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2 15:21
판례/해양안전심판에서의 정기용선자의 주의의무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대법원2008. 8. 21. 선고 2007추80판결
【원 고】 **건설주식회사
【피 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원심재결】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7. 8. 2.자 중해심 제2007-12호 재결
【주 문】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7. 8. 2.자 중해심 제2007-12호 재결 중 원고에 대하여 시정을 권고한다는 부분을 취소하고, 이 부분을 중앙해양안전심판원으로 환송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및 쟁점
가. 흥진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옹도항로표지관리소 선착장개량공사 중 수중공사를 하도급받은 원고는 소외 1로부터 예인선인 태광호(총톤수 45.36t)를, 소외 2로부터 부선인 부국호(총톤수 372t)를 각 임차하여 예인선열로 조합한 다음 위 공사에 투입하여 자재운반 등의 작업을 수행하게 하였다. 태광호의 선장은 소외 3이고, 부선의 선두는 소외 4이었는데, 소외 1과 소외 2는 원고에게 위 각 선박과 함께 선원들을 함께 제공하였다.
나. 위 각 임대차계약은 장비임대차계약으로 칭하고 ① 임대료에는 선원의 식대, 수당 및 기타 소모품 비용이 포함되며, ② 장비에 대한 정비·검사·수리는 임대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행하고, ③ 무자격자에 의한 운전으로 발생한 사고, 음주로 인한 사고, 임차인의 지시 없이 장비를 가동시켜 발생한 사고, 장비의 노후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 및 조종원의 불찰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는 임대인의 비용 또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며, ④ 임대장비의 운전원은 임차인의 지시에 절대 복종하여야 하고 임차인은 불응하는 운전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 위 두 선박은 2006. 4. 29. 20:30경부터 다음날인 같은 달 30. 09:30경까지 공사현장에서 공사 중 바다에 떨어진 사석과 골재를 인양, 수거하는 작업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위 작업을 마치고 태광호가 안흥항으로 귀항하기 위하여 거친 파도와 강한 조류가 흐르는 시기에 부선 부국호를 선미 예인하여 옹도 선착장을 출항하던 중 파도, 조류 및 급속한 변침 등의 영향으로 심한 좌현경사를 일으킨 후 복원되지 못하고 2006. 4. 30. 09:37경 옹도 선착장 앞 해상에서 선체가 침몰하면서 선장 소외 3을 포함한 선원 2명이 실종되는 이 사건 해양사고가 발생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수중공사 하수급인이자 시공자로서, 또한 태광호와 부국호를 임차하여 예인선열로 조합, 공사에 투입하여 운항·관리하는 선박운항자로서, ① 악천후 상황에서 태광호 선장 소외 3이 무리하게 출항할 당시 작업반장 소외 5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출항을 강력하게 제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② 선장의 자격 적격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앞으로 공사에 투입하여 운항·관리하는 선박에 대하여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심법’이라 한다) 제5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시정을 권고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결을 하였다.
마. 이에 원고는 시정권고가 민사의 책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이러한 권고재결을 취소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원고는 자신은 정기용선자이기 때문에 선박의 운항에 대하여는 아무런 의무가 없음에도 잘못이 있다고 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권고재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대법원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태광호에 대한 위 용선계약은 선박임대차계약과 구별되는 정기용선계약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바, 상법상 정기용선계약에 있어서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관하여는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휘·감독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로지 선주에게 있다 할 것이나, 해양사고의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해양안전의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해심법과 선박의 운행 중 사고로 인한 공평한 손해배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은 각기 그 입법 취지를 달리하는 것이므로,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정기용선자라 하더라도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계있는 사유가 밝혀진 경우에는 해심법에 의한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을 터이지만, 정기용선자가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관한 안전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거나 정기용선자에게 안전의무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그에 대하여 시정권고재결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그런데 태광호 선장 소외 3이 작업을 마친 후 안흥항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부선 선두 소외 4에게 출항준비를 지시하자, 소외 4와 원고 작업반장 소외 5가 소외 3에게 당시 기상 및 해상상태가 악화되어 있고, 조석도 고조기에서 저조기로 넘어가는 중간으로 강조류가 흐르고 있어 위험하니 3시간 정도 후에 출항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였는데도 소외 3은 이들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출항을 강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은 이 사건 재결도 인정하는 바로서, 당시의 기상 및 해상 상황에서 안전운항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해기적 사항에 속하는 것이므로 해기사나 도선사 자격도 없고 항해에 관한 전문적 지식도 없이 단순 노무 또는 작업관리자에 불과한 원고의 작업반장 소외 5에게 그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선장 소외 3에게 지휘감독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피고는 장비운전원은 원고의 지시에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위 임대차계약서 제12조에 기하여 원고에게 선박운항에 관한 안전 관리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위 제12조의 취지는 작업내용에 관한 지시를 말하는 것일 뿐 선박의 항행에 관련된 지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소외 5가 소외 3의 출항을 제지하지 않았다 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또한, 선박과 함께 선장 및 선원까지도 함께 선주로부터 용선한 원고에게 선장의 자격 적격 여부까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가 태광호 선장 소외 3의 자격 적격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재결의 근거가 된 처분사유는 모두 위법하다 하겠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권고재결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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