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2 19:42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한 화물 반출

법무법인 세창 김현 대표변호사
-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 다 22404 판결 -


【원고ㆍ피상고인】 K 은행 주식회사
【피고ㆍ상 고 인】 D 물류 주식회사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해상운송화물이 통관을 위하여 보세창고에 입고된 경우에는 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 사이에 해상운송화물에 관하여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과의 임치계약에 따라 운송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한편 운송인은 선하증권상의 수하인이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보세창고업자로서는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서 해상운송의 정당한 수령인인 수하인 또는 수하인이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바,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을 인도함에 있어서 운송인의 지시 없이 수하인이 아닌 사람에게 인도함으로써 수하인의 화물인도청구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보세창고업자가 해상운송화물의 실수입자와의 임치계약에 의하여 화물을 보관하게 되는 경우, 운송인 또는 그 국내 선박대리점의 입장에서는 해상운송화물이 자신들의 지배를 떠나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은 아니고 보세창고업자를 통하여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보세창고업자는 해상운송화물에 대한 통관절차가 끝날 때까지 화물을 보관하고 적법한 수령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여야 하는 운송인 또는 그 국내 선박대리점의 의무이행을 보조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비록 보세창고업자인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의 실수입업자인 J 주식회사의 의뢰에 따라 보세창고에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통관상의 자료만을 확인한 채 이 사건 화물을 J 주식회사에게 반출•인도해 줌으로써 그 회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한 수하인인 원고 은행의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것이어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임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M 주식회사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만을 제출받고서 그 화물인도지시서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발행인이나 그로부터 적법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자로부터 발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화물을 반출한 이상 원고의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만약 그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그와 같이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주의를 결여한 과실이 있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불법행위 내지 손해배상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 안대희

<평석>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한 화물 반출
-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 다 22404 판결 -


1. 들어가며
해상 운송에 있어서 대금 지급이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사이에 직접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통 거래 은행에 신용장 등을 개설하여 3자간 또는 4자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금 지급이 이루어진다. 보통 은행은 신용장을 개설하게 되면 선하증권으로 화물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령하게 되면 대금을 우선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다자간의 거래 관계는 아무래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보통 거래하는 운송인에게 화물인도지시서만을 발행하고, 이를 운송인 또는 보세창고업자에게 제출하여 화물을 반출하도록 하는 이른바 ‘보증도’의 상관습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증도는 유가증권으로서의 선하증권의 성격과 이를 신용하여 대금을 선지급하게 되는 은행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화물인도지시서만으로 화물을 인도한 경우 원칙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소개드린 판례 역시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그 논지가 분명하기에 이하에서는 판결 요지를 소개하고, 이러한 판단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창고업자인 피고의 화물인도지시서만으로 화물을 반출한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가. 해상운송화물이 통관을 위하여 보세창고에 입고된 경우에는 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 사이에 해상운송화물에 관하여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과의 임치계약에 따라 운송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한편 운송인은 선하증권상의 수하인이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보세창고업자로서는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서 해상운송의 정당한 수령인인 수하인 또는 수하인이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바,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을 인도함에 있어서 운송인의 지시 없이 수하인이 아닌 사람에게 인도함으로써 수하인의 화물인도청구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 회사가 통관상의 자료만을 확인한 채 이 사건 화물을 J 주식회사에게 반출•인도해 줌으로써 그 회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한 수하인인 원고 은행의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것이어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다. 피고가 M 주식회사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만을 제출받고서 그 화물인도지시서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발행인이나 그로부터 적법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자로부터 발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화물을 반출한 이상 원고의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만약 그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그와 같이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주의를 결여한 과실이 있다고 볼 것이다.

3. 사 견
법원은 보증도의 관습에 의하여 운송인 또는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적 지위에 있는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화물인도지시서만으로 화물을 반출하는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자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 분명히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화물을 인도한 잘못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선하증권의 유가증권성이나, 신용장 제도의 존재 이유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판결의 반대해석상 ‘선하증권 발행인이나 그로부터 적법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자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가 발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적법한 권리자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가 발행되었음을 확인하고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화물을 인도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증도의 상관습을 인정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보증도가 강제되는 경우에는 영세한 운송인이 거래처에 대한 계속적 거래 압력에 따라 위와 같은 사항을 확인하지 못하고, 거래처를 믿고 화물을 인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즉 개인적으로는 보증도에 의한 상관습은 법률상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숙지하여 화물인도지시서만으로 화물을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불측의 손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것인 바, 이러한 점들을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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