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5 11:33

칼럼/ 주성호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국장

극지강국으로 가는 첫 걸음 국내 최초 쇄빙연구선‘아라온호’
오는 10월이면 우리 기술로 순수 제작된 쇄빙 연구선이 드디어 우리 앞에 그 웅장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쇄빙 연구선은 지난 2003년도에 남극에서 활동하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순직한 故 전재규 대원 사고 이후 전국민적 관심하에 본격적인 건조가 시작되었다.

남극과 북극은 수산생물은 물론, 광물·에너지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지구상의 마지막 寶庫이다. 세종기지 주변 해역에서 우리나라가 약 300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되었으며, 항암 치료제에 사용될 수 있는 각종 해양생물자원 등도 존재하고 있다. 극지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인식한 미국·러시아 등 많은 국가들이 장래 이를 선점하기 위한 지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남극에 기지를 만들어 진출한 20개 국 중에 폴란드와 더불어 독자적인 쇄빙 연구선이 없는 국가의 하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종기지에 대한 보급이나 남극 연구는 많은 제약이 있었으며, 하루 8,000만원의 임차료를 주고 러시아 등에 노후화된 쇄빙선을 빌려 쓰거나, 이마저도 해당 국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등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이제는 최신 기술과 장비로 무장된 우리의 쇄빙 연구선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새끼 오리에서 웅장한 날개를 달고 창공을 나는 독수리로 도약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감회가 새롭게 느껴지며, 본격적으로 극지연구과학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라온”으로 명명된 쇄빙연구선의 船名은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아라’와 전부 또는 모두를 의미하는 ‘온’의 합성어로 전세계 해역을 누비라는 뜻으로서 선박의 규모는 7,487톤으로 총 탑승인원은 85명이다. 남극 대륙 주변이나 북극해의 얼음으로 덮인 차가운 바다에서 최고 16노트(시속 약 30km) 속도로 항해할 수 있고, 1m 두께의 얼음을 연속하여 쇄빙할 수 있다. 또한, 극한의 날씨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갑판 전체에 열선을 깔았으며, 선체가 얼음에 갇힐 경우를 대비하여 좌우로 움직여 얼음을 깰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헬기를 탑재하여 쇄빙연구선으로 접근할 수 없는 지역까지 보급 및 연구, 물품 운송 등을 할 수 있어 남극 제2기지 건설과 남극 세종기지 및 북극의 다산기지에 대한 보급에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쇄빙연구선은 단순히 얼음을 깨고 보급만 하는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쇄빙연구선에는 음파를 이용해 바다 밑바닥 형상을 3차원으로 재생할 수 있는 다중빔 해저지형 탐사기기(Multibeam echo sounder)를 비롯한 60여 종의 첨단 장비가 갖추어져 극지의 해양생물, 해저지질, 기후변화 연구 등을 전천후로 수행할 수 있다.

쇄빙연구선은 앞으로 북극항로 개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의 해운항로 거리에 비해 40% 단축됨으로써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등 우리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쇄빙연구선을 설계에서부터 건조까지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쇄빙연구선은 남북극 탐사와 개척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이나 일반 선박과 달리 전문적 기술과 경험을 요구하고 있어 지금까지 북유럽 및 러시아 등 일부 국가만이 독자적인 건조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의 경우도 러시아의 쇄빙 연구선을 매입하여 일부 사항만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경우 쇄빙선에 대한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건조함으로써 우리 조선산업의 뛰어난 기술력을 세계에 보여줌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특수선박 산업에 대한 진출의 길을 열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산업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건조되는 쇄빙연구선은 우리나라의 미래자원 확보, 녹색 성장동력 창출 등 미래 경쟁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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