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7-27 16:58
대기업 사업철수, 중견기업 부도사태
지난봄 LG산전이 물류자동화사업에서 철수한후 대기업의 사업철수가 마치
썰물 때와 같다. 한 때 20여개에 이르던 대기업 물류자동화업체들은 이제 1
0여개 정도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나마 대규모의 인원감축과
조직개편으로 축소에 축소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
에따라 국내 물류자동화기술의 사장이 염려되고 있는실정이다.
물류장비업계가 총체적 붕괴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동안 자동창고를 비롯해 물류자동화시스템시장을 주도해 온 대기업들이
속속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으며, 남은 기업들도 인원감축, 조직 축소로 근
근히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소위 랙 상위업체들마저 부도로 쓸어지고 있으며, 소규모업체들은
물량난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 물류자동화업체 속속 퇴출
이러한 총체적 위기는 이미 지난해 11월 IMF 구제금융체제 이후 예견된 것
이었으나 금년들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업계의 존폐를 의심해야 하는 지
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대기업 물류분야에서 두드러지
게 나타나고 있는데, 공장자동화사업의 일환으로 물류사업을 시작한 대기업
들은 현재 공장자동화부문까지 급속히 축소되자 서둘러 물류사업부문을 축
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대기업중에서 물류자동화사업을 안하는 기업은 몇 안될 것이라고 까지
했던 이 시장은 IMF 이후 실질적으로 남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위축됐다.
지난 96년말까지만 해도 약 20여개에 달하던 이들 대기업 물류자동화사업체
들은 이제 약 9개사 정도만 실질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축소되었다.
대우중공업, 롯데기공, 삼성항공산업, SK건설, 코오롱엔지니어링, 포스콘,
한진중공업, 한화기계, 현대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등 남은 9개사들도 형
편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나마 자체 그룹사 물량이 남아 있는 기업이 그 정도이고, 타사 물량을 수
주하는 사업자는 포스콘, 현대엘리베이터 정도만 살아 남은 셈.
가장 충격적인 금년들어 8월말 현재까지 자동창고를 포함한 물류자동화 발
주가 단 1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금년 상반기에 발주된 금호석유화학 프
로젝트를 금호건설과 포스콘이 수주한 것으로 비교적 큰 액수인 약 3백억원
선이었다.
이에따라 각 기업들은 대폭적인 인원절감과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삼성항공 인력 50% 감축
가장 대표적인 물류자동화업체인 삼성항공의 경우 자동화사업부내 인원의 5
0% 이상을 감축하였으며, 금년말까지 감축이 계속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작
년말 현재 삼성항공 자동화사업부문의 인력은 6백명. 또한 삼성항공물류연
구소 인력을 영업으로 전진배치하고, 부서장의 수도 대폭 줄이고 있다.
이 회사 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상당히 비대한 조직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수주실적이 워낙 좋았고, 대표적인 물류자동화기업이라는 점 때문
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항간에 나도는 것처럼 물류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금년에 수주한 물류사업이 없고, 지난해 수주했
던 프로젝트들도 마무리되는 것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금년 하반기에도 이
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사업포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속속 사업을 정리하는 가운데 중견기업들은 부도사태가 속
출하고 있다.
지난봄 반도기계가 부도를 맞았고, 보스, DG산업, 태평양정보기술 등이 잇
따라 시장에서 ‘퇴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창고 및 물류자동화시
장의 중견기업으로는 신흥기계, 반도기계, 보스, DG산업 정도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사업체로 평가됐으나 이들중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신흥기계뿐이다.
보스 재기 의욕보여
보스의 경우 일단 부도후에도 종업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사업지속을
결의하고 있으며, 올가을부터 새롭게 물류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워놓
고 있으나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향후 진로가 불확실한 상태. DG산업 역시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동양강철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등 주변여건이 않
좋은 상태이다. 반면에 그동안 끊임없이 부도설이 나돌던 신흥기계는 아직
까지는 위기상황은 아닌 편.
이처럼 직접 생산능력을 갖춘 중견기업의 잇단 부도는 우리나라 물류자동화
기술의 사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견된다. 즉 대기업의
경우 엔지니어링 능력만으로 영업을 해온 반면 이들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부터 하청 받아 직접 랙, 스태커 크레인 등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결과적으
로 이들 핵심기술이 사장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현재까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대농엔지니어링, 산건, 에스렉,
용성, 한국OFA 등은 자동창고용 랙보다는 일반창고용 랙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컨베이어업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점은 마찬가지. 최근 중견 컨베이어
업체인 성산기계가 부도났다.
한편 특장차업계와 지게차업계 역시 IMF의 한파를 빗겨가지는 못한 듯하다.
특장차업계의 경우 지난 5월20일 대원특장공업이 부도난 것을 비롯해 동인
산업, 동일자동차, 태양정공, 아성엔지니어링 등이 부도내지는 사업포기를
한 상태이다. 특장차업계내에서도 리프트게이트업체들이 더많은 고통을 겪
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인 부속자재들이 전부 수입제품이기 때문이다.
IMF 전에 업계 구조조정했어야
지게차업계의 경우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클라크사에 지게차부문을 매각한
것을 비롯해 한라중공업이 일찌감치 ‘퇴출’됐다. 한라그룹은 한라자원을
통해서도 린데지게차를 수입판매해왔으나 부도 이후 물류사업부문 멤버들이
독립, 로지스코리아를 설립한 바있다.
이처럼 전 물류장비업계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도 다양하다.
정신엔지니어링의 윤기운 사장은 “자동창고 등 물류자동화시장의 경우 대
기업 주도로 시장이 형성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었다”고 전제하면서 “
약 2년전부터 서서히 물량이 줄어들었고, 대기업의 블록화가 점차 심해지면
서 자체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었다.”고 설명.
따라서 이미 IMF가 오기전부터 대기업들의 경우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사업을 정리한 LG산전의 경우 구조조정을 상당부분 했음에도 불구하
고, 그동안의 누적적자가 컸던 것이 결정적인 사업포기 이유다. 따라서 기
본적으로 대기업의 자체물량 소화용 사업참여가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몰락의 경우 역시 대기업과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견 물류장비업체인 O사의 한 중역은 “그동안 실제 생산능력도 없이 광고
와 영업만으로 업체를 운영해 온 많은 기업들이 단순히 가격덤핑으로만 사
업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전체 업계의 채산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축적된 기술력도 없고, 품질경영이나 대량생산에 의한 원
가절감에 대한 마인드가 우리 업계에는 없다는 점이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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