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7 10:33

외화대출제한 폐지 절실

한국선주협회 황영식 부장

●●● 한국은행은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및 동 ‘절차’를 개정해 지난 8월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로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외화대출이 해외사용 실수요 목적 자금과 제조업체에 대한 국내 시설자금으로 제한됐다.

한국은행의 이번 조치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취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이번조치로 해운업계가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박금융은 원화로밖에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환-리스크에 노출

해운기업은 선박금융을 은행으로부터 차입해 조선소에 지불한 다음 장기간(통상 10 ~ 20년 내외)에 걸쳐 분할 상환하고 있다. 그런데 해운기업이 국내은행으로부터 원화로 대출을 받으면 환-리스크에 노출되게 된다. 그 이유는 해운기업이 원화로 선박금융을 장기 차입할 경우 선사는 선박가격을 차입당시의 원화에 고정시켜야 하나, 선사의 수입은 외화이므로 선사는 외화를 팔아서 원화로 상환해야 하며 원화의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매입한 선박가격이 그만큼 오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차입기간 내내 선사를 환율변동의 리스크에 노출시켜 경영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

그러므로 해운기업은 이러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모든 대출을 외화로 받아왔다. 2006년말 기준으로 해운기업의 외화부채는 147.8억달러(13조 7,247억원)이며, 1995년이후 매년 평균 17억달러(1조 5,879억달러)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같은 추세는 향후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해운기업의 경영안정성 저하

해운기업은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자본재 산업이며 해운기업의 부채는 10~20년, 최장 35년의 장기부채로 구성되며, 이에따라 부채의 환-변동에 대한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해운기업은 외부차입시 당해차입금이 투자될 선박의 수입, 투자금 회수기간, 거래화폐, 차입금 이자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은행도 해운기업의 현금흐름, 수익구조, 거래형태(결제화폐) 등을 고려하여 대출여부, 이자율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운기업이 환-리스크에 노출되면 은행은 당연히 선사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고 이는 이자율 상승 등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해운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조치로 인해 입게되는 선의의 피해인 것이다. 만약, 해운기업이 환-리스크 헷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헷지비용 및 관리인력 등 불필요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이 또한 국제해운 시장에서 생존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국내 해운기업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될 것이다.

>> 국내조선소와 원화로 거래하더라도 문제 해결안돼

현재, 국내조선소와 선사간에는 달러로 건조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므로 선사는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원화를 다시 달러로 환전해 조선소에 지불해야 한다. 만약 조선소와 원화로 건조계약을 하더라도 선사는 은행으로부터 당해자금을 차입해 조선소에 지불한 다음 차입은행에 장기로 상환해야 함으로 여전히 환-리스크에 노출된다. 즉 환-리스크에 대한 문제는 국내선사와 국내은행간의 문제지, 선사와 조선소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점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또한, 국내선사와 경쟁관계인 외국의 선사들은 달러로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비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며, 국내 해운기업들은 이번조치로 외국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국내 조선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 아닐 것이다.

>> 해운업은 범국가적 지원산업

해운산업은 국제선박등록제도,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 톤세제도 등을 통한 세제 지원되고 있으며,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에게는 병역의 의무도 면제되고 있다. 이와같이 해운산업을 국가가 지원하는 이유는 해운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를 수송하는 기초 인프라이면서, 국제적으로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시 해운산업은 제4군(The Forth Army)으로서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안보산업이기도 하다.

>> 해운기업의 거래 안정성 훼손

해운기업은 자본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박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주와 장기계약을 하며 이때 입찰운임의 결정은 선박가격으로 결정된다. 즉 선박가격이 확정돼야만 10~20년정도의 장기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제조업과의 형평성 결여

해운기업의 기초자산인 선박은 제조업체의 설비와 전혀 차이가 없다. 특히, 선박은 그 가격이 가히 천문학적으로 큰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체의 국내 시설자금에 대해서는 외화 대출을 허용하면서도 해운기업의 선박투자에 대해서는 이를 제한하는 것은 본제도의 시행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며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 해운산업 외화대출 용도 제한 폐지를

우리는 환율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본취지를 십분 이해한다. 우리해운기업도 환율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처방이 한국은행의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더구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국가 기간산업이 이로 인한 고통을 받는 것은 한국은행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우리 업계는 한국은행이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십분 헤아려 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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