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해운산업은 1970년대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달성했다. 그결과 금년 1월 기준 외항해운업의 선박보유량은 3,801만DWT로 세계 7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같은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있다.
첫째, 한국 해운산업에 있어 무엇보다 심각한 근본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지식·기술 발전기반을 달성치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운중개, 해상보험, 해사중재, 법률서비스, 선박금융 등 해운관련 부대서비스업의 발전이 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분야는 고도로 지식집약적인 서비스로서 막대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런던의 경우 선대(fleet)와 항만물동량의 세계적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운물류활동의 세계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확보 및 이를 바탕으로 한 해운물류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둘째, 해운경영의 채산성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높은 금융비 부담 등으로 인해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채산성의 연도별 등락이 심해 경영의 안정성이 낮다는 점등이 지적될 수 있다.
한국 해운기업의 채산성 부진은 선박투자시기 선택의 오류에서 기인되는 바 크다. 해운산업은 고도로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서 선복 확보시 투자된 금액의 다과(多寡)에 따라 가격경쟁력(운임경쟁력)과 채산성이 크게 좌우된다. 해운경영에서 기업별로 크게 차이가 나는 원가항목은 자본비로서, 이는 주로 선박확보금액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선박의 최적투자는 해운불황시 구입(신조발주)하고 호황시 매각하는 것이다. 운임수준이 저점에 달한 해운불황시에는 선박 발주량도 적어 조선소의 가동률 및 선가가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해운기업의 선박 보유량은 2000년대초 1,200만GT내외에서 2008년말에는 2,138만GT내외로 최근 5년간 80%정도나 급증했다. 한국 선주들은 선가가 최저수준에 달했던 1990년대 말~2000년대초 중에는 선복확보 실적이 거의 없었으며 시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선가도 폭등한 2003년이후부터 선복확보에 본격 참여했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 수출입화물에 대한 국내 해운기업의 적취율이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해운기업의 수출입화물 적취율은 35%내외이지만 외국적선 용선을 제외한 국적선 적취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낮은 한국 해운기업의 수출입화물 적취율은 가변성이 큰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안정적인 성장기반 구축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한편 일본의 경우 자국 해운기업의 수출입화물 적취율은 60%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 해운기업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차이는 양국의 선·화주 협조관계의 차이에서 기인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한국에서는 선주와 하주의 협조체제 구축이 부진한 반면 일본에서는 양자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커미션 캐리어제도가 정착됨으로써 긴밀한 선화주 협조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한국 해운기업들은 사업다각화가 극히 부진한 바, 이 역시 주요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한국 해운기업들은 해상운송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며 운송이외의 부문, 예를들면 항만운영과 크루즈 그리고 기타 다양한 물류업무에 대한 영업범위의 확대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계 유수 해운기업들은 공급사슬의 전과정에 걸쳐 다양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제 2의 도약을 실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진정한 해운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런던을 벤치마킹한 지식·기술 기반의 해운산업 발전기반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우수한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련산업 클러스터의 구축이 한국 해운산업 발전의 전제조건이 된다. 한국 해운산업이 지식·기술기반의 성장기반을 갖춤으로써 해운중개, 해사중재, 법률서비스, 선박금융 등 해운관련 보조서비스업의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해사전문인력의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는 해양계 고등학교 및 대학교 이외에도 다양한 해사전문인력 양성과정이 주요대학 및 대학원에 개설돼 있다. 그 결과 정규 교육과정의 양성규모가 주요 외국에 비해 많은 편이다. 따라서 한국의 해사전문인력 양성과 관련된 문제점은 양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질적인 문제로 판단된다. 특히 해사업무의 국제성을 고려할 때 외국어 구사능력이 주요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해운 및 관련산업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은 전반적인 지식·기능이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이행치 못하는 저기능 균형의 함정과 유사한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전문성이 낮은 인력에 의해 질적 수준이 낮은 해운 및 관련 서비스가 생산·공급되며 해운 및 관련기업들도 생산성의 저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기능·고임금 근로자보다 저기능·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게 됨으로써 질적 수준이 낮은 서비스의 생산이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탈피하기 위해선 교육에 대한 충분한 투자, 기업의 신지식 및 기술의 과감한 도입등이 요구된다. 특히 대학간 경쟁여건의 조성, 교과운영에 있어서 해사산업의 수요변화에 질적·양적 측면에서 신축적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학내부의 경직성 완화, 산학 네트워크의 구축, 국제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의 양성등이 요구된다. 그 이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초·중·고교 과정에서 교육의 국제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해운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1990년대 중반이후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도입된 톤세제도의 시행은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외에도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 선박투자회사이 선박펀드에 대한 배당소득 조세감면 등의 세제지원도 지속돼야 할 것이다.
셋째, 선박금융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선박금융은 국내 해운기업의 선박확보를 지원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운산업은 자본집약적 특성을 가지므로 선박확보에 따른 금융비용의 다과는 해당 해운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인이 된다. 선박금융의 개선방안으로는 우선 국책은행의 선박금융 대상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수출입은행의 선박건조자금 지원대상기업이 국내기업(국내 조선소)으로 제한돼 있는바, 불가피한 경우 국내선주의 외국조선소 발주 선박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선박투자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선박투자회사는 대선료 및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선박에 투자하는 회사다. 선박투자회사제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조세감면 혜택의 강화가 요구된다. 조세감면 혜택은 고속상각제도와 병행해 보완적으로 시행하되 최소한 세계 5대 해운국 진입 목표연도인 2011년까지 연장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박펀드에 대한 출자액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해 선박펀드 출자를 활성화해야 것으로 보인다.
넷째, 선화주간 실질적인 협력관계가 구축되도록 해야 한다.
선화주간 협력체제의 구축은 해운기업과 하주 모두에게 해상운송관련 불확실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경영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선화주 협력체제의 구축은 극히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는바, 상대적으로 낮은 국적선 적취율이 이를 나타내고 있다. 선화주 협력의 대표적인 외국 사례는 앞에서 언급한 일본의 커미션 캐리어체제를 들 수있다. 일본의 이러한 선화주 협력관계는 1950년대 고도성장기의 해상운송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필요에서 업계 자율에 의거 발전된 것이다. 즉, 선주와 화주 모두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의 강화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화주 협력의 유형 또는 분야는 장기운송계약, 제3자물류(또는 제 4자물류), 기타 장기 거래관계의 구축, 공동이용의 금융기관을 통한 협력, 직·간접적인 지분참여, 항만 등 물류시설에 대한 해운기업·화주 공동 투자등에 의해 선주와 화주사이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등이 있다. -KMI '해운과 경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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