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3 10:49

타업종기업들, 해운업 진출 줄이어

올들어 해운선사를 경영한 경험이 없는 기업들의 해운업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기관들을 비롯해 건설사, 농협, 수산업체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해운업계에 진입하거나 노크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가 자회사인 '아이에스해운' 설립과 함께 대한조선에 벌크선 2척을 발주하는 등 해운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건설사 중에서 해운업에 진출한 것은 아이에스동서가 두 번째다. 지난해 KCH개발이 해운계열사를 설립하고 선박을 인수한 전례가 있다.

이들 건설사가 해운업에 진출한 것은 부동산 불황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해운업을 지목한 것이다. 때마침 해운업이 지난해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인 투자요소다.

또한 최고점 대비 40~50% 낮은 가격에 선박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금융기관들도 선박투자를 늘리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난 6월 5억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 '블루마린'을 조성해 현대중공업 6척, 대한조선 4척, 현대미포조선 2척 등에 벌커선 총 12척을 발주했다. 이 외에도 분산상호저축은행이 해운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자사의 해상물량을 바탕으로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농협은 사료용 곡물, 화학 원료 등의 해상운송 물량 관련 해운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만6000t급 벌크선을 한 척을 구매하기도 했다.

농협 관계자는 "자사 해운사를 이용하면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농산물 소비자 가격이 싸지니까 소비자나 농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라고 밝혔다.

사조그룹 역시 원유ㆍ식품원료 등 그룹 내 물동량이 있어 해운사를 설립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자체 판단을 내린 상태다. 해운업에 정통한 이갑숙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영입하면서 이 계획은 이미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기존 해운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운업 자체가 오랜 경험과 경영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오래된 선사일수록 리스크관리 전략을 축적하고 있다"며 "배를 구입해서 운영하는 것이 해운업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연간 4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자사 물량의 기반으로 해운사 설립을 준비했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포기했다.

금융감독기관도 금융사들의 해운업 진출을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올 하반기 선박투자의 안정성 여부를 별도로 조사하기로 했다. 시황 변동에 민감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선박에 투자한 저축은행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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