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3 11:06

항운노조 개편 타협서 찾은 새로운 성장동력 기대

강무현 해양수산부장관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골몰하고 있다. ‘샌드위치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우리 국가경쟁력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보수적인 전망에 입각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근거 없는 낙관보다 분명 건전한 일이다.

그러나 냉철한 현실인식을 넘는 불안심리는 경제주체들을 과도하게 위험회피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성장동력 모
색 의지를 저하시킬 수도 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은 수많은 예측과 가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이 개입된다.

따라서 이것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책은 다양한 주체들의 열정적인 도전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제조업을 훨씬 넘어선 상황에서 항만물류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은 중요한 성장동력 발굴이라고 할 만하다.


●항만 고부가가치 창출 첫걸음 시작

우리 항만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물류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화물처리 시스템을 첨단화, 자동화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는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르기 마련이었는데, 이는 심각한 노사대립과 항만폐쇄 등 막대한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난제였다. 이 때문에 1975년부터 논의되던 항운노조 개편은 국민의 정부까지 추진이 유보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참여정부는 항운노조 개편을 통한 항만효율성 증대를 동북아물류중심 실현을 위한 핵심과제로 설정했고, 노사정 모두에게 기존 체제로는 치열한 항만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이런 배경에서 2005년부터 노사정 모든 주체는 수 십차례의 협상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부산항(지난해11월), 평택항(지난 3월), 인천항(지난 7월)에서 항운노조 개편을 이뤄냈다.

이는 대량실업과 장기간의 항만폐쇄까지 야기했던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개혁과정과 달리 단 한차례의 파업도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100여 년간의 관행을 바꾼 ‘한국형 모델’을 창조한 것이다.

특히 정리해고 없이 정년고용과 임금수준을 보장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모두가 ‘윈윈(win-win)’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기본협약 체결부터 지원법령 제정, 노조원투표까지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일궈낸 항운노조 개편에 큰 의미 부여

이로써 물류기업들은 인력운용과 장비도입을 효율화할 수 있게 됐고, 노동자들은 임금수준과 정년 등 더욱 안정적인 근로조건을 보장받게 됐다.

이는 당장 국가적인 항만운영 효율성 증대로 이어져 최소 연간 300억~400억원의 비용절감이 기대되고, 향후 물류허브 실현에 탄력을 줄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그동안 어디에서 나왔는지 되돌아보자. 우리의 성장 역사는 아무런 기득권도 가지지 못한 국민들의 도전의지에서 시작됐다. 누구보다 근면한 노동자들과 높은 교육열로 세계무대에 끈질기게 도전해왔던 것이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한 것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 지금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이 제조업 관점의 첨단기술에만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회적 타협, 갈등조정의 경험도 어느 것 못지않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양극화가 심화되고 갈등조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일각의 독주만으로 전체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은 오래 갈 수 없다. 당장 성장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동반성장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진정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만드는 비책이라는 점을 믿어야 한다.

한 방울의 물이 귀한 상황에서도 펌프에서 물을 길어 올리려면 한 됫박의 물을 오히려 쏟아 부어야 하는 법이다.

사회갈등 속에서 작은 실마리를 발견하고 집요한 설득으로 합의에 이르게 하는 능력은 어떤 첨단기술 못지않은 핵심기술이라고 믿는다.

우리 안에서 대화, 합의, 상생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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