움직임은 예년보다 한두 달 가량 빠른 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운업계를 강타했을 때 10월부터 선복조정이 실시된 바 있다.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NYK 홍콩 OOCL로 구성된 그랜드얼라이언스(GA)는 이달 초부터 극동-유럽항로 4개 노선 가운데 D루프를 격주 운항체제로 전환하는 동계 운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D루프의 전체 노선은 부산-칭다오-상하이-닝보-서커우-옌티엔-싱가포르-사우샘프턴-르아브르-함부르크-로테르담-싱가포르-상하이-부산 순이다. GA는 지난 2일 부산항 출항부터 변화된 일정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부산항 기준으로 이번 달 9일과 23일 선박운항을 건너뛰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내년 3월까지 진행된다.

머스크라인도 유럽항로 선복 조절에 동참했다. 머스크라인은 다음달부터 동남아-북유럽노선인 AE9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AE9는 태국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을 연결하는 항로다. 이번 조치로 머스크라인은 아시아-유럽항로 서비스 중 10% 가량의 선박량을 항로에서 빼게 됐다.

현대상선과 싱가포르 APL 일본 MOL로 이뤄진 뉴월드얼라이언스(TNWA)도 11월 도입 목표로 유럽항로에서 선복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TNWA의 부산항 기점 서비스가 1개 노선에 불과한 점에 미뤄 서비스 조정은 한국을 제외한 중국 또는 동남아 지역을 기항하는 서비스에 맞춰질 것으로 판단된다. TNWA측은 전체 유럽항로 운항 선복의 10% 수준에서 서비스 재편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진해운과 대만 양밍라인 일본 케이라인 중국 코스코로 구성된 CKYH얼라이언스는 현재 선복 조정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KYH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선복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만약 유럽항로에 대형선이 들어온다면 그에 대응한 선복 감축은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서항로가 아닌 남북항로에서의 선복 조정도 눈에 띈다. 머스크라인은 한국 광양항 기점의 아시아-중남미 노선인 AC3를 다음달부터 잠정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4300TEU급 컨테이너선 7척이 취항 중인 AC3는 칭다오-광양-요코하마-라자로-카르데나스-발보아-칭다오를 연결하고 있다. 이로써 머스크라인의 아시아-중남미 노선은 AC2 1곳만 남게 됐다.

CSAV도 한국-멕시코 노선인 ANDEX3을 지난 13일 중단했다. 취항 노선은 다롄-칭다오-상하이-닝보-부산-만자니요-라자로-카르데나스-다롄 순으로 2500~3000TEU급 컨테이너선 7척이 운항해 왔다.

추가적인 선복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들이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운임 급락을 막고 수익성 위주로 항로를 운영한다는 심산이어서 시황 하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GA측 관계자는 “선사들이 빠르게 선복 조정에 나서면서 현재 소석률은 8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만약 이 같은 조치에도 소석률이 낮아지고 운임도 하락할 경우 더욱 강도 높은 항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장 머스크라인은 내년 설날 이후에도 시장 수요를 반영해 추가적인 선복감축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A와 TNWA도 유럽항로에 이어 북미항로에서의 선복감축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두 얼라이언스는 전통적으로 매년 12월께 선복을 공동운항하는 방식으로 북미항로에서 동계운항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올해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선복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올해 미국 화주들이 선사들의 선복 감축에 불만을 품고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에 제소한 사례가 있엇던 점에 미뤄 볼 때 북미항로에서의 선복감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 선사 관계자는 “화주들이 한번 계약한 운임을 지켜주는 건전한 파트너십이 요구된다”며 “해운시황이 안 좋다고 터무니없는 운임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무시하고 더 싼 운임을 찾아가는 식으로 행동한다면 선사들도 운임을 지키기 위해 선박을 빼는 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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